조아툰 현실을 사는 우리의 나침반이 되어줄 기담, <어둠이 걷힌 자리엔>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본문
비는 멈추지 않고, 높아진 습도 덕분에 땀이 온몸을 끈적하게 만드는 여름. 어느덧 시간은 구월로 넘어 왔지만,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했던 폭우는 멈출 줄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 이런 날들에 어울리는 다음 웹툰 <어둠이 걷힌 자리엔>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 웹툰은 ‘기담’이라는 큰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것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특별한 중개인이 있다.” 웹툰 안에서는 서사의 중심에 서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최두겸'을 이렇게 설명한다. 두겸은 우리가 흔히 귀신이라고 부르는 영혼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경성. 작가는 이 배경을 과거와 현재가 현존하는 공간이라고 정의했다. 이야기가 막 진행되는 시점보다 더 미래에서 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공간이 아닐 리가 없다.
첫 번째 괴담 <어쩌면 러브스토리>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극에서 여러 번 보았을 법한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당차면서도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까지도 문제가 되는 부분을 경쾌하고 아련하게 짚어냈다. 한마디로 정리를 해보자면 살릴 것은 잘 살리고, 발전시킬 부분은 잘 발전 시킨 과거 이야기. 이고오는 목에 툭 튀어나온 뼈를 가지고 태어나 차별을 받으며 자랐다. 집안에 하나뿐인 사내를 ‘다름’을 가졌다는 이유로 여자로 자라게 한다. 그 때문일까. 고오는 사건을겪으며 진짜 여자의 몸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더이상 대를 이을 수 없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병을 가진 조기에게 팔려 간 고오. 그들에게 있어서 고오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집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고오는 그런 집안사람들을 전혀 개의치 않고 남편을 둔 채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난다. 현대에서도 집안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고오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고오는 집안을 떠나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또다시 새로운 가정을 만든다. 이야기 내에서는 그 남자를 “점잖고 선한 그는 매일 논에 나가 해가 질 때까지 성실히 일하면서도 고오와 보내는 시간에 충실했다”고 묘사한다. 글을 모르는 고오에게 한글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소작농이기에 지주에게 부당한 소작료를 빼앗겼고 당찬 고오는그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담판을 놓고 오겠다던 고오에게 남자는 가지 말라며 쌀이 부족한 것이라면 자신이 부족한 만큼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이상한 답변을 내놓는다. 거기에 더 나아가 자신과 헤어질 생각이면 가라고 말한다. 남자는 고오가 대단하지만 그런 고오가 무섭다고도 덧붙인다. 여전히 사회는 이런 식의 굴레를 가지고 살아간다. ‘자, 어서 불편하다는 시선을 보내서 쟤를 멈추게 해!‘ 그런 식으로 문제 지적을 하지 못하게 하고 우리는 모두 눈을 감는다. 고오가 무섭다고? 나는 이 세상이, 이 사회가, 문제들이 더 무섭다. 제 명을 단축 시키는 것은 고오 같은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5년이라는 시간을 조기를 떠나보낸 고오. 문득 조기가 생각나 원점으로, 그러니까 조기에게로 돌아간다. 자신이, 자신의 생각이, 자신이 하고있던 일들이 맞다고 믿던 고오도 수많은 사람과 일들에 치이다 보니 결국 자신 자신을 스스로 놓는 방법을 택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가 용기 있는 사람들을 잃었던 것처럼. 하지만 조기가 그런 고오를 다시 붙잡는다. 아니 자신을 다시금 붙잡을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은 어떠한 이유 때문에 괴담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것일까.
이야기는 단순하게 여러 가지 기담을 엮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중심이 되는 두겸또한 함께 잘 이끌어나간다. 두겸이 있기에 각 기담의 특성이 잘 살아나는데, 이는 그가 가지고 있는 과거 때문이다. 중간중간 그의 과거를 풀어 기담을, 한이 맺힌 영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기담에서는 ‘우물’에 대해 다룬다. 한국식으로 풀어낸 공포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는 우물. 마을에 오래된 우물이 있고, 그 우물에서 사건들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둠이 걷힌 자리엔>에서는 쉽게 이 이야기를 풀어내지 않는다. 세 번째 기담에서는 사람들이 우물에 저주가 걸린 물건이나, 귀신 들린 사람들을 넣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보았던 것들과 다른 신선한 장치가 이곳에서도 나타난다. 우물 때문에, 저주 때문에 온갖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자각시키는 아이의 발언. 아이는 옳은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신이 들렸다는 소리까지 들으며 사람들의 미움을 받고, 목숨을 위협받기까지 한다.
혹, 우리도 주변에 누군가를 귀신이 들린 사람 취급하며 잊어버리려고 하지는 않을까. 아니면 우리가 지나왔던 시간 속에서 깔끔히 지우개로 지워버리듯 지워 이제 흔적조차 남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나는 이 기담 한편이 마무리 되었을 때,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사라졌을 사람들을 되새기기 위해 애를 썼다.
한국,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가진 전통적 색채 중에서는 한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애절하면서도 강인한 그 이미지를 <어둠이 걷힌 자리엔>에서 아주 잘 살리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인 부분을 통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지적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메시지 또한 담고 있다. 웹툰을 보는 시간 동안에만 즐거움을 주고 사라지는 작품은 아니다. 깊은 여운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오래전에 쓰인 고전 문학 작품을 계속해서 보고, 역사를 배워야 하는 점은 과거에 일어난 문제들, 또는 과거에 있었던 문제를 해결한 그 방식이 현재에서도 되풀이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웹툰 안에서는 과거에서, 그리고 지금에도 반복되는 문제들을 볼 수 있고 또한 중개인 역할을 맡은 두겸이나 기담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그 대사에서, 몸짓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고 우리를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절대 가볍지 않은 기담들. 하지만 지루하지만은 않은 웹툰이다. 감동적인 서사를 만나보고 싶다면 다음 웹툰 <어둠이 걷힌 자리엔>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이전글망상 소녀 ‘소망’이의 유쾌 발랄 로맨스. <결혼까지 망상했어!> 24.05.27
- 다음글어느날 얻게 된 인형으로 대한민국의 탑 배우를 가정부로 부려먹을 수 있다...?! <순정말고 순종> 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