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지젤 씨의 피, 억압받는 자들의 판타지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본문
먼저 주의를. 리뷰 제목에서의 판타지(Fantasy)는 억압받는 캐릭터들이 환상을 꿈꾼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런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장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마법과 검이 난무하는 그런 하이 판타지는 아닌 듯하지만, 피를 빨아먹는 뱀파이어 비슷한 존재는 분명히 현실에는 없는 존재니까요. 그리고 뱀파이어(가칭)이나 여주인공이나 작중에서 굉장히 억압받는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지요.
작품의 제목을 장식하는 주인공 '지젤'은 귀족 가문으로 시집온 아가씨입니다. 이 세계는 초중반까지는 다소 모호한 것처럼 보이는데, 일단 신분제가 명목상으로만 남아있는 건 절대 아닌 듯하지만, 중근세를 연상케 하는 아주 엄격한 계급사회 같지도 않습니다. 하여튼 지젤은 거대한 저택과 잘생긴 남편이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듯하지만, 그녀의 결혼생활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남편이라는 남자는 지젤을 그저 바깥에 내보이기 위한 도구 정도로 취급하고 있고, 밤에는 거의 강간하다시피 일방적으로 그녀를 유린하며 제 욕구를 충족하기 바쁩니다. 수틀렸다 싶으면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확한 배경이 곧바로 나오지는 않지만 지젤은 그런 남편에게 저항할 수단도 의지도 대부분 상실한 것처럼 보입니다. 자포자기한 상태에 가깝지요.
그런 지젤에게는 남편에게 소소한 반항거리를 찾게 되는데, 저택의 지하에 감금당해 있는 한 소년입니다. 남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소년은 그의 형이 사들인 희귀 생물(?)로, 몇 년을 굶겨도 죽지 않는 등 보편적인 인간에서 벗어난 존재입니다. 그리고 대략 2화만에 이 소년이 사람을 물고, 피를 먹고, 그 결과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순식간에 성장하는 능력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남편은 이 미스터리한 존재를 다소 꺼림직하고 신기한 짐승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지젤은 소년 내지는 청년을 신경쓰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한 호기심으로, 혹은 남편에 대한 반항의식에서 비롯한 관심이었지만, 지하실의 소년이 생각보다 평범한 면모가 있다는 점, 그리고 인간말종인 남편보다 훨씬 나은 남자라는 데서 주인공은 부쩍 그에게 다른 마음을 갖게 돼죠. 삭막한 감옥 속에서 무한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던 소년도 당연히 점차 지첼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입니다. 세상으로부터 억압받던 두 남녀가 우연한 기회에 만나는 이야기. 아주 신선한 소재나 내러티브는 아닐지라도 캐릭터 메이킹이나 작화, 스토리의 진행까지 흠잡을 곳이 거의 없는 탄탄한 구성을 보여주는 덕분에, 한 번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손을 떼기가 제법 어렵습니다. 판타지, 로맨스, 그리고 어두운 분위기와 아슬아슬한 일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할 수 있겠습니다.
- 이전글스무 살, 이루지 못했던 첫사랑과 스물 아홉에 다시 만났다. 이번엔 그 때와 다를 수 있을까? <사귄건 아닌데> 24.05.27
- 다음글어느 새카만 겨울날, 소년은 저주 받았고 소녀는 죄를 지었다. <블랙 윈터> 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