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가씨>, 인생역전은 쉽지 않다 > 무료웹툰 미리보기 블로그

클리셰가 있죠. 지금은 변변찮게 살아가는 흙수저 인생이지만, 알고 보니 과거에 출생의 비밀이든 어린 시절의 인연이든, 엄청난 반전이 숨어있어서 전혀 다른 계층으로 단숨에 도약하는 이야기. 동서고금의 시대적 배경과 남녀노소의 인물을 가리지 않고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욕망을 긁어주는 그런 클리셰인데요. '키다리 아가씨'라는 19금 웹툰도 일단은 비슷한 줄기를 따르고 있습니다.

주인공 지현우(26세, 시작 시점에서 무직)는 고아원 출신에 고졸, 변변한 스펙도 없는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흙수저 청년으로, 대학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열악한 고시원에서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알바를 전전하던 도중 번듯한 직장을 잡기로 마음을 먹었는데요. 그 계기란 카페에서 알바하던 도중 썸을 타던 동료 여자 알바생을, 마찬가지로 동료였지만 고시 1차 합격으로 알바를 그만두게 된 다른 남자 알바생에게 단숨에 뺏기면서부터입니다. 그제야 안정된 일자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현우는 대기업(으로 보이는) 회사에 지원하지만 면접에서 부실한 스펙이 문제가 되어 말도 안 되는 치욕을 받고 낙방합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서류에서 걸렀어야 되지 싶지만요.

그런데 면접관들 중 한 명이 우연히 현우의 개인정보를 읽게 되고는 엄청나게 놀라며 회사의 대표라는 여자에게 전화를 거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한승아(32세). 구체적인 직책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회사에서 엄청나게 높은 사람입니다. 더불어 대단한 미인이기도 하고요. 승아는 현우에 대한 소식을 듣자마자 람보르기니를 타고 단숨에 달려오는데, 공교롭게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회사 밖으로 나와 성질을 부리던 현우가 던진 초콜릿통에 - 현우는 초콜릿을 몹시 좋아한다고 - 머리를 맞으며 가로등을 들이박습니다. 승아는 천문학적인 수리비를 빌미로 현우에게 20년간 가정부로 일해야 된다는 노예계약을 강요하는데, 흙수저인 현우는 도리가 없이 이를 수락합니다.

단순한 변덕은 아니었고, 알고 보니 승아가 어렸을 적 후계자 수업의 일환으로 고아였던 현우를 지원했었습니다. 당시 현우가 해외입양을 가게 되자(결국은 무산된 모양입니다만) 마지막으로 그를 보러 나오는데, 이때 싹수가 노란 개초딩인 현우가 비만이었던 승아를 크게 놀리면서 원한 비슷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현우를 찾아와서는 그를 가정부로 들이고 나중에는 회사에 낙하산으로까지 꽂아넣는데요. 그렇게 이야기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두 개의 공간적 배경, 주로 한승아의 근처와 낙하산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전개됩니다.

그 다음에는, 달리 특별한 내용은 없어요. 현우에게는 또다른 숨겨진 과거와 비밀이 있지만, 그건 그냥 그에게 접근하는 무수한 여자들을 정당화 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구실일 뿐입니다. 줄거리를 설명해봤자 재미도 없을 - 바로 위의 4개 문단처럼요 - 그런 리뷰는 생략하고, 특장점을 꼽자면 상당히 맛이 간 듯한 개그 요소가 므흣한 장면들 사이사이에 적당히 섞여있다는 정도.

이건 메인 히로인(?)인 한승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타고난 금수저라 그런지 성인 만화의 여주인공으로서는 꽤나 독특한 캐릭터입니다. 라이트노벨류에서 지금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폭력적, 싸가지 없음, 막무가내, 제멋대로, 그리고 19금 만화이기 때문에 엄청난 몸매와 외모, 왕성한 성욕이 더해집니다. 과거의 비사와는 별개로 현우는 돈에 의해 사실상 노예로 전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승아에게 마무 굴려지며 성적으로 농락당하는 장면도 왕왕 등장합니다.

승아의 성격 못지않게 정신나간 듯한 회사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단순히 만화적 허용인지 아니면 채용을 철저하게 외모와 옷차림을 기준으로 뽑았는지는 몰라도 예쁘장하고 도저히 일반적인 오피스 룩으로는 볼 수 없는 과감한 패션의 여직원들이 파티션을 빼곡히 채우고 있고, 그리 중요치 않은 현우의 과거 설정이 구실이 되어 그녀들 또한 현우에게 달라붙습니다. 장담컨대 OL이 취향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거예요. 사내의 모든 남녀가 반쯤 발정난 상태처럼 보인다는 점은 덤입니다.

- 2018 / 03 / 23

P.S.

여자 인물들은 이쁘장하게, 구분이 잘 가도록 그려놨는데 작중에 등장하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애들은 현우를 비롯해서 붕어빵이에요. 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결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