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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심해수, 대작의 향기를 지나칠 필요는 없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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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24-05-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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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수'는 투믹스에서 연재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연재 형식이 조금 특이한 편이에요. 일반적으로 한국 웹툰계에서는 절대다수의 일주일 그리고 소수의 열흘이라는 연재주기가 널리 통용되고 있지만, 심해수는 월간투믹스라고 이름붙인, 한 달에 한 편씩 연재를 하는 기획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당연히 '심해수' 또한 한 달에 한 편, 정확히는 3번째 주 월요일에 규칙적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연재 형식이 크게 다른만큼 작품 내적으로도 기존의 웹툰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 부분은 조금 나중에 살펴보지요.


먼저 미래의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정도의 소개를 간단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심해수'의 세계는 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속합니다. 지역과 국가를 구분하지 않고 전세계가 바다에 잠겨버려 문명은 멸망했고 사람들은 배 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고기를 낚시하거나 어설픈 장비를 몸에 두른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 물 속에 잠긴 도시에서 고물을 주워오는 식이죠. 물론 망해버린 다음의 세계에도 '격차'는 있는 법이라, 바람 불면 뒤집힐 것 같은 고깃배를 타고 다니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섬에 가까운 거대한 배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도시도 있습니다. 여기에 바닷속에는 사람을 한 입에 꿀꺽 삼키는 괴물들이 득실거려요. 제목의 '심해수(獸)'가 바로 그것들이죠. 해양생물들과 외형만 얼추 비슷할 뿐 엄청나게 거대한 데다 무리를 이루어 사람을 사냥하는 심해수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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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년인 보타는 아버지인 마테온, 여동생 리타와 함께 작은 배 한 척에 의존해 바다를 떠돌아 다니는 처지입니다. 이들 가족은 꽤나 유능해 보이는데, 고작 아버지와 아이 둘이 생존하기 녹록한 환경이 아님에도 능수능란하게 위험을 피해가며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거든요. 물론 이건 작품이 시작하기 시점 이전이고, 이야기의 법칙에 따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재앙이 이들 가족에게 닥쳐오고, 아버지 마테온에게 의존하고 있던 보타와 리타는 혹독한 세상에 단 둘이 던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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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온의 보호가 끝난 순간부터 어린 남매를 기다리고 있는 것들은 바로 '모험'이에요. 모험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죠. 보타와 리타가 겪게되는 모험은 낭만적이지도 유쾌하지도 않습니다. 괴물들에게 잡아먹힐 위기가 수시로 닥쳐오고, 사람들조차도 어린 남매에게 우호적이지 않죠. 보타가 타고난 피와 배경은 성장물들이 으레 그렇듯 범상치 않지만 그는 아직까지 무력한 소년일 뿐입니다.


심해수의 장점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퀄리티'에요. 거의 모든 영역에서 퀄리티가 높습니다. 작화는 두말할 필요도 없죠. 기본적인 캐릭터 묘사는 물론이고 바다 위에서 수십 마리의 괴물과 '작살꾼'들이 치열하게 벌이는 전투씬, 거대 함선과 심해수의 디자인, 디테일한 배경까지 누가 봐도 대단히 공을 들인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웹툰에서 이 정도 퀄리티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마도 넉넉한 연재주기 덕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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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전개의 완성도가 높은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 가족에게 위기가 닥치고 간신히 극복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들은 뻔한 표현이지만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게 강제합니다. 평온한 일상에서 첫번째 위기, 위태로운 탈출, 다시 아슬아슬한 일상과 고조되는 긴장에 이르기까지 전개의 완급조절이 무척이나 훌륭해서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죠. 인물로 말할 것 같으면 불과 몇 회만에 퇴장한 남매의 아버지 마테온은 작중 인물들은 물론이고 여전히 독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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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역시 비록 작품의 초반을 지나고 있지만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신선한 아이디어는 아니에요. 해수면이 높아져 바다에 잠긴 세계,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괴물 심해수, 배를 섬처럼 엮어서 항해하는 도시, 심해수를 사냥하는 작살꾼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을 훌륭하게 엮어서 짜임새 있는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람들, 특히 약자에게 가혹한 세계를 독자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표류하는 남매의 입장에서 조망하는 방식 또한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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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표현이 다소 어폐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독자들이 인스턴트적으로 소모하는 웹툰보다는 그 이전에, 대여점에서 빌려보던 이름난 출판만화의 도입부를 보고 있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10권, 20권을 가뿐히 넘어가는 분량에도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잔뜩 쌓아놓고 이틀이나 삼일만에 모두 읽어버리고는 했잖아요. 저는 그런 옛 기억과 비슷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고 다른 독자분들 또한 그러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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