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삼국지의 끝은 어디인가 - 고삼무쌍 [스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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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는 아마 나관중에게 저작권 법으로 소송을 당해서 강제 노역에 종사 중인 사람들을 위한 격리구역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악마들이 천진난만한 스토리 작가들에게 삼국지를 그려보는 게 어떠냐고 유혹을 하는 게 아닐까? 쿨타임 찰 때 마다 한 번 씩 독자적인 재해석이란 타이틀을 달고 나타나는 삼국지 작품들에 신물이 날 지경이지만 이미 진삼국무쌍 시리즈도 7편까지 한 몸이니 견딘다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이건 아니지 않나 싶은 불안한 순간들이 있는데, 일단 유비가 주인공이라면 작품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사실 삼국지를 다룬 작품이 많이 나온 지금 독자적인 재해석이란 존재할 수 없다. 반드시 어딘가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당신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그 해석 방향은 분명 누군가 시도했다. 모든 장르 문학이며 기똥찬 스토리가 그러하듯 무의식 중에 영향 받은 원작은 존재하기 마련이고, 이 원작에도 분명히 모티브가 있다. 어쩌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는 창시자 옆집에 살던 수염기른 기둥 서방이 모티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참신한 해석, 독자적인 방향의 캐릭터란 말은 아끼도록 하자. 캐릭터가 아무리 참신하다고 한들 이건 삼국지다. 결국 정해진 길을 걸어갈 뿐이며 그 결말도 모두가 알고 있다.
참신한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했으니 캐릭터와 설정이 얼마나 이 '삼국지'에 어울리는 지 이야기 할 때가 됐다. 대놓고 중국땅이라 하면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가 되버리니 삼국지를 어레인지 했다고 주장하는 작품들은 가상의 공간, 혹은 가상의 세력권을 만들어 두고 삼국지 등장인물들을 흩뿌린 뒤에 그 곳에 위, 촉, 오를 세운다. 이게 중요하다. 고등학생 때 근력이 급격하게 폭발해서 성인들을 때려잡는 세계관을 만들고, 고등학교들끼리 부딪힌다는 설정을 짠 다음에 거기에 위, 촉, 오를 세운다. 오밀조밀하게 짜인 가상의 공간을 다시 삼국지 정사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런 설정을 도입 할 때부터 각색이니 어레인지니 하는 말은 힘을 잃는다. 삼국지 정사를 따라갈게 자명하며 이미 많은 매체에서 다뤄왔던 각색된 이미지를 다시 외치는 것 뿐이기에 여지도 흥미도 그 힘을 가볍게 잃어버린다.
각색의 좋은 예를 들자면 지금은 연중 상태인 [가후전]을 들 수 있다. 중국 본토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가후의 시각에서 삼국지 전개를 풀어나가며, 기존 삼국지와 다르면서도 결론은 같은 전개를 설득력 있게 연출하고 이에 따라서 캐릭터들의 역할이나 이미지도 새롭게 반전된다. 하지만 [고삼무쌍]은 기존 삼국지의 정사를 그대로 따라가고, 캐릭터의 외형은 크게 바뀌지만 그 이미지는 기존의 작품들을 그대로 답습해나간다. 전개에 있어서 반전의 재미도 없다. 미형의 캐릭터와 삼국지 타이틀만 앞세워 작품을 견인하도록 한다.
캐릭터. 이 작품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유비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장비와 관우를 끌고 다니며 조조의 눈엣가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캐릭터가 기존의 유비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있느냐 묻자면 아니요.절대 선을 가진 캐릭터나 부처와 같은 마음씨를 가진 캐릭터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비라는 인물이 상징하는 매력 자체가 [고삼무쌍]의 유비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만 유비의 매력에 감동해선 안된다. 독자 역시 유비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짜증나고 도움 안되는 인물을 골라보자면 유비였다.
거기다 하나 더 해서 관우를 여자로 만들어 유비와의 러브라인을 만든 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기에 걱정이 앞선다. 저 하나로 잃어버린 전개가 너무 많다. 앞으로 나올 감부인 미부인 손부인과 수라장을 찍을 생각이라면 이 작품을 사양하고 싶을 지경이다. 단순히 러브 라인 하나를 위해 관우를 여자로 바꾼 건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서도 여러모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거기다 등장인물이 학생 신분이란 것은 앞으로의 삼국지 전개에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 일단 유비의 아들인 유선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 지 부터가 문제다. 저기 그러니까 혹시 관우랑? 아니죠? 앞으로의 전개에 기대를 걸어보자. 양아치들의 사랑과 삼국지 정사를 엮어낸 작품이 어떤 매력을 가질지 기대해보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기우로 끝나길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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