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김봉현 & 수이코, - 힙합의 시대, 모두 'BLACK OUT'하세요!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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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 수이코,
- 힙합의 시대, 모두 'BLACK OUT'하세요!
락과 재즈에 남무성의 과 이 있다면, 힙합에는 김봉현과 수이코의 (이하 ‘블랙아웃’)이 있다. 블랙아웃은 대중음악 평론가 김봉현과 그림작가 수이코의 연재작으로 레진코믹스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힙합의 시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중음악 차트에서 힙합과 알앤비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지만, 흑인음악에 대한 이해는 그와는 반비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고 들어야 한다’는 명령은 ‘힙부심’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알고 들으면 훨씬 재밌다’고 말해주는 것이 모범답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만화는 그러한 덕목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 힙합에 대해 생소한 대중들에게 이 문화를 알려주겠다는 의도는 항상 과도한 설명충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는 균형감에 대해서는 무엇보다도 평론가 김봉현의 글쓰기 “짬에서 나오는 Vibe”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 자네 평론가 한번 해보지 않겠는가?
‘힙잘알’이 가이드 해주는 힙합문화 산책
만화의 초반부는 <힙합 : 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의 만화판 요약으로 힙합‘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다룬다. 이 책은 총 15가지의 키워드로 정리되어있다. 가짓수로만 놓고 보면 꽤 많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한데, 개별 키워드끼리 전혀 연관이 없는 것이 아니고 서로 조금씩의 연관을 갖고 있어서 굳이 여러 가지 키워드로 나뉘어 있다고 설명하기는 난감하다.
책과 달리 이 만화에서는 힙합과 관련된 개념들을 꾸준히 다루는 와중에 연재물이라는 특성을 살려 중간중간 시의성 있는 특집을 다루기도 한다. <언프리티 랩스타>라든가, 연말 결산 ‘2015년 : 이 음악은 놓치지 말 것’, ‘한국힙합을 뒤흔든 노래들’ 등이 그렇다.
▲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겁니다.
어쨌든 상술한 키워드들을 빌어 지금의 힙합이 미국의 문화 속에서 발생하고 녹아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설명한다. 라임이니 플로우니 하며 힙합음악을 기술차원으로 설명하는데 분량을 할애하지 않고 힙합이라는 ‘문화’의 요소들, 이를테면 스웩, 게토, 자수성가 따위의 것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힙합이라는 체계 속에서 사회문화적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이런 설명들을 따라가다 보면 통해 힙합이 왜 마약얘기를 하게 됐는지, 돈 자랑을 하게 됐는지, 왜 서로 센 척을 못해 안달나게 됐는지, 왜 맨날 “리스펙, 리스펙”거리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힙합의 사상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따라가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한국힙합에 산재한 이런 이슈들을 나름대로 따져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하면서도 잘 정리된 준거 틀의 역할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산이와 매드 클라운을 거쳐온 '발라드 랩' 논쟁 당시의 주요한 논쟁 포인트는 "과연 이게 힙합인가 아닌가"였다. 한편 <쇼미더머니4>에서 블랙넛-송민호의 가사로 촉발된 힙합의 여성비하 논란도 한동안 상당히 뜨거운 이슈였다.
그러나 논쟁의 크기와 질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다. 두 논란 모두 각자가 첨예한 의견대립의 각을 세우며 싸우긴 했지만 대부분의 논쟁이 허공을 가를 뿐이었고, 공격하는 측이든, 방어하는 측이든, 결국 엄한 힙합에 누명을 씌우는 계기가 됐을 뿐이다. 그러나 이 만화에서 제시하는 수준의 배경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이정도로 쪽팔리는 수준의 키보드 배틀이 벌어지진 않았으리라고 본다. '이것이 힙합인가'를 따지려면 '힙합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야 한다.
▲ <블랙아웃>만 보더라도 힙찔이 탈출 보장!
무슨 문화가 안 그렇겠냐만 힙합 역시 알면 알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는 하나의 문화체계다. 그러니까 천박하고 상스러운 흑인문화라고 폄하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할 수 없다. 그리고 소위 '힙'한 것만 찾아다니며 문화의 겉껍데기만 소비하고 다니는 힙스터들은 천년만년 힙찔이를 벗어나지를 못한다. 조금만 날이 가물어도 얕은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에서 제시하는 개념을 기계적으로 대입해가며 음악 평론을 시도하는 무식한 짓은 하지 말아야겠으나, 분명한건 힙합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이들에게, 혹은 어설프게 알고 지냈던 이들에게 이 만화가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유머코드에서 갈릴 호불호
▲ 더욱 강력한 유머 심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다소 매니악한 유머코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 수도 있다. 김봉현 평론가의 평소 페이스북 글에 적응해 있는 독자라면 남발되는 개드립들을 무난히 넘기며 볼 수도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이게 정말 재미있으라고 치는 개그인건가”하는 충격을 느낄 수도 있다. 계산된 것인지, 그냥 진짜 재미 없어서 하는 반응인지는 몰라도 그림 작가 수이코는 오너캐를 통해 김봉현의 별난 언행에 대해 노잼방망이를 휘두른다. 자학을 무기로 사용하는 셈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림체가 귀엽고 내용이 좋아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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