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비현실적이고, 비논리적이고 - 저택의 주인 [스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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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작가의 장점은 기괴한 그림체다. 다른 장점을 골라보자면 딱히 특출난 장점이 없다. 스토리 면에서 보자면 이미 생존 인간에서 신파극 이상의 스토리를 뽑아내지 못하는 역량의 한계를 증명했고, 유머감각은 30년 전 만화에서나 볼 법하다. 거기에 더해 신기한 점을 들자면, 정작 30년 전 만화들은 디디 작가보다 더 세련된 유머감각을 뽐낸다.
디디 작가의 유머는 코드를 떠나서 배치와 단어 선택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 장면의 경우, 1950년대 전쟁 통에 가족이며 하인들이 전부 주인공만 놔두고 저택을 떠난 상황에서 아무도 없는 것은 확인한 주인공이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낸 장면이다. 시대상과 맞지 않는 단어 선택과 그 이전엔 작품 내에 개입하지 않았던 나레이션의 배치로 이질적인 분위기를 주며 작품의 몰입을 깨트린다. 디디작가는 이러한 작품의 형식과 흐름을 깨트리는 연출 구성이 독자들에게 웃음을 준다고 여기는 듯 하지만, 극단적으로 취향이 갈리는 장르를 그리면서 유머 코드 역시 찬반양론을 가를 생각을 하는 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리고 [저택의 주인]의 단점은 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이 처음 화제를 모은 이유는 설정이 가져오는 매력 때문이었다. 전쟁 통에 외부와는 단절된 외딴 섬 하나, 거기서 혼자 살고 있던 여주인은 전쟁통에 피난온 아이들을 받아들이지만, 이 아이들은 이미 전쟁의 공포로 미쳐있는 상태였다.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를만큼 폭력적이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의 리더를 여주인은 통제할 수 없고, 집안의 재물이 마음대로 유용당하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동거의 나날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즉, 디디 작가가 기존에 다른 작품에서 인기를 얻었던 요소인 미지에 대한 공포와 기괴한 크리쳐들의 향연은 이 작품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한국 전쟁이란 현실적인 배경과, 공포의 대상이 어린애들의 골목대장이란 점은 작품의 주안점이 현실에 있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이런 설정은 독자에게 넌지시 작품의 미래를 알리는 것과 같다. 앞으로 이 작품은 현실에 기반한 공포물이 될 것이라고.
[저택의 주인] 초반부는 이 어찌할 수 없는 폭력에 무력해지는 여주인이 잘 드러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를 기괴한 인물과 이해할 수 없을 만큼 특정한 것들에 공포를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 예시다. 아무도 없는 저택에 혼자 산다면? 이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볼만한 간단한 기본 설정 위에 우리에 기존에 상상할 수 없던 인물상들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상상과 공감을 미지의 영역으로 빠트리는 것이다. [저택에서 혼자 살아야한다면?] 이란 상상이 [과거도, 지금 당장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는 인물과 같이 살아야 한다면?] 으로 변하면서 작품의 서스펜스는 극에 달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마무리가 과연 지금까지 작품이 걸어온다 말했던 현실적인 공포에 맞는지 묻는다면 그 대답은 미묘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끝도없이 일어나는 좀비같은 살인마를 보고 싶은 거라면 [할로윈] 시리즈를 찾아보면 된다. 긴장과 공포심 속에서도 훌륭히 자기 일을 수행해내는 일등 저격수를 보고 싶다면, 차라리 [에너미 앳더 게이트]를 보고 말것이다. 독자 중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고, 작품 내 설정으로도 무리가 있어보이는 역할을 수행하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작품의 완성도에 의문을 느끼게 한다.
특히 주인공 캐릭터는 기존의 슬래셔 무비의 스테레오 타입 주인공만도 못할만큼 수동적이고 전개에 보기 좋게 이용만 당하는 캐릭터로, 작품 완성도 하락에 크게 기여하였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이며, 그 전쟁 통에 살아온 아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 지, 평생을 갇혀 살아온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보는 것이 앞으로의 재미겠지만 이 스토리를 선보이기 전에 독자는 이미 시즌 1에서 흥미를 잃고 말았다.
작품 내에서 제시되는 현실성과 비극은, 작품이 연출하는 소년들의 모습과 맞물리지 않는다. 공포 만화를 그릴거라면 소년 만화 장르에 대한 오마주와 추종은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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