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경찰» - 약을 빨았다? 약만 빨았다! > 무료웹툰 미리보기 블로그

본문 바로가기

조아툰 «모두의 경찰» - 약을 빨았다? 약만 빨았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댓글 0건 조회 441회 작성일 24-05-27 16:35

본문


17167953286525.jpg


    붉은코끼리 작가의 «모두의 경찰» 은 이제 하나의 형식으로 자리잡은 ‘병맛 개그’를 추구하는 개그 만화입니다. «이말년 시리즈»를 필두로 병맛 개그는 개그 만화의 확실한 트렌드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워낙 많은 병맛 개그만화가 나오다보니 이제는 얼마나 더 많이 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풀어놓느냐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모두의 경찰» 역시 그러한 경쟁의 한 가운데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경찰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제정신이어야 할 경찰이 제정신 아닌 말과 행동을 보인다면 분명 그것은 ‘웃기는 일’이겠죠. 작품 소개란에는 이 작품이 ‘이래서는 안되는 경찰 이야기’라며 ‘약 냄새가 나지만’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 표현 그대로 작품은 ‘절대적인 헛소리’를 나열합니다. 경찰에 대한 고증은 없습니다. 오직 ‘경찰같지 않은 경찰’의 등장이 중요할 뿐입니다. 경찰같은 경찰이 되고싶은 김용, 경찰같지 않은 경찰인 광이,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작품 내 세계관의 주인, 가장 경찰같지 않은 경찰인 지구대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집니다.


17167953291733.jpg

▲ ‘경찰같지 않은 경찰’이 작품의 핵심 요소입니다.


    하지만 ‘고증이 없다’는 것이 오히려 작품의 약점이 됩니다. 경찰이라는 기표는 엄격함, 규칙, 헌법과 법률, 절차, 합리, 공정 등의 기의를 내포합니다. 개그 만화가 경찰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은, 경찰이 가진 이러한 기의를 ‘엉뚱한 한 경찰’의 돌발로 비틀어버림으로써 아이러니의 효과를 유발하기 위함이겠죠. 정상적 상황을 기대하는 주인공이 비정상적 상대를 만나 독자의 입장에서 혼란스러워하는 데에서 작품은 웃음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품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경찰에 대한 이미지에만 기대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즉, 김용과 광이가 ‘꼭 경찰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황이의 행동은 꼭 경찰이 아니어도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우니까요. 기왕에 경찰을 소재로 삼았다면 경찰에 대한 고증을 바탕으로 경찰의 행동을 묘사한 뒤, 마지막에 가서 그 개연성을 비틀어버림으로써 웃음을 유발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소재가 더욱 유의미하게 활용되었겠지요. 스토리와 설정은 더욱 탄탄해지고, 웃음의 효과는 극대화되었을 것입니다.


17167953316589.jpg

▲ 작품에서 ‘경찰’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헛소리’가 중요하죠.


    그러나 작가는 더 많은 ‘헛소리’를 더욱 이상하게 나열하는 데 집중합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을 상실한 ‘헛소리’는 딱 그 ‘헛소리만큼’의 웃음만 유발하죠. 유명 축구선수 이름으로 대화하는 김덕초의 캐릭터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독자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헛소리’를 보아왔고, 그만큼 익숙해졌습니다.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을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90년대나 2000년대에는 황당함 자체가 웃음을 주었겠지만, 2017년을 사는 우리에게는 ‘적절한 황당함’이 필요합니다.


    «이말년 시리즈»의 첫 에피소드 ‘불타는 버스’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의 플롯은 이렇습니다.

담배를 피우며 버스를 기다리는 청년 -> 급하게 버스를 타며 담배를 돈통에 집어넣음 -> 불길과 연기 -> 소독차로 오인한 아이들이 따라옴 -> 차세우고 불끄라는 요구를 묵살 (개연성의 좌절 1) -> 불타는 버스가 청와대로 향함 (개연성의 좌절 2) -> 경찰버스 저지선에 충돌 -> 결론의 무화

    이처럼 병맛 개그는 여느 개그와 마찬가지로 구사하기 어려운 개그입니다. 최소한의 개연성이 필요하고, 개연성을 좌절시키는 적절한 장치가 필요하며, 합리적 결론을 어떻게 무화시켜 웃음을 유발할 것인가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즉, ‘개그의 구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두의 경찰»을 비롯한 최근의 병맛 개그 트렌드는 ‘헛소리’에 집중한 나머지 구성을 잊습니다. 6화의 끝말잇기 에피소드가 차라리 재미있네요. 캐릭터, 구성, 개연성의 좌절 등이 오랜만에 어우러진 에피소드입니다.


17167953324297.jpg

▲ 심플한 구성도 제대로만 하면 재밌습니다.


    ‘이상한 경찰’이라는 소재는 분명 웃긴 소재긴 하지만, 그 자체로 놀라울 만큼의 웃음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기발한 상상력’은 ‘적절한 구성’을 통해서만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구구까까» 리뷰에서도 이야기했듯, 단타 여러개보다는 적시타 한 개가 낫습니다. ‘약을 빠는’ 것도 좋지만, ‘약만 빨아서는’ 안되지 않을까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