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혼전연애» 클리셰와 비틀기의 오묘한 중도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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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디선가 많이 본 것만 같은 설정, 설정, 설정들
«혼전연애»의 시작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낯익은 설정들에서 출발한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두 남자가 자녀들의 결혼을 약속한다. 그 약속은 두 세대를 건너뛰어 손자 손녀들에 가서야 이루어진다. 전쟁터에서 맺어진, 잊혀질 수도 있었던 이 약속을 고집스럽게 기억한 사내 중 하나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명성그룹의 회장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손녀는 재벌 3세이고, 그렇다면 이 로맨스는 가난한 남자와 재벌 3세 여자의 로맨스 코미디... 이런 사연에 휘말린 상현와 서은는 학을 떼며 반대하지만 무대뽀 할아버지들은 강제로 맞선을 보게 할 뿐만 아니라 강제로 두 사람의 신혼방을 차려서 동거를 시킨다.
연출 용어로 이러한 것들을 '클리셰'라고 한다. «혼전연애»에는 이러한 익숙한 설정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 '클리셰'는 주인공 커플의 설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상현에게는 십년지기인 소꿉친구 유아가 있다. 십년동안 옆집에서 살아온 유아는 혼자서는 제대로 뭘 못할 것 같은 칠칠맞은 캐릭터이다. 상현은 유아를 항상 옆에서 챙겨준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이 사실은 사귀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다. 이러한 설정 또한 기존 작품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설정들이다.
2. 어딘가 작위적인, 그러나 매력적인 클리셰 비틀기
그렇다고 이 작품이 '클리셰'로만 점철된 작품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할아버지들이 이 '동거작전'을 진행하는데 참모로서 활약하는 '유리씨'같은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연애 만화가인 유리씨는 참모로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재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트릭을 설계하지만 그 트릭은 번번히 실패한다. 욕실에서 실수로 마주치는 아찔한 이벤트를 설계하지만 주인공의 절약 정신(?)으로 인해 실패. 워터파크에서 불량배가 조우하는 이벤트를 설계하지만 직원 프로필을 모두 외우고 있던 여주의 기억력으로 인해 실패. 이러한 비틀기는 단순히 주인공 커플이 빠지는 난관에 즐거워하는 단방향의 즐거움이 아닌, 일종의 두뇌싸움 같은 즐거움을 제공한다. 어느 쪽도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고, 다음 승부도 누가 이길지 모른다.
유아와 서은의 조우씬을 보자. 낯선 여자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상태에서 마주친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상황. 보통의 러브 코미디란 이 오해로 한바탕 소동이 나고 오해가 해소되는데 여러 컷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현은 침착하게 이 상황을 진정시킨다. "어차피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 이 상황에 네가 분노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상황이 아닌 만큼 오해를 하지 말아달라." 서은은 순간의 분노를 억누르고 납득한다. 그리고 유아의 폭탄같은 선언. "아하 그렇게 된거구나? 그럼 내가 너희의 파혼을 도와주지!" 삼각관계의 시발점이 될 것 같았던 이 상황은 순식간에 주인공 진영의 새로운 브레인 영입으로 바뀌고, 본격적인 주인공 팀 vs 할아버지 팀의 구도가 완성된다.
3. 만화의 본질을 추구한 묵직한 돌직구
«혼전연애»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 만화를 왜 보는가 하는 질문에는 여러 대답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 복잡한 이유 같은게 필요하지 않다. 만화는 그냥 재미있어서 보는 것이다.
▲ 만화 보는데 이유가 어딨어!! 그냥 보는거지!!
«혼전연애»는 충실하게 이 재미를 추구하는 노선을 따라간다. 앞서 '클리셰'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그게 이 만화의 단점을 이야기 한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너무 뻔한 장면에 대한 지적을 할 때 이 단어를 사용하곤 하지만, '클리셰'라는건 연출 기법의 일종이지 나쁜 의미의 용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네온비의 «기춘씨에게도 봄날은 오는가»에는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기춘이가 현재의 자기 모습을 비관하며 장미에게 숨겨온 정체가 현동과 링링으로 인해 밝혀진다. 하지만 러브라인이 형성되기엔 문제가 있는 것이, 장미의 룸메이트 언니가 소개해주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었던 것. 이 때 현동과 링링은 장미의 핸드폰을 빼앗아간 후 단 한컷만에 상황을 정리해 버린다. "다 해결됐어. 언니가 소개해준다던 사람도 바로 기춘이야." 전통적인 극 연출로는 기행에 가까운 무책임한 연출이지만 독자들은 환호했다. 'LTE급 속도의 사이다급 전개'라는 평을 들은 이 장면은 «기춘씨에게도 봄날은 오는가»의 명장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저러한 '생략의 연출'은 저런 기발한 구성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바로 '클리셰'가 그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할아버지들이 결혼을 약속하고, 이 커플은 그걸 납득할 수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제 동거를 당하게 되는 일련의 이야기들은 이후에 전개될 스토리의 설정에 대한 부분이다. 러브코미디에서 중요한 것은 설정이 다 깔려진 이후의 사건들이다.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주인공이 거기에 당황하고 난감하고 엎치락 뒤치락 치고 박고하며 극복하는 것들이 러브코미디의 핵심이 아닌가. «혼전연애»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설정으로 후다닥 배경 설정을 깔아놓은 후 묵직한 돌직구로 바로 본편을 뿌리는 것이다.
4. 흥미진진해지는 전개,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클리셰만 있는 작품은 있지만 클리셰가 없는 작품은 없다.’
‘대중들은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고, 친숙한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것을 원한다.’
클리셰에 관련된 유명한 문구들이다. 처음 뻔한 이야기일 줄 알았던 «혼전연애»는 의외의 재미 요소들을 무장하고 그 생각을 깨버린다. 삼각관계로 발전할 줄 - 사실 나중에라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겨두고 있지만 - 알았던 소꿉친구 유아는 주인공 팀으로 합류하며 참모 역할을 맡게 되었고, 유리씨의 잇딴 참패에 할아버지가 직접 전선에 나선다. 헤어지기 위해 시작한 이상한 동거는 과연 어떻게 끝이 날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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