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호레 - 묵직하게 밀고 들어오는 정통 판타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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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판타지입니다. 웹툰에서는 보기 드문, 아주 정석적인 하이 판타지(High Fantasy)에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 그 세계에 대한 밝혀지지 않은 비밀들, 세계의 비밀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주인공과 일행. 마지막으로 그들이 떠나는 모험까지.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라면 누구나 설레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지요.
물론 어설프게 정통 판타지를 추구했다가는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뿐입니다. 정석만큼 시작하기 쉽지만, 동시에 재미를 주기 어려운 길이 또 없으니까요. 웹툰 ‘호레’는, 다행히도 합격점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품의 시작부터 인물 조형까지, 고전적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판타지의 법칙을 충실히 따릅니다. 주인공 ‘리오 브란테’는 굳이 세계의 비밀까지 끌고 가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의 비밀을 가진 소년입니다. 광산도시 ‘채빌’에서 광부로 일하고 있는 이 예쁘장한 소년은 - 판타지물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 - 또래보다 힘이 매우 세고, 불우한 가정환경(아픈 여동생과 어머니, 가장의 부재... 등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인공 ‘호레’는 어느 날 갑자기 채빌에 찾아온 낯선 이방인으로, 말쑥한 차림에 샤프한 타입의 미남인 것 같지만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다닙니다. 무서운 검술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우연을 가장하지만 누가 봐도 전혀 우연 같지 않은 사건을 빌미삼아 리오에게 접근하고, 그의 뒤를 캐며 무언가 목적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분량) 끝에 점차 리오의 비밀과 호레의 목적이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합니다.
하이 판타지의 전통적인 노선을 충실히 따르는 만큼, 기본기 또한 뛰어난 작품입니다. 만화로서도 인물, 배경, 전투 묘사까지 모두 안정적인 작화를 보여줍니다. 특출 나게 칭찬할 정도는 아니지만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잘 살리고 인물들 역시 개성 있게 그려냅니다.
설정의 깊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어설픈 판타지 창작물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치명적인 실수인, 수박 겉핥기식의 ‘겉멋만 든’ 설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굳이 판타지라고 명명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읽는 이유는, 물론 현실의 제약에서 벗어나 창작자가 펼치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즐기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재미없는 판타지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설정을 별 생각 없이 그대로 가져와서는, 이야기의 전개에 크게 필요도 하지 않은 채로, 쓸모없이 낭비하기 일쑤지요.
‘호레’에서는 조밀하게 짜인 하이 판타지 세계관에 따라 모든 이야기와 인물들의 행적이 좌우됩니다. 딱딱한 설정만으로 채워진 만화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현실의 물리법칙과 사회의 법과 제도에 의해 제약을 받고 그 속에서 살아가듯, 호레 속 인물들도 세계의 비밀과 그 한가운데에 빠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야말로 판타지의 진정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초반에 극적인 사건이 없기 때문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조금만 참고 넘기면 고요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환상의 세계를 여행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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