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아날로그 맨 - 서글픈 청춘의 초상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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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김수박이 스스로의 삶을 기초로 해 구성, 자신의 서울 생활보고서이자 삶에 대한 진솔한 고백. 픽션과 논픽션, 현실과 몽상을 넘나들며 한국 만화의 독창적 영역에 들어간 바로 그 만화, 아날로그 맨.
농담이었으면 뉴스에 등장했을 리가 없는 단어, 헬조선 2015. 대학진학률이 아무리 높아도 취업률 앞에 좌절하게 되는 세상이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먹을 것이 넘쳐나지만, 가끔은 마치 그것이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한 상차림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매주 목요일 백화점 오픈 시간마다 줄을 섰다는 친구의 이야기 또한 나와 같은 잉여들에게는 거리가 좀 먼 이야기이다.
얼마 전 방영했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보며 서글펐던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서글펐고, 서글펐고, 서글펐다. 부모님 뵐 면목도, 돈도 없어 귀성길에 오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었을 잉여로운 Show가, 그것을 보고 ‘예능이잖아.’라고 쿨하게 넘기지 못하는 내가.
웹툰 ‘아날로그맨’을 읽으며 퍼뜩 그 쇼가 생각났던 것은, 이것이 꾸며낸 것이 아닌 현실 위에 쌓아올린 이야기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적 배경은 십년도 더 전이지만 그곳에서 펼쳐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지금의 괴로운 청춘들과 그리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웹툰은 나에게 조촐한 위로가 되어 주었다.
헐렝이의 시선은 사실 만화적인 느낌보다 다큐멘터리같은 느낌을 준다. 나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두고 아무렇지 않게 “왜?”냐고 묻는 무신경한 주변인들. 왜 사는 게 재미없는지, 왜 결혼은 안하는지, 왜, 왜, 왜. 그럼 너는 왜 그렇게 생각 없이 지껄이느냐고 묻고 싶어지는 장면들이 지나가면 이 웹툰의 여정의 시작되는 친구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 오래 전 다툼을 벌인 후 긴 시간 연락이 없었던 친구 칠칠이가 보내 온 손편지였다. 그는 얼마 전 한국 전쟁, 가장 치열했던 전적지 다부동 숲속으로 숨어 자신의 주민권과 사회적 권리를 포기하고 아내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동시에 그를 초대하며 다부동 숲속으로 가는 길 편이 적혀 있는 인쇄물을 동봉한다. 그리고 삼천 원 중 이천 원으로 계란을 사먹고 천원밖에 남지 않은 헐렝은, 결국 기차에 몸을 싣는다.
만화가 김수박은 마치 진중한 영화를 한 편 찍는 듯한 어조로 이야기를 읊조리는데 그때마다 등장하는 한 줄, 한 줄의 말들이 좋은 싯구를 옮겨다 적은 듯 섬세하고 깊다. 그림 또한 마찬가지다. 흑백영화처럼 검은 잉크로 그려낸 것 같은 캐릭터와 배경들은 그가 읊조리는 대사들을 받아 적기에 좋은 화선지처럼 보이니 말이다.
알고 보니 김수박 화백은 <또 하나의 약속>의 모티브가 된 작품인 <삼성에 없는 단 한가지>로 프랑스 녹색당이 주는 ‘해바라기 상’을 받은 작가였다. 사회가 답답하니까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접근한다는 그의 젊은 시절이 바로 ‘아날로그맨’에 담겨 있는 셈이다.
환상은 희망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선명한 사실은 각성을 시켜 준다. 그런데 김수박 화백이 각성시켜 주는 이야기에는 어쩐지 희망이 느껴진다. 그 세월을 다 견디고 지금의 자리에 오른 그를 보며 희망을 가져도 되냐고, 조용히 묻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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