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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퍼펙트 하프, 의외로 본격적인 판타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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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66회 작성일 24-05-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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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성인물의 조합입니다. 성인물과 판타지의 조합이라고 말해도 좋고요. 제가 방점을 찍고 싶은 건 판타지에요. 온갖 자극적인 소스의 19금 웹툰이 판치는 레진코믹스에서 꽤 오랫동안 인기작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만화가 재밌는 비결은 섹스보다는 판타지에 있습니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비현실의 세계, 그 세계를 변화하는 - 혹은 구원하는 - 주인공, 그런 주인공을 가로막는 거대한 적과 음모. 뭐 그런 것들이죠. 판타지의 재미를 책임지는 요소들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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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를 길게 소개하지는 않을 겁니다. 리뷰어로서도 곤혹스러운 일이고 독자들도 재미가 없을 테니까요. 사실 줄거리는 레진코믹스의 공식 소개만 읽어봐도 충분하지 않나 싶습니다. 리뷰를 읽고 있는 독자들의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 세계는 남자들의 국가와 여자들의 국가라는 이분법적인 형태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원래는 극단적인 남성우위의 국가에서 여자들이 정치적 반란을 통해 독립했다는 설정이에요. 국가 형성의 역사가 역사인 만큼 남자들의 왕국 '검은늑대'와 여자들의 국가 '붉은 여우'는 대단히 적대적인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해랑아이'와 여주인공 '아리윤술'은 이 고착화 된 세계를 변혁시킬 핵심적인 인물들입니다. 둘 다 군인이기도 하고요.


줄거리 소개는 여기까지. 이야기의 구조나 방향성 자체는 크게 복잡하지 않으니 직접 가서 읽어보는 편이 훨씬 좋습니다. 리뷰글로서 지면에 담아야 되는 건 당연하지만 독자들이 귀중한 시간과 돈을 들여 이 만화를 감상해야 될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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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설정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성(性)을 기준으로 분단된 정치 체제라는 설정 자체는 크게 특이할 게 없지만, 그저 남자와 여자가 국가 단위로 싸운다, 그 와중에 섹스를 한다, 우와악! 이런 단순무치한 설정이 아닙니다. 실제로 세계가 그렇게 바뀌었을 때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사회가 어떤 구조로 이루어질지 고심을 한 티가 많이 납니다. 남녀가 국가 단위로 갈라서서 쌈박질을 해대면, 종족의 보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 오랜 시간이 지나며 형성된 관습이나 제도에 이르기까지. 물론 거대한 사회학 실험을 소설이라는 방식으로 옮겨적은 듯한 일부 SF소설 등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판타지를 자처하는 이상 지켜야 될 기본기는 충분히 넘어섰다고 봐도 좋습니다.


다음으로 그 설정을 무리없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여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절대다수의 독자들은 관심도 없는 장황한 세계관 설명을 구구절절 늘어놓거나 역사 수업, 설명충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서 거칠게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 대신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인물들이 겪게되는 사건과 갈등, 경험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체감'할 수 있도록 배려해요. 설명이나 이해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서사 매체를 감상하며 재미와 즐거움을 요구하지 공부를 하고 싶은 건 아니죠. 정말로 많은 판타지의 이야기들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수이기도 한데, '퍼펙트 하프'는 이 문제에서 전적으로 자유롭습니다.


두 가지 함정을 잘 피해간 덕분에, '퍼펙트 하프'의 세계는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잘 짜여진 세계관일 뿐더러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이 헤쳐나가는 사건들 또한 그 세계관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거든요. 그렇게까지 본격적인 하이 판타지(High Fantasy)는 아니지만 판타지로서 충실히 기능하고 있는, 재미난 작품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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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과 세계관에 대해 많이 다뤘으니 그 다음은 '이야기'의 차례입니다. 사실 판타지 장르에 익숙한 독자라면 크게 와닿지는 않을 수 있어요. 왜냐하면 서사 자체는 꽤나 고전적인 편이거든요. 한때 잘 나가던 고수인 부모님 아래에서 교육받으며 자란 주인공, 그런 주인공에게 운명적으로 끌리는 -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중요한 위치에 있는 - 여주인공, 둘은 공통적으로 고여버린 시대적 가치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구시대를 대표하는 세력들은 이들을 견제하죠. 하지만 크게 재미를 해치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소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불필요한 내용들은 - 이를 테면 지나치게 힘을 숨기는 주인공이라든지 -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검증된 이야기 구조는 단점보다는 장점이라고 표현하는 쪽이 더 어울립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관에서 플러스 점수를 깔고 들어가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작화. 작화는 물론 두말할 필요없이 훌륭합니다. 이 부분은 역시 직접 보고 확인하는 게 더 좋은데, 세간의 평을 빌리자면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라고. 작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에 가까운 제가 왈가왈부할 깜냥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퍼펙트 하프'는 판타지 웹툰으로서도 좋은 작품이고, 성인 웹툰으로서도 본분을 잊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된 판타지가 그리운 웹툰 팬이라면, 얼른 달려가서 직접 확인하시길.


- 2018 / 04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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