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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청아와 휘민» - 백합, 그 불안의 로맨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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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7회 작성일 24-05-2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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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성애를 소재로 한 백합과 BL 장르는 만화와 소설을 중심으로 한 서브컬처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아 90년대 이후 서서히 저변을 확대해온 백합과 BL 장르는, 이제 확실한 독자층을 가진 하위 장르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물론 공중파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루기에는 여전히 다수 대중의 저항이 크기는 하지만, 적어도 현재 청년 세대가 향유하는 콘텐츠 중 하나로서 특히 여성 독자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는 장르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 중 백합 장르는 BL 장르에 비해 독자층이 적은 모습을 보여주고는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오히려 남성 독자층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백합 장르물의 창작으로 그 외연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섬멍 작가의 «청아와 휘민»은 로맨스 위주의 백합물로, 성적 묘사를 자제하고 두 주인공의 감정 묘사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작품은 놀랍게도 두 주인공의 갈등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휘민의 과외 학생이었던 청아는 성인이 된 후 휘민과의 연애를 시작합니다. 두 사람의 관계도 어느덧 몇 년을 지난 시점에서, 휘민은 두 사람의 관계와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동성애가 여전히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자연스러운 고민이겠죠. 한편 청아 역시 나름의 불안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성향을 눈치챌까, 부모님에게 휘민의 존재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하죠. 대학생인 청아는 아직 독립을 통해 온전한 자신의 삶을 가꿀 수 없으니, 청아의 불안 역시 자연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위치와 입장에서 생겨나는 불안은 절충 없는 갈등을 만들고, 두 사람의 관계는 끝을 향해 가는 듯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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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자의 불안과 고민은 이내 갈등과 파국으로 향하게 됩니다.


    주인공의 위기는 주변인물을 통해 해소 혹은 고조되는 법입니다. 청아와 휘민의 갈등은 헤어샵 원장 고도민과 휘민의 회사 후배 윤서윤을 통해 해소됩니다. 서윤이 청아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건네는 인물이라면, 고도민의 헤어샵은 청아가 자신을 편안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되죠. 특히 서윤은 청아와의 대화를 통해 청아의 각성을 직접적으로 이끌어냅니다. 서윤은 아직 채 어른이 되지 못한 청아에게 질문을 던져 즉각적 감정에 따라 행동하던 청아에게 냉철한 이성을 돌려줍니다. ‘어른같은 애’에서 ‘애같은 어른’으로, 그리고 다시 ‘진짜 어른’으로 향해가는 청아의 모습은 두 사람이 비로소 제대로 된 어른의 연애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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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시작이 갈등과 위기라는 것은, 앞으로의 작품 전개 전체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장치가 됩니다.


    두 사람이 파국에 이를 뻔 했음에도, 이 과정에 두 사람을 방해하는 ‘인물’은 없습니다. 그것은 동성애라는 소재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하는 것이겠습니다.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사랑을 지켜나가는 것이 현대 낭만적 로맨스의 핵심 주제라고 할 때, 동성애라는 소재는 그 자체로 고난과 역경을 전제하며 오히려 그 고난과 역경이 대중에게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그 묘사만으로도 이야기는 개연성을 얻고 작품은 의미를 획득합니다. 기사와 귀족 부인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다룬 중세 서사시가 그 소재 자체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현실이 동성애에게 주는 고난과 역경은 그 자체로 낭만적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룰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백합과 BL 모두 진짜 동성애를 그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이성애의 시선으로 바라본 판타지로서의 동성애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으로서의 완성도 때문에라도 동성애를 둘러싼 시선과 현실을 다룰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제 청아와 휘민은 각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로부터 비롯된 고민과 불안을 서로 나누며 성장하고 사랑할 것입니다. 세상과 싸우며 서로를 지키고자 애쓰겠지요.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두 사람을 위협한다는 것. 한 사람의 존재 자체가 그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 한 사람의 독자로서 저는 «청아와 휘민»을 보며 존재와 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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