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진지해지면 더 좋을 - 죽어도 좋아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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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싫어하는 '꼰대' 과장이 있다. 남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데다 일도 못하고 남 무시하는 데에도 도가 텄다. 부하직원들은 매일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란다. "백과장 죽어버렸으면."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났다. 누군가 백과장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라면 백과장은 죽는다. 대신 주인공 이루다의 하루도 반복된다. 끔찍한 상황. 하루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백과장을 젠틀맨으로 만들어야 한다.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유지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기를 빼지 않는 그 노력은 시간이 지날 수록 작품의 심각한 기운까지 뽑아가 몰입을 아쉽게하는 결과를 낳았다.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아도 작가의 개그 욕심은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듯이 더 빛나서 작품 내 세부적인 전개에 위화감을 느낄 정도로 개그를 뿌려댄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자주 쓰이는 개그 연출 기법 중에 이런게 있다. A가 상처가 될만한 말을 B에게 하자 B에게 화살표가 날아와 박힌다. 물론 다음 순간 B에게 남는 상처는 없다. 개그 씬이니까. 이런 연출도 생각해볼 수 있다. 누군가 썰렁한 개그를 하자 일행이 모조리 얼어붙는다. 물론 다음 순간 일행들은 멀쩡히 움직인다. 개그 씬이니까. 하지만 <죽어도 좋아>에는 이 만화적 허용이 들어간 개그씬과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만화로 치자면 화살표 박힌 B가 그 화살표 때문에 죽는 식이요, 얼어붙은 동료들이 진짜로 동사하는 식이다. 스토리 진행 상 반드시 B가 죽어야 했고, 동료들도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야 했다고 쳐도 이런 방식은 조금 당황스럽다.
<죽어도 좋아>는 전체적인 틀이 망가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가는 개그를 난사한다. 작품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어 보기 쉽게 만든 것도 좋고, 오히려 이만큼 개그씬을 남발하면서도 작품 노선이 흔들리지 않는 역량도 놀랍지만 그래도 때론 작품이 조금만 진지해져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자꾸 머리 위를 맴돈다. 특히 세세한 전개를 개그로 밀어붙일 때 마다 조금 더 감정선을 건드렸으면 멋진 장면이 나왔을것 같단 아쉬움을 지울수가 없었다. 아무리 진지한 장면을 못그린대도 귀갑묶기 복장을 입고 이루다를 찾아다니는 부장보단 더 감정이입이 잘되는 컷을 그려넣을 수 있었을텐데, 교육과정에 무리한 개그를 넣기 보단 평탄한 전개로 몰입을 유도하는 게 더 좋았을지도 모르는데.
이 작품이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토리도 말하고자 하는 바도 놓치지 않고 자기가 이끌고 싶은 방향을 확실히 제시했단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하지만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개그로 채워진 세부적인 묘사와, 조금은 취향을 탈수도 있는 개그 일변도 노선은 더 좋은 작품이 될수도 있는 작품을 다소 '아쉽게' 만든 듯 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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