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이 만화는 왜 인터넷을 달궜는가? - 소꿉친구 ☆ 소녀 쇼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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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 코믹스에서 웹툰 [부랄친구]를 연재한 경력이 있는 작가 한라감귤의 습작 [소꿉친구 ☆ 소녀쇼크]는 작가의 준수한 그림실력으로 한 번 화제를 모으고, 막장이라 할만큼 자극적인 전개로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으며 인터넷 판을 뜨겁게 달궜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작가들의 습작은 많고도 많으며, 그 중에서도 화제를 모으는 경우는 보통 준수한 퀄리티의 작품이 습작으로 연재된 경우거나, 작가의 네임벨류 때문에 잠깐 이야기가 나돌고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스토리와 캐릭터성이 이상하게 잡혔다고 해서 이만큼의 화제가 몰리는 일은 거의 없기에 이번 한라감귤 작가의 작품 흥행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째서 이 작품은 인터넷에서 이러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일까? 오늘 이 시간엔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작가 한라감귤
한라감귤 작가는 레진 코믹스 출신 프로 웹툰 작가다. 작가의 특기할만한 점이라면, 그림체와 컷 구성 능력은 웹툰 작가의 교과서라고 해도 될만큼 준수하지만, 서사와 캐릭터성 면에선 약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작가의 전작 [부랄친구] 역시 캐릭터 면에서 지나치게 과장된 남자 주인공을 필두로 세운 작품으로 '만화니까' 넘어가는 어색한 전개가 자주 보인다. 거기에 더해 성적으로 다소 지나친 개그를 남발하기 때문에 한라감귤 작가의 작품은 그 구성 능력과 나름의 흡입력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매니악한 작품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런 작가가 인터넷에 올린 [소꿉친구 ☆ 소녀쇼크]는 작가의 네임벨류와 비교해서도 유례없는 반향을 일으켰다.
부랄친구 1화의 한장면
소꿉친구 ☆ 소녀 쇼크
[소꿉친구 ☆ 소녀 쇼크] 에서도 작가의 이러한 묘사는 가감없이 이뤄진다. 주인공이 딱지 못 뗀총각이라며 서슴없이 비웃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주인공은 허구헌 날 괴롭힘을 받다가 결국 그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작품의 도입부는 이미 결혼한 남자와 여자 주인공을 이렇게 비추면서 마무리 된다.
이후 연재된 2화에선 이런 여주인공이 주인공을 정말로 좋아했으며, 홧김에 자신이 딱지를 뗐다고 말하자 충격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걸 통해서 작가는 여자 주인공이 말은 막해도 남자 주인공을 사랑한단 사실을 어필한다. 작품의 컷 구성은 이런 여자 주인공의 극심한 표정 변화와 감정을 통해 남자 주인공을 사랑하면서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는 캐릭터성을 표현한다. 여기에 이르러서 독자들에게 작가는 이 작품을 단순히 개그성이 강한 연애물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후 전개에서도 작가는 그렇게 주인공을 총각이라고 놀리던 여주인공 역시 경험이 없다는 걸 보여주며 작품의 내용을 개그성 짙은 연애물로 포장한다.
하지만 작품을 들끓게 만든 6화에 이르러서 작가는 그토록 주인공의 처음에 집착하던 여주인공이 사실 남자 주인공의 친구와 이미 경험을 한 상태임을 밝히며 독자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사실, 여기까지 와서 이해가 안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왜 이 작품을 읽던 독자들은 전개에 분노했는 가? 혹자는 이에 대해 여주인공의 처녀성에 집착하는 오타쿠 문화가 만들어낸 분노라고 표현하지만, 실제 작품 전개에 대한 비판은 이와 다르다. 독자들의 분노는 처녀성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작품은 작가 특유의 비현실적일 정도로 타인에게 의존하는 캐릭터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성의식과, 그러면서도 뛰어난 컷흐름과 작화를 통해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작품의 컷 구성은 매우 치밀하다. 감정 표현에서 가감의 타이밍을 제대로 맞출 줄 알고, 작품 전개 내에 어색하지 않게 복선을 깔아둘 줄 안다. 실제로 작품 내부에서 이미 여자 주인공은 애널 섹스 경험이 있단 사실이 나타나며, 작품의 뒤통수치는 듯한 전개는 이미 작중에서 암시되어 있기에 어색하지 않다. 흐름을 보아도, 작품의 연출을 보아도 작품의 전개는 매우 자연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의 전개는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제 총각 딱지를 뗐다는 거짓말 한마디에 충격을 받을 정도로 주인공의 첫경험에 집착하는 여자 주인공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분위기에 휩쓸려, 그러면서도 동시에 정조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줘야한다는 명목으로 주인공의 친구와 애널 섹스를 감행한다. 작품은 매우 자연스러운 컷 흐름으로 이 이해되지 않는 전개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건 없던 일로 치자며 털어버리는 장면으로 작품을 보는 독자들을 당황하게 한다. 이 캐릭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주인공의 첫경험에 집착하는 전반부의 캐릭터와, 주인공의 친구와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냥 쿨하게 뒤로 하고 만다는 후반부의 캐릭터가 이어지지 않으면서 괴리감을 준다. 동시에, 그동안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던 독자들은 여자 주인공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납득을 하지 못한다. 만화적인 전개로 본다면, 굳이 주인공을 완벽히 사랑하는 캐릭터에게 부여할 전개인가 싶은 전개고, 현실적으로 본다면 정조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이런 일을 자행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하는 의문을 준다. 현실적으로도 만화적으로도 납득이 힘든 캐릭터성을 어필한 셈이다.
이 작품의 논란은 작가의 연출력과 스토리 역량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해 이뤄진 결과다. 작가는 이 캐릭터의 순수성을 지킴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다른 남자에게 흔들린단 갈등을 넣으려 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이렇다. 아무도 현실적인 전개를 원하지 않는 장르에 어설픈 현실성을 끼워넣는 것은 작품에게 독이 된다. 똑같은 꽃이라도, 라플레시아와 진달래는 향이 다르다. 향이 다른 만큼 꼬이는 이들도 다르다. 사군자의 흉내를 낸들 라플레시아는 라플레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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