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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위 아 애니멀스» - 동물과 인간, 그 사이 어딘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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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5회 작성일 24-05-2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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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라는 매체는 그 특성 상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적게 제약되는 매체입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동물이나 사물이 자아를 가질 수도 있으며, 전혀 다른 존재가 서로 의사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을 작가가 원하는대로 시각적으로 구현하기까지 하죠. 고대 이집트의 벽화, 혹은 더욱 거슬러 올라가 신석기 시대 동굴 벽화에서도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는 이 만화라는 매체는, 이제 인간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가장 유력한 매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우블루 작가의 «위 아 애니멀스»는 이러한 만화라는 매체의 특별함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동물의 의인화를 통해 동물의 행동과 인간의 감정을 한 번에 표현할 수 있었으니 말이죠. 작가는 동물의 ‘행동’을 인간의 ‘행위’로 치환함으로써 보다 인간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독자가 보다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1화에서 문어가 알을 보살피는 행동은 어머니가 자식을 포살피는 행위로 치환되어 독자에게 전해지죠.


    이러한 작가의 직관과 상상력은, 연출과 표현력, 그리고 탄탄한 작화를 만나 더 강력한 설득력을 만들어냅니다. 인체와 동물의 표현이 모두 어색하지 않고 동적인 부분도 제대로 표현해 냅니다. 연출 면에서도 줌 인과 줌 아웃을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극의 진행도 느슨한 부분 없이 긴장감을 충분히 유지합니다. 다른 것을 떠나 ‘그림’ 하나만으로도 감상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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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연출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대단한 컷 연출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 작품의 가치는 높은 수준에 작화에 머물지만은 않습니다. 작가가 동물에서 인간적 단면을 발견해내는 시각은 통속적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6화 ‘뿅가는 밤’은, 반라의 인물과 성적 상징, 알 수 없는 약물이라는 장치와 몽환적 이미지를 통해 검은여우원숭이의 습성으로부터 ‘마약과 섹스’의 이미지를 유도합니다. 에피소드의 끝에 가서야 소재 동물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겠지요. 동물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일 수 있으나, 그것을 다양하면서도 날카롭게 변주하는 것은 온전히 작가의 역량에 달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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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겹쳐져 낯설고 묘한 느낌을 줍니다.


    다만 작가가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동물의 행태 중에서 인간적 면모를 발견하고 그 극적 구현을 통해 숭고미를 표현한다는 식의 명확한 주제가 있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은 여전히 ‘동물의 행태를 의인화하여 표현하는’ 소재 중심의 만화입니다. 예를 들어 11화 ‘안녕, 내 사랑’은 강아지를 그린 에피소드가 아니라 강아지를 키운 주인을 그린 에피소드입니다. 그러다보니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성은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통일적 주제의식을 너무 강조하려고 했다면 자칫 작위적인 작품 세계가 그려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동물의 세계는 그 자체로 인간의 세계와는 구분된 것이기에, 인간적 시각으로만 그것을 해석해서는 안 되겠죠. 이 작품의 의미는 동물의 세계를 만화적 상상력을 통해 완전히 다른 세계, 즉 인간적 세계로 인식하게 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관 하나를 창조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관 창조를 위해서는 허구 하나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이 작품을 위해서는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의 지속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동물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사이 그 어딘가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11화는 그 긴장 관계 유지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에 놀라고, 그 완성도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됩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은 감동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두 세계 사이 어딘가, 알 수 없는 세계의 알 수 없는 감정을 더 오래 더 많이 맛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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