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삼국지톡] 무료웹툰 미리보기
페이지 정보
본문
고삼무쌍 [케이툰]
가후전 [레진코믹스]
오늘날에 이르러 단순한 삼국지는 웹툰판 대세에서 멀어진 셈이다. 삼국지라는 소재가 웹툰판에 나온 이후, 삼국지 정사 보다는 재해석과 리메이크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마사토끼의 [가후전]의 경우, 삼국지의 책사 '가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케이툰에서 연재된 [고삼무쌍]의 경우 삼국지 세계관을 고등학교들로 바꾸어 학원물로 나타냈다. 이처럼 현세대에서 삼국지는 그 원전 자체보다는 어레인지된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삼국지톡]의 기획 배경은 이런 참신한 어레인지에 대한 독자들의 흥미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독자들은 자신이 아는 지식과 작품에서 묘사된 배경을 비교해보며 즐거워할 수 있고, 작가는 시나리오 면에서 기반이 있기에 작업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장점과 단점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듯, 어레인지로 인한 이득과 아쉬움 역시 다른 이야기다.
[삼국지톡]은 '삼국지 시대의 인물들이 스마트폰을 쓸 수 있었다면' 이라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유비 관우 장비는 서로의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우연히 친구가 되고, 명문가들은 TV를 통해 얼굴을 비추는 재벌이며, 적토마는 스포츠카가 된다. 이런 현대에 기반한 어레인지로 인해 작품 속 설정들은 세세한 부분에서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이 변화는 작품 전개에 큰 틀을 바꿔놓지 못한다. 결국 장비는 장팔사모를 쓰며, 여포는 방천화극을 쓰고, 초반에 유비에게 물품을 지원해주는 상인들은 유비에게 말을 지원해준다. '현대적인 문물이 삼국지 시대에 있었다면'이라는 전제와, 헬리콥터로 중계를 하고 보고서를 노트북으로 치는 외양과는 다르게 작품은 여전히 고전적인 삼국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마트폰과 현대 문명은 분명히 존재하건만 당시 살고 있던 후한 국민들은 이를 가지고 SNS를 제외한 어떠한 활용도 하지 않는다. 매 화마다 등장인물들은 적극적으로 스마트폰 SNS와 사진 올리기에 열을 올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냉병기를 들고 전쟁을 하며 여전히 옛날 사람들처럼 생활한다.
'옛날 사람들처럼 생활을 한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문제다. 작품 속 배경은 이 때문에 매우 모호해진다. 적토마는 스포츠카가 됐지만, 여포는 여전히 방천화극을 쓴다. 동탁을 암살하기 위해 준비한 보검은 리볼버가 됐지만, 조조는 여전히 '리볼버를 바치려고 동탁님 머리에 대봤다.'는 식의 변명을 내민다. 현대도 과거도 아닌 어중간한 지점에서 구색을 맞춘 고증은 작품의 포지션을 더욱 어중간하게 만든다. 현대를 기반으로 삼국지를 만들자면, 확실하게 현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야한다. 폭스툰에서 연재되는 [표류도시]의 경우 삼국지를 기반으로 아예 세계관과 이야기를 재구성해 다른 스토리를 만들었다.
폭스툰 [표류도시]
하지만 [삼국지톡]의 경우 현대와 과거를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고 있다. 전개 상에서 통일감 없이 편의주의적으로 선택한 변화는 반드시 충돌을 만든다. 충돌은 의문을 낳고, 의문은 거부감을 만든다. 거부감은 반발을 만들며, 반발은 작품의 구성 자체를 폄하하는 계기가 된다. A는 현대적인 모습인데 어째서 B에 대해선 과거의 모습을 고집하는 가? 라는 물음은 반드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런 어설프게 취사선택한 현대의 모습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통신체와 커뮤니티 및, SNS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대화하는 캐릭터들이다. 무게감있는 장면에서도 ㅋㅋㅋ가 남발되며 중요한 서사에서도 축약어 및 요즘 세대 방식의 언어가 난무한다. 특히 ㅋㅋ나 ^^ 같이 대사에선 표현되지 않을 감정선이 표현되는 말풍선이 상당히 여러개 보이는 데, 이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상당히 가볍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역사를 다루는 작품이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작품은 자신이 다루는 서사 자체를 상당히 가볍게 만들고 있다. 진지한 서사에 무게감을 줄이고, 가벼운 서사는 한없이 가볍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작품 내에서 자꾸 정사와 연의를 혼합하여 이마저도 취사선택하고 있는 데, 이 때문에 작품의 전개는 작가에게 가장 편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삼국지톡은 요약하자면 이렇다. 삼국지와 현대의 만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 역할과 만남이 제한적이고, 매화 삼국지 정보 내용을 적어두고 있지만, 이 정보는 항상 연의와 정사를 혼합한 단편적인 내용이며, 전개 면에서 스토리 작가가 굳이 필요한가 싶은 의아함을 내게 가져다 준다.
개인적인 요망으론 이 작품의 그림 작가가 진지하게 그려내는 삼국지를 보고싶은 소망이 있다.
- 이전글탑 여배우를 납치하는 조직을 막기 위해서 가드가 뭉쳤다? <가드> 24.05.27
- 다음글여대생 세정이, 여대생의 유혹 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