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외계인의 아이돌 생존기, <에이리언 아이돌>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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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렇습니다. 외계 행성 ‘라마’가 궤멸합니다. 눈앞에서 고향이 폭발하는 장면을 보지만 슬퍼할 시간도 없습니다. 함선이 폭파하기 전에 탈출해야 합니다. 생존자들은 ‘워프’를 이용해서 라마와 가장 비슷하고, 안전한 지구로 이동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다 같이 살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워프 직전 한 명이 낙오됩니다. 바로 주인공 ‘라이’의 연인 '로드'. 라이는 로드를 구하지 못한 채 지구로 오게 됩니다.
지구로 온 아이돌은 어떻게 살아갈까요? 여기에서 이 웹툰의 재미가 발생합니다. 어느 지구인의 집에 떨어진 그들은…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워프로 이동한 후 도착한 그곳이 국내 유명 연예기획사 사장의 집이었던 것입니다. 굵직한 아이돌을 키워낸 사장은 이 외계인들의 뛰어난 미모에 감화되어 즉시 ‘지구에서 아이돌로 데뷔’라는 제안을 하죠. 그리고 고향이 사라진 계인들은 그 제안을 승낙합니다. 갈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라마의 언어로 노래를 하면 언젠가 그들의 언어를 기억해줄 거란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데뷔곡 역시 라마어입니다. 그룹 내 지구인인 지호, 승우, 규원은 데뷔곡에 대한 진실을 모르죠. 그들은 사장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고안해낸 언어라고 믿고 있습니다. 메인 이야기는 외계인의 아이돌 생활기(보다는 생존기에 가까워 보이지만요)지만, 지호의 라이에 대한 관심, 그리고 라마에 혈통에 강한 집착을 보이는 슈 역시 라이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그리고 같은 소속사의 선배 가수 하연도 라이를 좋아하죠. 이런 긴장감은 ‘AI(에이아이, 에이리언 아이돌의 약자)’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더욱 미묘해집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설정이 있습니다. 지구보다 앞선 문명 세계인 라마는 지구와 신체적 성 분류 개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성/여성/성 미분화 병존체. 그중 성 미분화 병존체는 28세가 되면 자신의 의지대로 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낯설지만 아주 생소한 개념은 아닙니다. 지구처럼 '타고난 성'과 '신체적 성' 개념이 등장하고, 당연하게도 타고난 성과 신체적 성은 다를 수 있죠. 다만 28세 이후 선택할 수 있는 성이 여성, 남성, 양성, 중성, 무성 등 지구보다 넓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라이의 경우는 어려서부터 자신을 여성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인기를 끌면서 ‘남성의 모습인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을 보고 괴로워합니다. 이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구의 남성/여성 구분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또, 멤버 한 명이 희화화한 여장 벌칙을 받는 대신 멤버 모두가 제대로, 아름답게 메이크업을 받고 여성의 옷을 입고 꾸민 무대로 주목받는다든가, 이국적인 외모의 외계인 멤버에게 감사 인사를 표하는 팬이 생긴다든가. 이처럼 외계인이 아이돌로서 한국에서 살아가고 성장하는 이야기는 현재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그리고 아이돌 문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많은 문제들과 엮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점은 그림체와 색감입니다. 일본 순정만화체를 연상시키는 작화와 사이키델릭한 느낌의 푸른 색감,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도트 배경의 연출은 이야기와 합쳐졌을 때 시너지를 내는 요소입니다. 최근 회차에서는 본격적으로 삼각 구도의 조짐이 보입니다. 위태위태한 상황에 직면한 라이의 아이돌로서의 생존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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