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남자, 남자 공포증을 앓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삼각관계는 이 작품을 관통하는 세 가지 핵심 키워드이자 소재입니다. 하나같이 자극적이면서 동시에 흥미로운 소재이지만, 그렇다고 '시크릿 동맹'이 MSG를 팍팍 뿌린 맛에 의존하는 그런 웹툰이라는 얘기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시길. 오히려 그 반대로, 이 작품은 소재에서 비롯한 흥미는 잘 유지하면서도 천박하지 않게, 탄탄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인물들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살펴보지요.
주인공 "시안"은 학창 시절부터 심각한 남자 공포증을 앓고 있습니다. 생물학적인 남자라면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호흡 곤란이 올 정도이고, 말 한 마디조차 섞을 수 없어요. 웹툰이 시작하는 시점에서 대학생인 그녀는 홀로 자취하고 있고, 남자들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짧은 머리라든지 치마를 절대 입지 않는 등 보이시한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덕분인지 동성인 여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1화만에 과에서 손꼽히는 미인인 "유리"의 고백을 받게 되죠.
그리고 다시 2화에서 밝혀지는 이 작품의 첫번째 반전. 유리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고 시안을 스토킹하고 있었습니다. 시안은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지만 그녀의 과거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즉, 시안의 남자 공포증을 피하기 위해 여자로 위장하여 그녀하게 접근한 셈이죠. 여기에 시안이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시작한 아르바이트에서 또다른 남자와 엮이게 되는데, 이 부분까지 리뷰에서 언급하면 무례한 스포일러가 될 테니 스토리 소개는 여기까지. 참고로 이 남자가 바로 삼각관계의 한 축을 이루게 됩니다.
리뷰에서 늘어놓은 2화까지의 줄거리만 놓고보면 무슨 3류 막장극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 절대로 그런 작품은 아니에요. 삼각관계와 스토킹, 집착, 오해, 속임수가 난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막장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죠. 사실 우리가 사는 현실이 실제로 그렇고, 개연성을 갖춘다면 그런 예측불가한 요소들은 이야기의 재미를 책임지는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으니까요.
"시크릿 동맹"이라는 작품이 바로 그렇습니다. 시안의 남자 공포증, 그녀에게 집착하는 여장 남자 유리, 그리고 또 한 명의 핵심적인 남자 캐릭터까지. 하나같이 개성 있고 입체적인 인물들에 배경 설정까지 영리하게 잘 깔아두어서, 이야기는 시간이 갈수록 자극과 재미를 더하지만 개연성을 희생하거나 작가 편의적인 전개에 의존하는 면은 거의 없습니다. 감정선의 변화도 무척이나 자연스럽고요. 제가 근래에 본 모든 이야기 매체 중에 손꼽히는 수준의 구성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웹툰을 리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작화도 매우 준수한 편이고, 삼각관계 치정극으로서도 좋지만 중간중간 설레는 로맨스도 빠지지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을 하나 고르자면 바로 제목이에요. 왜 이런 제목을 지었는지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작품의 매력에 비하면 너무 심심하고 진부한 제목이 아닌가 싶어서요. 뭐 리뷰글의 제목을 적을 때마다 고뇌하며 매번 실패하는 제가 할 만한 지적은 아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