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 - 창업에 낭만은 없지만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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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냐 창업이냐? 청년 실업 100만 시대, 소위 ‘좋은 일자리’가 한정된 한국에서 창업은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창업이라고 해서 어디 취업보다 쉬울까요.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다는 한국의 치킨집, 골목마다 들어선 프랜차이즈 커피숍. 전문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업종은 많지 않고, 전문성을 살린 창업은 망할 확률도 덩달아 높습니다.
«안녕 외롭고 수상한 가게»의 최임수 작가는 이 와중에 용감하게 창업을 결정합니다. 갑작스러운 권고사직으로 황망하게 백수가 되어버린 6년차 그래픽 디자이너 최임수씨. 일방적인 통보에도 그저 고개를 숙이고 알겠다고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초라하기만 합니다. 재취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또 다시 ‘직원’으로 살고싶지 않았던 것일까요? 최임수씨는 인수인계 기간동안 창업을 결심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창업. 하지만 창업이 그렇게 만만한 녀석일 리가 없죠. 돈은 날아가고 목표는 식당에서 카페로 바뀌기까지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니 끝없는 처음처럼 온갖 난관과 장애물이 최임수씨를 기다립니다.

▲ 아시나이까 이 어린 양이 호구라는 것을…!
작가는 자신의 만화가 ‘고구마 100개 먹은’ 창업기임을 밝힙니다. 창업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을 어디서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하나하나 겪어가며 깨지고 다쳐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죠. 낭만은 돈에 쉽게 잡아먹힌다는 것, 지식과 준비가 없으면 누가 내 뒤통수를 때릴 지 모른다는 것, 손님은 반가운 동시에 무서운 존재라는 것 등등을 작가는 온 몸으로 부딪혀가며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려고 마음먹었지만, 대체 뭘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기만 하네요.

▲ 창업에 낭만은 없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입니다. 애초에 작가의 경험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목표인 만화인지라, 극적 긴장감이나 작품성을 논할 이유는 없습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작가가 그것을 통해 얻은 생각과 감정을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했는지 여부만 살펴보면 됩니다. 그 점에서 작가는 자신을 감추지도 꾸미지도 않습니다. 작가의 성격이 워낙 꼼꼼하고 사소한 것도 다 적는 성격인 탓일까요? 작가는 창업과 가게 운영의 여러 단계에서 겪었던 일들을 사소한 것까지 다 드러냅니다. 자신이 어수룩한 호구였다는 것,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 무모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걸 다 이야기한다는 건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말이죠.


▲ 숨기지 않는다는 것은 성장을 확인한다는 말도 됩니다.
미루어 짐작컨대 작가는 ‘섬세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예민하고, 타인의 행동과 마음에 민감하며, 자신의 마음에도 역시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 그래서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모두 잘 돌볼 수 있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상처받기 쉬운 사람. 혹자는 이런 ‘섬세한’ 타입의 사람이 사회 구성원의 30퍼센트 정도는 된다고도 합니다. 작가의 캐릭터를 해석하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작가에게 뭘 그렇게 일일이 상처받느냐고, 원래 그런 거라고, 장사하려면 더 약아져야 한다고, 하나하나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넘기고 잊어버려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히 ‘섬세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섬세한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도 있습니다. 모든 카페가 섬세할 필요는 없지만, 섬세한 사람이 만든 어떤 카페 하나는 있어도 좋겠죠. 이 만화는, 이 세상엔 이런 사람과 이런 공간도 있다는 것을 외치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그것대로 존중해주기를 요구하는 만화이기도 합니다. 가게를 꾸려나간다는 건 사실 그다지 낭만적인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가게를 꾸려나가며 낭만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건 그 나름대로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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