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아쉬운 개그만화 - 밥풀때기[스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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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이 존재하고 캐릭터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그 안에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한가족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라고 캐치프레이즈를 적었다고 해서 그 가족에게 사연이 없을 수는 없다. 모든 캐릭터는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순간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완결낼 의무가 있다.
밥풀때기의 분량이나 연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작품의 마무리에 대해선 누군가 말해야 한다. 이런 식의 결말이 얼마나 많은 불만을 낳는 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은 아쉬움을 낳는 지에 대해서.
쌀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너무 노안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놀림도 당하고 따돌림도 당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회사에 입사, 게임회사에 취직한 주인공은 게임을 만들고, 예쁜 마누라도 있고 똑똑한 아이도 있다. 이 시점에서 작품은 개그물도 공감툰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에 서게 된다. 가끔 이럴 때 있지 않냐며 철지난 코미디를 내밀며 공감을 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내게 웃음을 강매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아버지는 언제나 힘들때가 있지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고 누군가 그런 말을 웃으면서 한다면 같이 웃어줘야 하는 것도 알지만 날 웃길 의무가 있는 사람이 그런 말로 넘기려 든다면 난 웃지 못한다.
캐릭터의 드라마는 개그 만화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작품은 이어지는 스토리는 확실히 존재함에도 그 스토리를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 스토리가 작품에서 어떤 재미를 가져오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작품을 진행한다. 등장인물들은 갈등도 없고 사건은 단발적이다. 그러면서도 캐릭터들이 어떻게 가족이 됐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는 꼬박고박 그리면서 이 작품의 드라마를 잊지 않았음을 이야기 한다. 잊지 않은 건 중요하지 않은데도 말이다. 중요한 건 작가가 이 스토리를 잇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말부까지 작품은 제대로 드라마와 작품 본편을 엮어내지 못했다. 가족들과 함께 살기 위해 주인공은 회사를 그만두지만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의 내적 갈등은 단 1컷도 묘사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회사를 그만두고 갑작스럽게 주인공은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며 조연들의 이야기도 정리해버린다. 하지만 우린 조연들의 드라마를 모르지 않은가. 단편적으로 간간히 얼굴만 비추던 인물들의 매력을 이해할 수 있을리 없다. 정이 들수도 없고, 떠날 때 눈물을 흘려줄 수도 없다. 작품은 이래선 안된다. 작가는 캐릭터들과 독자가 정들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 작품이 아기자기한 매력이 가득한 작품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래선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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