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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신인에 대한 기우일지 모르지만 - 구구까까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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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57회 작성일 24-05-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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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전작인 <철벽 연애 시뮬레이션>은 잘생긴 남자 캐릭터로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개연성을 잡지 못하여 뒷심 부족한 결말을 남기고 끝났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전작의 명성을 잊고자 함인지, 잇고자 함인지 이제는 돌아와 대중 앞에선 이 작품. 기대만큼 기우도 함께 몰고 온, <구구까까>다.

  본디 기우라 함은 중국의 옛 고사에서 유래했다. 옛날 기나라에 아주 걱정 많은 사람이 하나 살았는데, 이 사람은 골족 촌장 마냥 하늘이 무너지지 않을까, 땅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았더랬다. 어느 날은 하도 이 걱정에 답답함을 못이긴 이웃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우주의 이치를 설명해주었고 그 말에 이 기나라 사람은 크게 안심하여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한다. 이처럼 기우는 근거 없고 허황된 걱정을 비판하는 말로 쓰인다. 그러니 이 글 역시 기우였으면 한다.  



  원시시대를 다룬 작품이 굳이 고증을 지켜야 될 필요는 없다. 문자도 없던 시절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무엇이 유행이었는지 알게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것이 재해석이고 곧 작가의 역량이다. 난 역량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작가의 실력 척도가 어느 정도라는 것을 가장 완곡하게 돌려 말할 수 있는, ‘있어 보이는’ 단어다. 역량. 입천장을 한 번 가볍게 치고 넘기기에 어감도 좋다. 그러니 오늘도 써보자. 지금까지 <구구까까>에선 이 재해석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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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의 패러디 개그가 적정선을 지키는 지 여부에 따라서 작가의 '역량'은 분명히 갈린다. 최근에 개봉했던 영화 <마이 펫의 이중생활>을 보면 깨알 같은 패러디 장면이 등장한다. 늙은 개가 눈이 나쁜 탓에 고양이에게 청혼을 한다. 해가 비치는 쪽으로 같이 걸어가는 고양이는 그 끈질긴 구애를 참다못해 쏘아붙인다. "전 고양이라구요." 그러자 늙은 개는 가볍게 받아친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는 법이죠."


이 장면은 1959년에 나온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의 패러디다. 여기서 주연인 잭 레먼은 여장을 한 채 부자 노인에게 구애를 받다가 참다못해 가발을 벗으며 소리친다. "전 남자라구요." 하지만 노인은 태연하게 맞받아친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죠." 두 장면은 길을 가고 있는 상황, 끝없이 구애하는 늙은 남자와 어떤 이유 탓에 이 구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방의 모습이 일치한다. 이 때문에 깔끔한 패러디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구구까까>의 패러디는 이런 맥락을 무시한다. 단순한 이미지만을 따오는 것과 상황에 맞는 패러디를 사용하는 것은 다르다.


  기우는 여기서 작용한다. 단순히 그 상황에 조금 어울리는 단발적인 컷인 개그만을 사용한다면 과연 주인공이 원시시대로 온 의미가 있는가? 나이트클럽과 노랗게 염색한 현대적인 인물들이 현대적인 모습으로 대화를 할 때 시대적 배경은 유의미하게 존재할 수 있는가? 아직 작품은 초반이다. 등장인물들의 지나친 패러디 요소 사용은 그저 감초일 뿐이리라. 기우는 차분한 설명 끝에 지워졌다. 이런 걱정 역시 그렇게 되길 빌어본다. 옛 성현들도 그러셨다. 옛 말은 틀린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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