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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나처럼 던져봐> - "그럼 이 미친놈 잘 부탁드립니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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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20회 작성일 24-05-2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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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 <나처럼 던져봐>

- “그럼 이 미친놈 잘 부탁드립니다!”


모든 이의 가슴 속엔 저마다의 불꽃이 있다. / 내 불꽃은 한참 전에 흩어졌다. (...)


, 그러니깐 요점은 내 속의 불꽃은 / 다시 타오를 수 있나 그게 궁금하더라고.”


▲ 2016년 10월 8일, SK 투수 전병두가 5년 간의 재활 끝에 32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2009, 빛 바랜듯한 파란색 글러브, 팔을 세워서 던지는 꼿꼿하고 긴 테이크백, 호리호리한 몸, 중계화면을 통해 내가 전병두를 구별하는 방법이었다. 2016108, 시즌 마지막 경기의 선발투수 전병두는 사이드스로에 가까운 투구폼으로 던졌다. 팔을 어깨 위로 올릴 수조차 없는 것이다. 두 번째 단서는 변했지만 여전히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 사실을 기억해둘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구속은 130km에 그쳤다. 삼성의 선두타자 김상수는 가운데로 들어오는 힘없는 직구 두 개를 가만히 지켜만 보았다. 이어 3구 째 바깥쪽으로 빠진 볼과, 4구 째 파울. 5구 째, 전병두는 결국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자신의 야구 인생 마지막 투구를 마무리하고 윤희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공을 손에 꼭 쥐고 마운드를 내려가는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 섞인 얇은 미소가 스치는듯 했다. SK 선수들이 차례로 그를 안아주는 동안 경기장의 모든 사람이 전병두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다고.



1. 선수생명이 끝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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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 한화 이글스의 브랜드 웹툰인 <나처럼 던져봐>는 어느 노장투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2군을 전전하던 36세의 노장투수는 동점 투런홈런과 함께 구단에서 방출된다. 방출 통보뿐만 아니라 함께 두 번의 팔꿈치 수술 후 찾아온 세 번째 팔꿈치 인대 파열이라는, 더 이상 오른팔로 던질 수 없다는 투수로서의 사형선고까지 받아든다. 4년 뒤, 그는 40살이라는 나이에 왼손 투수로 전향하여 프로의 문턱을 넘으려한다. 아마 불길로 날아드는 나방만큼이나 뻔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난 아직 마운드에서 은퇴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주인공 공수호. 고교시절, 그는 스타까지는 아니었지만, 비좁은 프로의 문틈을 뚫어내며 밥벌이는 하게 됐다. 그러나 유난히 약한 팔꿈치가 그의 발목을 잡고 인생에 수많은 굴곡과 우회로와 샛길을 냈다. 이 작품은 그 구불구불한 길을 술 한잔 걸친 미친놈나비처럼 비틀대며 걸어가는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 휴머니즘 vs 성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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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야신 #지옥의펑고 #노오력

 

쉬운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요구하는 점점 허들은 높아지는데 내 몸은 둔해져만 간다. 남들과 같은 속도로 뛰어서는 앞서가는 이들과의 거리를 절대 좁힐 수 없다. 고교시절 공수호를 지도했던 구광신 감독은 이 사실에 대해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망의 순간 자신을 찾아온 제자를 엄격한 기준에서 채찍질한다. 공수호 역시 이런 구광신 감독의 마음을 이해하고 묵묵히 훈련을 따라간다.

 

구광신은 공수호에게 프로에 도전하기 이전에 한번 미끄러지면 끝이라는 조건으로 4가지 시련을 준다. 공수호는 동네야구, 고교야구, 대학야구,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에게 마지막 피홈런을 안겨줬지만 부상으로 같은 도전자 신분이 된 타자 도고도와의 승부를 펼친다. 한 번 손을 떠난 공은 그걸로 끝. 인생의 순간도 한번으로 끝. 구광신은 공수호가 매순간 절박한 마음으로 자신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의 마지막 도전까지 함께한다. 공수호는 4가지 미션뿐만 아니라 보란 듯이 한화 이글스에 신고선수로 합격하며 재기에 성공한다.


그러나 망가진 프로선수의 눈물겨운 재기 스토리는 신파적인 감성을 이끌어내기에 최고로 적합한 내러티브다. 다행히도 장이 작가는 최대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이 모든 도전의 과정을 단순히 전형적인 인간승리의 메시지로 마무리 되도록 방치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한 번의 무게를 강조한다. 하지만 그 한 번의 무게추를 달아놓은 저울 반대쪽에서 떨어지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다는, 미련은 최선을 다하지 못한 자에게 남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며 독자의 가슴 속 깊은 곳을 만진다.

 

그러나 한국화약이 브랜드 웹툰에서 그려내고 있는 불꽃은 여전히 아슬아슬해 보인다.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던 SK 와이번스와, 현재 이끌고 있는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불펜 투수들에 대해서만큼은 똑같이 미안한감정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혹사로 신음하고 있거나 선수생명이 단축된 투수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성과주의라는, 사회 전반적으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가 휴머니즘과 몸을 섞을 때 실패를 온전히 개인의 탓으로 전가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다. 성과주의는 언제든지 개인을 착취할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다.


 

3. 너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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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은 공기가 공의 솔기와 일으키는 마찰로 인해 매우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인다.

 

공수호가 왼손으로 던지는 직구, 브레이킹볼은 전혀 특출나지 않다. 대신 그에게는 미친놈이라고 불리우는 너클볼이 있다. 너클볼은 매우 느린 속도로 홈플레이트까지 날아가는 구종이다. 40살인 공수호가 프로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구종으로 힘들기 때문에 너클볼이라는 희귀한, 그만큼 다루기 힘든 구종을 도입한 것은 적절한 장치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작가가 너클볼을 선택한 이유는 구종의 희귀성보다는 속성에 있을 것이다. 너클볼은 느리고, 바람에 의해 예측불가능하게 변화하며, 마구와 배팅볼 사이를 시시때때로 오간다. 고도의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여 조금의 회전이라도 걸리는 날에는 별 볼일 없는 배팅볼이 되어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밝힌 한 번의 무게에도 부합한다. 한편 구종의 강력함만큼이나 커다란 패널티, 주자를 견제하기 힘들고 폭투의 위험성이 크다는 속성에서는 다른 것은 포기하더라도 한 가지 목표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공수호의 입장 또한 대입시켜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클볼이 나비가 비틀거리듯 날아간다는 점이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세 번의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방출당한 공수호는 프로야구 세계에서 객관적인 낙오자다. 그런 그가 다시 프로무대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 그는 비록 미친놈처럼 보이더라도 느리고, 비틀거릴지언정 앞으로 나아가 기어코 세상 사람들의 헛스윙을 받아내고 마는 너클볼의 화신인 것이다.


 

4. 쏟아지는 비, 씻어내리는 비, 적시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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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처럼 던져봐>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만 하다.


 

이 작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세 번째 시련인 대학 야구팀과의 시합이다. 공수호의 전담포수 오동호가 연이은 포구실책으로 미션이 실패 직전까지 몰리자 공수호는 야구만 인생이냐? 소주도 인생이다~ 내 인생은 항상 실패가 준비되어 있다. 무섭지 않아요~”라며 어린 포수를 다독인다. 각성한 오동호가 좋은 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며 대위기를 벗어나며 공수호는 3회 위기를 벗어난다.

 

그러나 4회 시작 전 그는 집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심적으로 흔들린다. 치매에 걸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29살 최고의 투수 공수호만은 또렷하게 머릿 속에 새겨두고 있는 늙은 아버지는 공수호의 아픈 손가락이다. 그런 아버지가 이웃 주민과의 시비 끝에 싸움이 붙어 경찰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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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운드에 올랐지만 요동치는 마음은 그의 분신인 너클볼에 그대로 전해져 위력적인 움직임을 잃고 다시 위기에 몰린다. 그를 본 구광일 감독은 무릎이 아니라 다른 곳이 쑤시는 거로구만. 앞만 보고 죽어라 뛰어야할 도전자 새끼가 뻔하디 뻔한 사치를 부리고 있어.”라고 말한다.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그를 붙잡아 준 것은 아버지의 18번인 조용필의 단발머리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고 지나갈 인생의 열병을 이겨내게 해주는 것은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의 노고다. 삶의 무게에 눌려 쓰러지기 직전, 쓰러져서는 안 될 이유가 되어주는 기억들. 그 기억의 표상인 단발머리의 멜로디는 비가 되어 삶의 무게를 씻어내고 마음 속에 젖어든다. 공수호는 파트너와, 인생의 은사와, 사랑하는 아버지와 그 노래를 함께 부르며 위기를 극복해낸다. <나처럼 던져봐>에서 가장 감동적인 연출이 아니었을까.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건네주던 그 소녀

 

 

5. 마치며

 

회전근개 파열. 전병두는 불가능에 도전했고, 도전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자기 자신도 힘들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는 그를 지켜봐야만 하는 주변인들 역시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의 도전을 헛되다고 말하지 않는다. 부상, 수술, 재활, 재활실패, 은퇴라는 순서를 따라 스러져간 수많은 선수들과 그를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전병두의 인터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소심한 성격을 알고 있을 테다. 하지만 그는 진정으로 과거의 영광과, 성과주의의 비극과, 사형선고와, 정면으로 맞섰던 용기 있는 승부사였다.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다면, 전력을 다해 '나처럼 던져보라'고 말하고 있는 그의 땀방울에.

 

그리고 공수호의 대사.

난 아직 마운드에서 은퇴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은 아주 중요한 사실이다. 정말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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