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삶은 토마토» - 음식으로 경험하는 누군가의 인간성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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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ot 작가의 주제는 아무래도 인간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보편적인 인간의 이념이 아닌, 인간 하나하나의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성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Daum 웹툰에 연재중인 «이토록 보통의»를 통해 연애 과정에서 불쑥불쑥 솟아나는 감정의 편린과 인간성의 단면을 묘사하는 Carrot 작가는, 레진코믹스에 연재중인 «삶은 토마토»를 통해서는 서로 다른 여러 인간들이 각자의 경험에서 도출해내는 인간적 감정과 태도에 대해 서술합니다.
이를 위해 작가가 선택한 소재는 ‘음식’입니다. 음식은 반드시 ‘식사’를 전제하고, 식사는 그 식사를 같이 할 ‘관계’ (혹은 그 부재) 로서의 타인을 상정합니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는 곧 그 타인과 공유하는 경험을 의미하죠. 작가는 이렇게 음식을 통해 ‘관계맺은 타인과 공유한 경험’을 그려내고, 그 경험에 대한 작중 인물의 감정과 태도를 서술함으로써 한 인간이 가진 인간성의 단면을 드러내 보입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사랑과 연애에 관련된 것은, 타인과 맺는 가장 내밀한 관계이자 가장 풍부한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사랑과 연애이기 때문이겠죠.
작가의 추상적 그림체는 그것을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킵니다.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비평 이론에 따르면, 문학은 ‘익숙한 것을 낯설게 하는 장치’로 낯설게 함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하여 지나쳤을 ‘흔해빠진 것’을 우리의 시야에 붙들어매게 하는 것입니다. Carrot 작가의 그림은 그 추상적 특징과 만화적 상상력, 그리고 상징의 사용을 통해 독자가 그동안 익숙한 채 지나쳤을 감정을 화면 안에 붙들어 부각시킨 채 독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것은 보편과 특수의 관계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객관적인 눈으로 멀리서 볼 때, 사랑이란 감정과 연애라는 행위는 흔해빠진 것이 되어 보편성에 흡수되고 맙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가까이 들여다볼 때, 사랑과 연애는 특별한 것이 되고 보편성에 완전히 흡수되지 않는 특수한 어떤 것으로 남습니다.

▲ 추상적 표현과 상징으로 인물의 감정이 부각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수필같은 작품입니다. 수필이란 작가의 일상적인 경험에서 의미를 포착하는 문학이죠. «삶은 토마토»는 물론 작가 개인의 경험도 아니고 실제 인물의 이야기도 아닙니다만, 그 서술 방식은 수필의 방식과 유사합니다. 인물의 대사가 조금 낯간지럽게 들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정을 드러내려면 그 감정을 특별한 것으로, 다시 말해 낯선 것으로 정제해야 한다는 것이죠. Carrot 작가가 자신의 그림을 정제한 것과 마찬가지로 인물의 대사도 정제되어 있습니다. 관건은, 그 정제된 그림과 대사, 표현과 연출을 통해 독자가 어떤 감정을 전달받고 나아가 독자 자신의 감정과 행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각 에피소드는 대부분 한 화 분량이고 길어야 두 화를 넘지 않습니다. 이토록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겹치지 않고 저마다 고유한 의미로 독자에게 다가온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작가는 어떤 이야기에도 고유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작품을 보는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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