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백봉평전 - 자기 자신까지 개그 소재로 등장시키는 백봉 작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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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 묵시록이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백봉 작가.. 그의 차기작 백봉 평전이다. 백봉 작가의 작품은 참 묘하다. 필자가 15년 전 어어부 밴드를 접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백봉이 그 정도로 위화감이 들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독특한 선구자의 느낌이 난다.
그 사회 밑바닥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그들의 키치적 성향도 빠질 수 없다. 백봉 작가는 노점 묵시록 연재 당시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하며 어쩔 수 없이 몇 주 휴재를 들어가야 했다. 노점 묵시록의 텐션을 놓칠 수 없다며 부록의 개념으로 내놓은 4부작 노동지왕 편에서는 사회 노동 최하층이라 할 수 있는 막노동 용역들의 삶을 배틀 형식으로 풀어내어 노점 묵시록을 뛰어넘는 독자들의 지지를 얻어낸 바 있다. 하지만 마냥 약자의 편도 강자의 편도 아닌듯한 그의 이 작품 백봉 평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까..?
그는 1편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많은 어록 중 꽤 유명한 “저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선후보 토론 때의 동문서답 화법을 여실히 보여준 명언 “그래서 대통령 되려는 거 아니에요 지금"을 있지도 않은 백봉 평전이란 책을 낸 것 같은 광고 삽화를 실어 위기를 기회로 돈벌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회적 현상을 비꼬며 패러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 존재하지 않는 책은 정치판의 사상누각 정신을 비트는 단적인 예로까지 보인다.
대상이 숨기고 싶었던 혹은 인지하지도 못 했던 아주 작은 부분을 캐치해서 극대화해 그린다는 피해자의 증언.. 그림의 대상에 애초에 없었던 결점 같은 것을 만들어내서 백봉이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보고 나면 그때부터 그 그림의 대상이었던 사람은 백봉의 그림처럼 보이게 된다는 대목은 오늘날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비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보이는 부분만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사람들.. 취재를 하는 기자는 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한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듯 받아들일 리가 없다며 하지만 이 기자도 결국 나중에는 백봉의 그림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되고 만다.
백봉 작가가 대단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사람들은 보이는 부분만 보게 된다. 하여 백봉 평전 역시 얼핏 보면 남의 단점을 극대화하여 그리며 타인의 즐거움을 자신의 기쁨으로 만끽하는 또라이의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그걸 보고 백봉은 역시 이런 약 빤듯한 소재는 도대체 어디서 가져오는 거냐 깔깔깔 하고 웃어넘길 수도 있다.
이건 1차원 적인 시선이고 백봉은 그마저도 상관없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듯하면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으니까. 또 2차원적인 것은 백봉의 숨은 메시지를 읽는 것인데 이것은 솔직히 작가 본인이 ‘맞다’고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 없고 누군가는 그의 그림에 정치적인, 혹은 사회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밖에 없다. 그의 작품 전체가 사회적인 메시지를 밑바닥에 깔고 들어간다. 그러면 꼴랑 만화 앞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굳이 해야 되겠냐는 사람들이 꼭 등장한다.
그럼 이 작품에서 등장한 사람들이 보이는 그대로 믿는 - 그럴 리가 없다는 기자의 말에 반증이라도 한다는 듯이 보이는 대로만 믿을 거임 보이는 대로만 즐겨라.라는 식의 논리가 성립되며 결국 작품을 보고 있는 독자들까지도 조롱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설령 이 웹툰이 단순히 그의 지난 세월을 희화화하며 재밌게 작업한 것이라 하더라도 백봉은 잃을 것이 없다. 필자처럼 의미를 부여하고 치켜세워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그에게 좋은 것이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의 개그를 즐길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그에게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필자의 이런 짐작을 증명이라도 하듯 백봉 평전 마지막 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눈을 혹하게 하지만 결국 영혼을 갉아먹는 백봉의 그림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그건 역시 분별력 있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백봉 평전 4화에 언급되었던 버트런드 러셀이 확실한 지옥이라고 느낄,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인 이 바닥에서 백봉은 스스로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대목의 이해를 위해 버트런드 러셀의 명언을 끝으로 리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받아들일지,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엄연히 독자의 몫이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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