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방향을 잃은 작품 - [열정호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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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모든 게 커버되는 시대는 끝났다. 요즘 젊은이들은 가슴 속에 이런 생각을 품고 살아간다. 열정으로 살라는 사람들은 죄다 사기꾼이고, 사회는 무서운 정글이다. 이 모든 건 기성 세대의 탓이다. [열정 호구]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은 배경엔 이런 마인드가 있지 않나 싶다. 이 생각의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체감의 문제기 때문이다. 사회를 보지 못한 사람은 모니터 뒤에서 이런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다. "진짜 저래?"
주인공은 웹툰 작가 지망생으로 좁쌀 컴퍼니에서 새롭게 창간한 인터넷 신문의 시사 웹툰 작가로 취직한다. 편집자라 자신을 소개한 '조옵쌀'은 주인공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은 드디어 사회에서 첫 출발을 하는구나 하며 좋아하지만, 이게 웬일 도착한 곳은 낙원이 아니라 밑바닥이었으니. 편집자인 조옵쌀은 이름처럼 사람을 좁쌀만한 구석까지 파먹어대는 위인이고, 회사 간부란 사람들은 하나같이 맛이 갔다.
특히나 작품의 발암물질을 담당하고 있는 좁쌀의 행태는 안하무인의 극치라 할 수 있는데, 편집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이래저래 편집에 관여하고 자신이 쓴다고 말한 스토리마저도 건성으로 내보내곤 한다. [열정호구]의 매력은 이런 비현실적일만큼 막나가는 상사에게 치이며 퇴사를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있다.
이런 작품의 경우 등장인물들은 평면적이고 극단적이며 과장된 성격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완벽하게 어떤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면 모를까,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결국 기성 세대에게 배척당하는 젊은이의 한풀이니까. 왜 이렇게 나에게 무리한 일을 시키는 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왜 하지 못하게 하는 지 모르겠다. 시간을 주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왜이리 다그치는 지 모르겠다. [열정 호구]는 이런 정서를 대변한다.
이는 나쁜게 아니다. 극단적인 캐릭터는 극단적인 갈등 상황을 풀어내기에 좋은 조미료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장된 캐릭터는 작가가 그 안에 입체성을 부여하려 들지 않을 때만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 몰려있는 주인공은 분명 대입할 만한 요소가 한가지씩은 존재한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모든 아픔을 다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안에 입체적인 성격을 부여하며 캐릭터를 실감나게 만들어 보려는 순간 작품은 기울어진다.
글쎄, [열정호구]는 애초에 장편으로 연재할만한 성질의 작품이 아니었음이 분명하다. 작품의 레퍼토리는 짧은 화 수 내에서도 반복된다. 조옵쌀이 이상한 걸로 트집을 잡고, 주인공이 옆에서 한숨을 쉬고, 옆에 있는 또다른 캐릭터는 3화 뒤에 퇴사한다. 이 반복은 작품의 소재가 단발성으론 좋지만 길게 끌고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작가의 표현 역량 부족이었을수도 있다. 가족과의 갈등, 회사를 그만둘지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 이 모든 걸 더 매력적으로 풀어나갈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담컨데 그 방식은 조옵쌀의 과거 행적을 보여주며 인간이 어떻게 변해가지는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주인공과 독자의 샌드백에 위치했던 캐릭터를 무대 위로 끌어올려 이 캐릭터의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독자는 당황스러울 뿐이다. 현재 작품은 방향을 잃었다. 앞으론 어찌 될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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