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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여성 캐릭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자주 나온다. 여성 슈퍼히어로 단독 영화가 만들어진 적이 없고, 어벤져스에 소속된 여성은 블랙 위도우 뿐이었고 2편에서 스칼렛 위치가 합류했다. 어벤져스의 리더 역할도 했던 와스프가 나왔다면 좋았겠지만, 남편인 1대 앤트맨 행크 핌이 빠지면서 등장도 못했다. 다행히 앤트맨의 2편은 <앤트맨과 와스프>로 진행이 되고, 1대 와스프에는 샤론 스톤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블랙 위도우는 <아이언맨2>부터 등장했고 인기도 많지만 아직 솔로 영화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행히 마블에서는 여성 캐릭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에는 브리 라슨이 캐스팅된 캡틴 마블이 등장할 예정이고, 캡틴 마블 단독 영화도 확정되었다. 공군 장교였다가 나사의 보안 책임자가 된 캐롤 댄버스가 마벨과 친구가 되었다가 능력을 갖게 되어 미즈 마블이 되었다가 어벤져스에도 합류한 슈퍼히어로다. 처음에는 미즈 마블이었다가 마벨의 뜻을 기리기 위해 캡틴 마블이 되었다. 코믹스 시빌 워 당시에는 아이언맨과 함께 싸웠는데, 최근 진행되는 시빌 워 2에서는 아이언맨과 대립하며 팀을 이끌고 있다. 마블의 CEO인 케빈 파이기는 최근 캡틴 마블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라고 말했다.

캡틴 마블이 활약을 하면서 공석(?)이 된 미즈 마블은 작년에 다른 캐릭터에게 넘어갔다. G. 윌로우 윌슨이 쓰고, 애드리언 알포나가 그린 <미즈 마블>에서 새로운 미즈 마블이 된 주인공은 파키스탄계 고등학생인 카말라 칸이다. 이슬람 율법을 강조하는 부모님과 자유로운 미국의 10대 사이에서 방황하는 카말라가 우연히 능력을 얻게 되고 미즈 마블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그린 <미즈 마블>은 2015년 휴고상 '베스트 그래픽 스토리' 부문을 수상했고, 아이즈너상과 하비상 후보작으로도 선정되었다.

브룩클린에 사는 카말라 칸은 슈퍼히어로를 좋아하여 팬픽까지 그리는 마니아이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각박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조차 꺼리는 부모님들 덕분에 파티에라도 가려면 몰래 창문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렇게 빠져나가 파티에 갔던 카말라는 녹색 가스에 둘러싸이면서 온 몸이 커지거나 늘어나고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그러니까 카말라는 테라젠 미스트를 쐬면서 변화한 인휴먼이었고, 동경했던 캡틴 마블의 뒤를 이어 미즈 마블이 된 것이다. 십대 아이들을 납치해가는 빌란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미즈 마블은 울버린을 만나 함께 싸우고, 공간이동을 하는 개 록조를 동료로 얻게 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최우선인 고교생이 갑자기 능력을 얻게 되면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인 <미즈 마블>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부모님과의 갈등, 친구들과의 우정, 미래의 희망과 불안 등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슈퍼히어로의 각성과 흥미롭게 연결되어 나간다. 성장담으로서도 탁월하고, 슈퍼히어로의 자각으로서도 훌륭하다. 슈퍼히어로 코믹스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 혹은 너무 상업적이고 뻔하다고 생각하다면 <미즈 마블>을 권한다. 최근 슈퍼히어로 코믹스의 경향을 읽을 수 있는 걸작이다.

마블의 편집장인 조 퀘사다는 ‘미즈 마블은 다른 미디어에서 마블의 미래의 일원이 될 것’이라 말했다. 영화는 아니어도 드라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그렇다면 미즈 마블은 여고생 슈퍼히어로로서 미래의 마블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