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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생들의 연애 스케치, < 에스키스>
다음 목요웹툰 연재중
글/그림 정썸머
“어떤 일이 하고 싶을 땐, 거기에 발이라도 담가 봐야 한다.”
열망하고 싶은, 시작하고 싶은 미대생들의 이야기,
에스키스.
───
우연에서 인연이 되기까지
미술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시인. 사포처럼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러나 성격을 가볍게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잘난 외모에 여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날카롭지만 섹시한 눈매가 배우 ‘이준기’ 또는 ‘이수혁’을 연상케 한다.
그가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학교를 다니는 데는 이유가 없지 않다. 첫 번째, 아버지를 마주치지 않기 위함이다. 시인의 그림 실력은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진 게 아니다. 유전이다. 그의 아버지는 교수다. 그것도 시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미술학과 교수. 소식을 들은 시인은 최대한 아버지 강의를 피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운명을 거스르지는 못했다. (사실 운명이라고 말하기엔 사촌동생의 공이 컸다.) 3일 연속 야작을 해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시인이 같이 살고 있는 사촌동생에게 수강신청을 맡겨버렸기 때문이다. 사촌동생의 귀여운(?) 실수로 인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게 된 시인은 강의에 들어갈 때마다 괜히 더 까칠해진다.
두 번째, 여자를 싫어한다. 원인은 어머니의 불륜 때문. 뜻밖의 휴강으로 집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게 된 시인은 자신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한 침대에 누워 몸을 섞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여자라면 모조리 불신하게 된다. 그 사건 이후로 여자가 껴있는 자리는 피하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인의 과는 미술학과, 즉 ‘여탕’이다. 더더군다나 오래전부터 자신의 팬을 자처하며 쫓아다니는 여자도 있다. 그러니 학교에 정을 붙이려고 해도, 정이 붙여질 리가 없고 인상을 피고 다니려고 해도, 웃을 일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런 시인에게 이유 없이 신경 쓰이는 여자가 나타났으니, 그녀의 정체는 같은 과 같은 학년의 동기다. 상상이나 했겠는가, 자신이 좋아하는(아직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여자가 그토록 싫어했던 같은 과 동기라니. 물론 둘의 만남이 다른 남녀의 만남보다 특별하기는 했다. 그래서 ‘그의 그녀’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콜센터 아르바이트생 한소라. 자본주의가 가득 묻어나는 친절함으로 고객을 대하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건 짜증과 냉대뿐. 이번에도 어김없이 진상 손님에게 한 소리 듣나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말이 들려온다. “힘들지 않아요? 일.”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위로 아닌 위로의 말에 잠시 멍해져 있다 “힘내세요, 고객님!” 이라며 엉뚱한 대답을 대신한다. 소라는 알고 있을까, 전화기 너머로 위로의 말을 건넨 것이 ‘변태’ 정시인이라는 사실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나 둘의 만남은 참 독특하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보거나 들었을 법한 설정이 아니다.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콜센터 아르바이트생과 진상 고객이 이어질 줄은, 문 열린 화장실에서 옷을 올리고 있는 여자와 그 모습을 본 남자가 사랑에 빠지게 될 줄은. 설정과 스토리라인이 독특해 남녀 주인공이 정말 이루어지기는 하는 건지 의심을 넘어 우려가 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진전이 있는 걸 보면 순정·첫사랑이라는 장르가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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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완성작을 기대하지 말 것!
에스키스. 미술작품을 만들기 전 구상하며 자유롭게 그려보고 칠해보는 초벌 단계를 뜻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모두 시작하는 단계에 놓여있다. 시인은 뜻하지 않게 찾아온 자신의 첫사랑에 밑그림을 그리고 있고, 소라는 감히 도전하지도 못했던 자신의 꿈에 첫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물론 그 과정은 무척이나 어설프다. 마치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가 북북 뜯어서 버린 연습 그림들을 몰래 구경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두 사람의 인연은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장소와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가까워지고 있었고, 저들도 모르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 구상했던 것, 즉 사랑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마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것이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왔다 갔다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그리라고 요구할 자격은 없다. 그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건 빈틈 하나 없는 완성작이 아닌 몇 점의 어설픈 에스키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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