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만화가의 성장 - 미쳐날뛰는 생활툰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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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미쳐날뛰는 생활툰>에는 이 문구가 앞에 들어가야 할 것같은 리얼함이 있다. 주인공인 김닭이 날이 갈수록 피폐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게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지 아닌지 알수가 없을 지경이다. 이상적인 삶을 보여주는 생활툰과 대비되는 작가의 비참한 삶의 모습은 여러가질 떠오르게 만든다.
창작에 대한 욕구와 데뷔에 대한 욕구는 다르다. 창작은 내가 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자기 만족형 욕구고, 데뷔는 이 이야기로 내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명예욕이다. 후자는 변질되기 쉽다. 오로지 데뷔 만을 위해 만화를 그린다니 창작자로는 무엇인가 결여된 이야기가 아닐런지. 돈을 보고 만화를 그리는 게 더이상 비판점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 작품성을 추구하는 작가라는 게 헛소리라는 건 알지만 역시나 텁텁하다. 작 중 김닭에게 조언해주는 포지션인 마스터 형은 김닭에게 묻는다. "너는 데뷔가 하고 싶은거냐. 만화가 그리고 싶은 거냐." 만화를 그리다 데뷔를 하는 것인가 데뷔를 위해 만화를 그리는 것인가. 불안정한 현실 앞에서 꽃밭이 펼쳐진 생활툰을 그리는 김닭의 인생은 이 일갈 하나로 정리할 수 있다.
김닭의 생활툰은 데뷔를 위한 만화라고 할 수 있었다. 대학 생활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대인 관계도 협소한 김닭에게 생활툰은 썩 어울리는 장르는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분명히 지적하지만 김닭은 말한다. "나는 과제도 생활툰도 모두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인관계가 협소하신 우리 치킨께서 그걸 할 수 있을리가. 소재가 없으니 남의 흠을 잡으며 만화를 그리게 되고, 그마저도 떨어지니 가공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현실은 늪 속에서 헤매어도 내색하지 못한다. 데뷔를 위한 작품은 변질된다. 애정 없이 그려온 만화가 점점 자기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면서 김닭은 자신이 만든 가공의 삶속에 빠지기 시작한다. 김닭의 변질은 이렇게 시작됐다.
<미쳐날뛰는 생활툰> 후반부의 보여준 광기는 자기 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믿고 있는 것을 부정당할 때 그 두려움이 표출된 것이다. 이 삶이 진짜다 내 생활툰은 행복하다 이제 곧 데뷔가 앞인데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 후반부 어느 인터넷 유저가 김닭 생활툰의 진실이라고 올린 글에 의해 생활툰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김닭은 폭주하기 시작한다. 캐릭터와 분리됐어야 할 자신이 어느 순간부터 조작된 생활툰에 빠져들면서 파국은 시작됐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이제 홀로서기 해야할 친구없는 대학생 '김닭'과 생활툰 속 부모님도 살아계시고 나름 즐거운 생활을 영위중인 '김닭'은 다른 사람이다. 만들어서도 만들어져서도 안될 터부를 만들고 그에 빠져든 것이다. 마지막 순간 김닭의 실체를 밝힌다는 폭로 글에 불안해하고, 폭로 글이 조작이란 걸 밝혀졌음에도. 김닭은 이 터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김닭을 벗어나게 한 건 꿈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김닭은 이 생활툰이 자신이 원하는 만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비로소 자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 꿈은 만화를 그리다보면 언젠가 데뷔한다는 식의 안일한 공상이 아니다. 작품에서 줄곧 비판하던 생활툰이야 말로 그런 작품이었으니. 작가는 길게 돌아가며 기어이 이 말을 전한다. "원하는 건 데뷔인가 만화를 그리는 것인가." 안일하게 데뷔만 노린 충동적인 도전인가 처음부터 만화 만을 준비해온 꿈인가. 생활툰에서 멀어져 자기 작품을 준비하려는 김닭의 모습은 만화만을 준비해온 확실한 꿈의 영역이다. 작품은 한계단 한계단 차분하게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작가는 말한다.
" 지망생을 망가지게 하는 요인인 지나친 자격지심이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태도 등을 막 집어넣으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모습이 나왔습니다. 결국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것 만큼 진짜 모습을 알게 해주는 것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김닭은 여기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그렇기에 나는 성장이라 부른다. 아직도 타블렛을 움켜쥔 수많은 김닭들이 있지만 모두가 그처럼 되리란 보장은 없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비판은 그 때문에 나는 아닐거야라는 도피를 용인한다. 데뷔를 준비 중이라면 한 번 쯤 돌아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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