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랜챗에서 만난 그 여자애, 알고 보니 우리 반? '랜덤채팅의 그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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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덤채팅의 그녀!> 캐릭터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태양, 임대현, 박하민, 윤성아, 이유리, 제일 아래가 최준우.
고등학교 1학년 최준우에겐 친구가 없다. 같은 반의 일진 이태양에게 중학생 때부터 괴롭힘을 당하면서 다른 아이들도 멀리하는 대상이 되었다.
등교하면 그냥 자리에 엎드려 있기 일쑤고,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서 급식실도 가지 않는다. 학교가 너무너무 끔찍하고 싫다는 생각만 한다. 지속적인 폭력은 평범했던 준우를 소심하고 자존감 낮은 아이로 만들어 버렸다. 일이 잘 안 되면 ‘내가 그렇지 뭐’ 하며 우울해하고, 어쩌다 작은 친절을 받아도 ‘왜 나 같은 애한테 잘 해주지?’ 하고 의심할 지경이다.
그런 준우의 유일한 취미는 랜덤채팅이다. 대부분은 여자와 만나고 싶어서 안달이 난 변태들뿐이지만 그래도 준우는 낯선 이들과의 대화를 멈추지 않는다. 내가 ‘나’이지 않아도 되는, 아무도 현실의 찌질한 제 모습을 모르는 가상공간이 유일한 탈출구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준우는 랜덤채팅에서 만난 여고생이 사실 자신의 같은 반 친구 윤성아였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익명으로 대화할 때도 호감이 있었지만, 실제로 본 그 애는 귀엽고 활달한, 자신과 달리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아이였다.
준우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채팅 속의 자신이 아닌 현실의 자신이 되어 성아와 친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현실에서 성아는 준우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 준우도 그걸 안다. 그래, 솔직히 나 같은 애와 누가 친해지고 싶겠어, 하고 서글픈 마음을 달랠 뿐이다.
랜선 친구로 남더라도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았던 준우는, 성아를 속이는 것임을 알면서도 결국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대신 준우는 성아를 위해 그녀가 짝사랑하는 반장 임대현의 이상형을 알아내서 채팅으로 연애 코치를 해준다.
그러나 대현이 실제로 성아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준우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랜덤채팅의 그녀!>의 도입부이다. 이제 채팅 앱으로만 대화를 나누던 준우는 성아를 시작으로 점차 현에 있는 학교 친구들과 관계를 맺기 시작하며, 그 때문에 다사다난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짝사랑의 대상인 윤성아 외에 게임도 공부도 잘하지만 성격이 나쁜 박하민, 준우의 어두운 과거를 공유하는 이유리 등의 여성 캐릭터가 추가로 등장한다. 또 호인 같지만 어딘가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는 임대현과 해묵은 감정으로 인해 끊임없이 준우를 괴롭히는 이태양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찌질한 남학생’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의 서툰 짝사랑을 다루는 작품은 이미 차고 넘친다. 또한 <랜덤채팅의 그녀!>는 ‘갖춘 것 없지만 마음만은 착한 남주인공의 진심을 알아주고 격려해주는 각기 다른 매력의 여자 캐릭터들’이라는, 하렘물의 흔한 도식을 따르고 있다. 고등학생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려 한다는 것을 감안해도 욕설이나 폭력적인 장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사실만으로 섣불리 판단할 만한 것은 아니다.
앞선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랜덤채팅의 그녀!>가 가진 큰 장점은, 작가가 최소한의 윤리적 감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못난 인간군상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데 치우쳐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부재한, 그래서 ‘혹시 이 찌질한 주인공이 작가의 이입 대상인가’ 의심까지 하게 만드는 작품을 많이 봐왔다. 또 작중 캐릭터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하지만 작가는 그걸 잘못으로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옹호하려 드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그러나 작가는 최소한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알고 있으며 이를 작품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작가의 노력으로 인해 <랜덤채팅의 그녀!>는 좋은 성장물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최준우는 완전무결하게 불쌍하고 착하기만 한 주인공이 아니다. ‘난 원래 한심한 놈이야’라는 방패 아래 숨어 비겁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낮은 자존감 때문에 종종 비뚤어진 피해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성아에게 자신이 조건 없이 호의를 베푼 것이라고 여겼으면서도 막상 정서적 보답을 받지 못하자 분노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준우가 잘못을 했을 때 작가는 이것을 변명하거나 포장하지 않는다. 준우의 잘못은 반드시 자신의 생각이나 주변 인물의 입을 통해 지적을 받고, 준우는 곧바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준우는 전개 속에서 스스로 반성하고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이 방침은 준우뿐 아니라 작중 인물 모두에게 해당된다. 예를 들어 이태양이 명확한 사과 없이 준우를 예전처럼 대하려고 하자, 준우는 이제 와서 자신이 고통 받았던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선을 긋고 화해를 거부한다. 어떤 만화들이 종종 그러듯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적당히 화해시키면서 가해자의 잘못을 가볍게 연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은 것이다.
현재 <랜덤채팅의 그녀!> 속 시간대는 어느덧 학기초를 지나 여름방학에 접어들었다. 준우의 처지는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한 번씩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듯 타격을 입는다. 자신을 둘러싼 벽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힘들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작품 끝에 가면 준우가 과거의 상처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를, 짝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된든 친구들과 함께 진심으로 웃고 즐거워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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