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번 복학생과 특별한 팀원들의 졸업 패션쇼, '달리는 노루발처럼' > 무료웹툰 미리보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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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고학번 복학생과 특별한 팀원들의 졸업 패션쇼, '달리는 노루발처럼'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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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16회 작성일 24-05-2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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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최강자전은 만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예요. 이 공모전을 통해 <아메리카노 엑소더스>, <ID는 강남미인>과 같은 인기작이 꾸준히 나오고 있죠. 오늘 소개할 <달리는 노루발처럼>은 올해 최강자전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두 작품 중 하나입니다. 탄탄한 그림체와 감각적인 연출, 매회 다양한 화제를 녹여낸 밀도 높은 이야기와 시의성 있는 메시지 등으로 화제가 되었죠.

 

그런데 제목에 들어간 노루발이 뭘까요? 검색을 해볼까요. 쌍떡잎식물 진달래목의 여러해살이풀 노루발도 있고, 화살을 뽑는 데 쓰는 연장 노루발, 장도리 종류 중 하나인 노루발도 있고, ‘재봉틀에서 바늘이 오르내릴 때 바느질감을 눌러주는 두 갈래로 갈라진 부속품이라는 노루발도 있어요. ‘노루는 또 이 작품의 주인공, 한국대학교 의상학과 초고학번 복학생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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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주인공 장노루


장노루가 어쩌다 고학번 화석이 될 때까지 졸업을 못했느냐 하면, , 어찌 보면 흔한 이야기입니다. 3년 가까이 휴학하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냥 이대로 죽어버릴까 하다 그만두고, ‘돈 들어가는 거 하나라도 끝내야겠다하면서 일단 졸업이라도 하려고 복학했다는 거죠.

미용실을 못 가서 머리는 치렁치렁 길었고, 수험생활로 허약해진 몸뚱이는 계단만 올라가도 삐걱거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목소리 내는 것도 어색하고, 등록금이니 졸작비니 부모님이 자기 때문에 받는 부담을 셈해보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다소 우울한 청춘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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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용히 졸업하는’ 것만이 목표라던 장노루는 복학하고 졸업 패션쇼를 준비하며,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들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려 합니다.


먼저 노루의 후배인 조준휘. 의상학과 졸업준비위원회 위원장이자 노루가 속한 졸업작품 팀의 팀장입니다무뚝뚝하지만 성취욕 넘치는 열정적인 학생이에요. 딱부러진 성격으로 상대가 선배든 교수님이든 (특히 페미니즘에 관해서라면) 잘못된 건 즉각 지적하고야 마는 성미이기도 하지요. 노루에게도 어김없이 쓴소리를 하며 졸업작품에 좀 더 열심히 임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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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노루의 후배인 오린아 씨. 일 년 동안 노루의 헬퍼(*졸업준비 작업을 돕는 저학년 전공자)로 배정되었습니다. 이 분의 존재야말로 <달리는 노루발처럼>이 다른 캠퍼스물과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 중 하나죠.

오린아의 삶은 그 자체가 한국 현대사나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이름은 ‘김말녀.’ 다른 수많은 할머니들의 이름처럼, 아들딸을 대놓고 차별하던 시대의 산물이죠. (성씨는 개명하면서 모계 쪽으로 바꾼 것입니다.) 

딸이었기에 마음껏 교육을 받지 못했던 오린아는, 그러나 평생 재봉틀 하나로 먹고살며 산업화의 최전선에서 일해 온 근대화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는 ‘이제는 시詩가 되도록 살려고 한다’며 늦깎이 대학생으로 새 삶을 시작한 멋진 여성입니다. ‘메뉴판에 있는 걸 위에서부터 하나씩 먹어보고 있다’며 카페에서 자신 있게 모카치노를 주문하는 이 할머니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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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린아는 노루를 가족처럼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을 챙길 여유도 부족했던 노루가 ‘이 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노루는 교수님한테서까지 ‘군대라도 갔다 왔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대학생치곤 나이가 많은 것이 사실이고, 나이만 먹었으면서 이뤄놓은 건 아무것도 없이 뒤처졌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 노루에게 늙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그 늙음이란 것 때문에 더 성숙하고 흔들리지 않는 오린아의 모습이 큰 감명을 줬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밖에 노루의 전남친인 조교 안경희와 교수님 두 분, 같은 팀에 배정된 남학생 등의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아직까지는 풀린 이야기가 적어서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마지막 캐릭터는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추측되는데, 이 캐릭터 역시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 기대되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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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인공을 내세우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비중 있게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달리는 노루발처럼>은 훌륭한 미덕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오린아 씨와 같은 노년 여성이 전면에 등장하는 작품은 찾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의상학과라는 배경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화두를 던집니다. 여성복의 프리사이즈, 아동복 시장의 여아 성적 대상화, 젊고 아름다울 것을 강요받는 여성, 패션계 내의 미투(Me Too) 운동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이 때로는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때로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직접적으로 거론됩니다. 그러면서도 교조적이라거나 메시지가 이질적으로 붕 뜬다는 느낌 없이 비판적 시각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점이 작가의 역량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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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을 암시하는, 포스트잇이 잔뜩 붙은 어느 교수의 방.


의상학과 졸업작품이라는 소재를 통해 여성 문제는 물론 연령차별주의, 다문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풀어내고자 하는 <달리는 노루발처럼>, 하루빨리 정식 연재로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노루는 1년 동안 어떤 변화와 성장을 거쳐나갈지, 이 팀의 졸업 패션쇼가 어떻게 완성될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또 어떤 화두가 등장할지, 애독자로서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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