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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연대 <집이 없어>
<어서오세요 305호에>, <하나(HANA)> 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와난 작가님의 <집이 없어>. <어서오세요 305호>가 20대 초반 대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와 성 소수자에 다뤘다면 <하나HANA>는 초능력자 실험체 청소년과 그들을 실험했던 연구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집이 없어>는 어떨까. <어서오세요,305호>, <하나HANA> 와는 또 다른 친구들. 즉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 그대로 '집이 없는'친구들의 이야기를.
<집을 버리고 뛰쳐나간 고해준, 집 없이 텐트 생활하는 문제아 백은영.
악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버려진 옛날 기숙사에서 함께 살게 되는데..
기숙사도 서로도 싫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두 사람의 힘든 성장 이야기>
귀신을 보던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고해준은 단 둘뿐이었던 가족인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기숙사 입소와 함께 성공적인 새 출발을 도모하던 고해준은 전 재산을 소매치기당하고, 이후 벌어지는 사건 탓에 기숙사에 입소하지 못하게 된다. 고해준의 지갑을 훔치고 사건 사고를 일으켜 기숙사에 입소하지 못하게 만든 <백은영>. 이런저런 이유로 두 사람은 누가 봐도 무슨 일이 날 것 만 같은(?) 폐가에 단둘이 살게 된다. 물론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단둘만의 러브하우스(?)였던 곳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하는 러브하우스가 된다. 초반부, 네이버 웹툰 전통에 따라 (?) 밉살맞은 금발 어그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백은영과 '작가님 해준이 언제 행복해지나요'를 쓰게 되는 고해준의 조합은 얄밉고, 짠하고, 웃기고, 부끄럽다가도 재밌다.
집이란, 돌아갈 곳이란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당연해 보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것이 바로 돌아갈 장소, 집일지도 모른다. <집이 없어>는 누구에게나 당연하게 있다고 생각되는 것, 다수에게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은 소수자들을 다룬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등장인물들은 모두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으며, 이로 인해 끊임없이 크고 작은 부딪힘을 겪는다. 누가 나쁘고 착하고, 누가 더 잘했고 못했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겪는 문제들. 그건 가족일 수도, 상식일 수도, 집일 수도, 보살핌일 수도, 인간관계일 수도 있다. 나잇대 말고는 모두 다른 친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게 될까.
<집이 없어>의 에피소드는 모두 각 에피소드의 주요 인물의 이름으로 되어있다. 고해준-백은영-박주완-김마리. 모두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지만 어딘지 하나가 부족하거나 남다른 친구들이다. 하지만 남다르다는 것이 곧 특이하고 특별한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들과는 다른 면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과 비슷한 모습을, 누구나 공감할만한 면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는 캐릭터들을 단순히 몇 가지 속성으로 이뤄진 얄팍한 종이 인형이 아닌 보다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어낸다. 무뚝뚝하고 우직하지만 귀신 보는 어머니에 대한 콤플렉스와 미안함을 가진 고해준, 화사한 외모와 빼어난 사교성을 가졌지만 집도, 상식도 없는 백은영. 그림으로 그린 듯한 반듯한 4인 가족의 둘째지만 엄마의 숨쉬기 어려운 간섭에 고통받는 박주완, 겉으로는 활달해 보이지만 아빠와 오빠의 집안일과 폭력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김마리. 이들은 모두 자신의 부족함이 급급해서, 혹은 모르기 때문에, 주위의 편견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고 끊임없이 부딪힌다.
하지만 부족함을 알기에, 모른다는 것을 알기에, 겪어보았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돕는 것. <집이 없어>는 다정한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연대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엄청나게 거창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상대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하는 것이 연대다. 배척과 연대는 한 끗 차이다. 어머니와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겪어본 고해준이 박주완의 등을 밀어주는 것처럼, 차라리 모르는 척 익숙한 폭력에 잠기는 것을 택한 김동주의 손을 김마리가 잡은 것처럼. 나름의 방법대로 아픈 고해준을 돌봐주려 애쓴 백은영처럼.
물론 이들의 연대는 거창하지 않을뿐더러 완벽하지도 않다. 어딘지 엉성하고 이음새도 매끄럽지 않다. 하지만 다 그렇지 않나. 세상에 완벽한 관계나 완벽한 연대 따윈 없다. 특히 이들은 모두 아직 10대 청소년. 한창 자라는 중인, 많은 것이 아직 처음인 친구들이다. 아파본 경험이 있기에 상대의 아픔을 알 수 있고, 두려움을 알기에 두려움에 빠진 상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것처럼. 아픔을 안다는 것, 손을 내민다는 건 거창하거나 위대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창하거나 위대하지 않으면 좀 어떤가. 영화처럼 극적인 사건이 아니면 좀 어떤가. 중요한 건 공감과 이해다. 이 모든 것이 나만이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 우리는 도움이 필요한 존재고, 그럼에도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렇게 함께 살아갈 것이라는 게 중요한 것 아닐까.
<집이 없어>는 다정한 연대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들을 비춘다. 싸움도 잘하고 몸집도 크고 공부도 잘하는 고해준은 부모도 갈 곳도 없다. 그래서 쉽게 의심당하고 외면당한다. 화사한 외모에 사교성을 갖춘 백은영의 옷장은 텅 빈 데다 이 녀석도 갈 곳이 없다. 돌아갈 집도, 사랑하는 가족도 있지만 가족의 사랑이 그저 갑갑하기만 한 박주완은 곁에 있는 엄마의 결핍을 모른다. 야무지게 집안일도 하고, 교우 관계도 좋은 김마리는 오빠의 폭력에 시달리고, 그런 마리를 보호해 주려는 고모의 손길을 오해한다. 떼어놓고 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의 일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이어진다. 우리가 사는 사회 역시 그렇다. 내가 모르는 타인의 일 역시 결국 언젠가는 내 일이 될지 모른다. 내 일이 곧 타인의 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를 오해하고 외면할지도 모르지만, 모두 다른 사람이기에 서로 보지 못했던 상처를 보듬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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