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로판이라고 불리는 장르의 작품들을 많이 보고 있다. 로판은 로맨스 판타지의 줄임말로서 그 배경이 대부분 중세시대인데 예전에는 사실 이쪽 장르를 별로 안 보려 했던 걸로 기억한다. 뭐랄까 그냥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 게 맞겠지. 그런데 어느새인가부터 그쪽 장르의 작품들이 계속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굉장히 보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장면이 많았다.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는 컨셉을 넘어서 주인공이 너무나도 불쌍해서 감정 이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누군가의 소모품으로 버려질 운명이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가혹하지 않은가. 필자의 가치관으로서는 도저히 이해는 커녕 너무나도 안타까워서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였다. 모든 인생에 주인공은 본인이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내가 개척하는 것이고, 나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내가 되어야 한다. 누군가를 빛내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 내 인생의 의미는 아니니까. 만약 자신이 그것을 원한다고 말하면 필자는 할 말이 없다. 그 사람에게 있어 행복이란 것이 나의 노력으로 누군가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의 가치관이고, 삶이니 감히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것에 대해 논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닌 타인의 의지로, 나의 의지가 아닌 어떠한 것이 강제적으로 개입해 처음부터 나에게 아무런 선택지도 주지 않은 채 희생을 강요한다니? 이렇게나 불합리적인 일이 또 있을까.
<친 아버지가 스스로 자신의 친 딸을 죽이려는 모습이다.>
<친 아버지의 손에 의해 떨어진 곳에서 알 수 없는 손들이 튀어나온다.>
<처음에는 나쁜 존재들인줄 알았는데 사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는 원혼들이고 그들의 대화를 보면 너만이라도 살아가라는 말이 있다.>
<주인공의 친언니, 가문의 빛처럼 추앙 받는 존재이며 그녀를 위해서 희생되는 것이 주인공의 삶이다.>
주인공이 속한 가문은 스페라도 후작가라는 가문으로서 제국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지고 있는 후작가들 중 하나이다. 특히 어둠술이라는 걸로 뛰어난 가문으로서 대단한 어둠술사들을 배출하는 걸로 유명한데 이것이 바로 주인공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원인 중 하나이다. 이 제국에 역사는 천 년에 달하는데 제국의 고위귀족들은 마력, 신성력, 정령술 등 다양한 능력의 초월적인 힘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아이는 부모의 보호 하에 있어야 한다는 법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스레라도 후작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공은 공작가를 찾으러 간다. 보통 황실이 가장 큰 권력의 한 축인데 이 세계관에서는 유일하게 괴물 공작이라고 불리는 가문이 있다. 바로 셀바토르 공작가, 제국이 건국되기 전부터 존재한 황실보다도 역사가 오래된 유서 깊은 가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 가문의 핏줄들이 타고나는 특징은 인간을 초월한 괴력과 마력, 즉 엄청난 재능을 타고나는 마검사 집안이라고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 중 하나인 베스라온처럼 괴력은 타고났으나 마력은 얻지 못할 수도 있고, 혹은 루엔티처럼 마력은 뛰어나고 괴력은 물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배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현 공작은 이 모두를 전부 타고난 마검사이다. 사실 전쟁에서도 엄청난 공을 세웠고, 현 세계관 최강자의 반열에 있는 인물로서 그 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 역대 공작가의 공작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어떠한 가문들도 절대로 엄두도 낼 수 없는 가문이기 때문에 다들 뒤에서는 괴물들의 가문이라고 몰래 얘기했다. 사실 이런 괴물 공작가라는 소문이 더욱 퍼진 것은 10대 셀바토르 공작이 황실과의 마찰을 줄이고자 몰래 퍼트렸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어둠이 그녀를 집어삼키는 모습>
<이 분이 바로 괴물 공작가의 공작으로서 처음에는 남자인줄 알았지만 확실한 성별은 여성이다.>
<공작가의 데릴사위로 들어온 인물, 공작의 남편이다. 사실 이부분도 조금 신기했던 게 공작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으면 대부분 남성이었던 설정을 가지고 있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에서 괴물 공작을 지칭하는 인물은 여성이었기에 더욱 참신하게 느껴졌다.>
<괴물 공작가의 모두가 소녀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가장 가혹하고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소녀는 타인의 삶을 빛내기 위해 주어진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서 자신의 두 다리로 저택을 나서고, 그로 인해서 모든 챗바퀴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괴물 공작가를 직접 찾아가 당돌하게 제안을 하는 모습부터, 지금껏 사랑을 받지 못하며 자라왔기에 누군가에게 받는 사랑이 익숙하지 않아 어린 짐승처럼 하나 하나 두려움에 떠는 모습까지 이토록 입체적이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작품에 몰입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고 여린 아이가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끝가지 살아남기위해 애써 노력하는 모습이 마냥 슬프고 안타깝기만 한 것이 아닌 포기하지 않는 정신, 끝까지 노력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이뤄내려고 하는 것. 이런 부분에 대해서 이 웹툰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되돌아보며 비록 사는 세계가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태생적인 부분이 달라 많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저 어린 소녀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며 저렇게 열심히 살아가는데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한 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앞으로도 소녀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