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내맘대로 특집 - 고아라 작가 편 : 2. «사랑하는 나날»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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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고 있는 2017년 현재, 사랑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제 불치병이나 재벌 3세를 넘어 아예 늑대소년이거나 외계인이거나 도깨비거나 시간을 넘어 온 존재 정도가 등장해 주어야 한다. 사랑 이야기는 이제 아예 ‘연애’의 적나라함을 말하던지, 아니면 이르지 못할 순수한 ‘사랑’을 말하던지 둘 중 하나가 되었다. 연애던 사랑이던 그 이야기들은 감동인지 자극인지 모를 여운 없는 무언가를 남기고, 사랑이라는 관념은 현실에서 멀어져 닿지 못할 어딘가에 남겨진 것이 되어가고 말았다.
고아라 작가는 자신의 두 번째 장편 만화인 «사랑하는 나날»을 통해 사랑에 대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다고 항변하는 듯 하다.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사랑하는 나날»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인데다 정식 연재처(최초 연재처는 코믹플러스였다)가 있었기에 작가 스스로도 밝혔듯 의욕적으로 작업한 작품이다. 첫 작품인 «어서와»에 비해 대사 가독성이 좋아졌고 컬러가 보다 선명해졌으며 연출 역시 세련되어졌다.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컬러 사용이 다양해져 전체적으로 화사한 느낌을 주고, 그것이 인물 및 스토리와 맞아떨어져 겉돌지 않는다. 참신한 개그씬의 적절한 사용은 전체 이야기의 강약을 조절한다. 미디어 다음에서 동시에 연재된 «럭키미»보다도 전체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럭키미»가 «어서와»의 뒷이야기다보니 연출 스타일을 비슷하게 유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본격적으로 수채화 방식의 작화를 정립하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나날»은 제목 그대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사랑하는 날들을 그려낸다. 중학생 시절 사귀었다 헤어진 뒤 9년만에 다시 마주치게 된 김미와 승현의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이 되지만, 이들을 통해 인연이 닿은 책방 동료 지선, 만화 작가이자 지선의 동창 경주, 김미의 오빠 김준, 동생 김훈과 훈의 친구 영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무게와 감정으로 묘사된다. 작품 전체에 이야기가 꽉 차 빈약하지 않고 밀도가 있다. 플롯의 탄탄함이 섬세한 감정과 화사한 그림을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이렇게 각자가 사랑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는 ‘사랑은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동네 책방에서, 학교 교실에서, 길거리와 까페에서 일어나는 만남과 교류가 바로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와 따로 떨어져 어딘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획득하거나 못하거나의 문제가 아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 못지 않게 ‘사랑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의 사랑이 이상적인 사랑에 닿지 못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나의 ‘사랑함’은 오직 나만의 것이고 나에게 소중한 것이기에 그 자체로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다.



▲ 등장인물들의 사랑이 독자의 사랑과 공명하는 장면이 많다.
그렇게 이 작품은 사랑을 말한다. ‘사랑’ 그 자체를 말하지 않고, ‘누군가의 사랑’을 말한다. 각자의 사랑이 저마다의 무게를 가지고 꾸밈 없이 드러나기에, «사랑하는 나날»은 자극도 심지어는 감동도 적을 지 모르지만,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건드려 결국 독자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사랑’을 아는 사람은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라도 ‘나의 사랑’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사랑’이 소중했던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 «사랑하는 나날»이 주는 여운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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