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내맘대로 특집 - 고아라 작가 편 : 1. «어서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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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생활이란 명실공히 한 자아가 급격하게 성장하는 과정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우정을 발견하며, 관심사를 늘리고 사랑을 알아간다. 기쁨, 슬픔, 성취, 좌절, 행복, 분노, 사랑, 고독 등 여러 감정을 대학 생활 도중 마주치게 되며, 자신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 나가는 과정이다. 고등학교 졸업자 열 명 중 일곱 명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상황에서(2016년 교육기본통계 참조), 대학 생활은 대한민국 청년 세대가 가장 널리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이다.
고아라 작가의 «어서와» 역시 그러한 대학 생활을 소재로 한 만화 중 하나이다. «어서와»는 고아라 작가의 실질적 데뷔작으로 네이버 베스트 도전만화에서만 연재한 작품이다.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본인이 생각하는 데뷔작은 2005년 신인 공모전에 응모했던 «어울려»라는 작품이지만 지금은 찾을 수 없다. 정식 연재로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독자들의 지지와 관심에 힘입어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어서와»의 줄거리는 복잡하지 않다. 애니메이션과 복학생 김솔아는 친구의 부탁으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게 된다. 홍조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사람으로 변하는 특별한 고양이이다. 고양이와 함께 복학 생활을 시작하는 솔아는 고두식, 알아, 재선 등의 친구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살아 나간다. 대학 생활 도중 겪게 되는 평범하고 작은 일들을 그리는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수채화풍의 작화는 화려하지 않아 감정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데 용이하다. 그것은 마치 대학 생활이 가까이서 보면 특별하지만 멀리서 보면 평범하듯, 그림 하나하나는 따뜻하고 특별한 감성으로 그려졌지만 연출 전체적으로는 평범한 일상을 담백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디지털 작업을 배제하고 한 컷 한 컷 수작업으로 그려낸 장면들은 마치 작은 공방에서 정성스레 만들어낸 소품을 보는 듯 하고, 작가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인 컷 연출은 인물 자체에 집중하여 인물을 부드러운 선과 색으로 그려낸다.
▲ «어서와»의 전반적인 작화 분위기
‘대학 생활’이 주요 소재인 작품이다보니,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 ‘홍조’의 역할은 양념에 불과하다. ‘홍조’가 반드시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여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것이 이야기 전개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도 아니다. «어서와»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대학 생활 중 겪는 경험과 그로부터 생성된 감정이지,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 중 ‘홍조’는 이 ‘오늘의 그림 일기’같은 작품에 독특함을 더하는 소재가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홍조’가 이 작품을 일기 이상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 ‘홍조’는 다만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장치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한 점에서 «어서와»는 작품성이나 예술성, 완성도 측면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특히 인물의 대사가 중요한 작품임에도 대사의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아쉽다. (이 부분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 수정된다.) 그럼에도 «어서와»가 의미있는 것은 바로 ‘인디’ 웹툰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의 ‘인디’는 거대 상업 자본 및 해당 영역의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고, 지원 및 투자 없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지원과 투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그것은 ‘이윤’을, 웹툰 시스템에서 그것은 ‘조회수’와 ‘별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어떤 작가든 그러한 ‘수치’로 환원시키고 싶지 않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고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작가는 결국 시스템에서의 독립을 외칠 수밖에 없다. ‘독립’을 의미하는 ‘인디’는 그래서 널리 감상되기보다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고아라 작가 역시 치밀하고 세련되게 작화할 줄 몰라서 못한 것이 아니다. («어서와» 21화에서 다른 느낌의 작화를 선보인 바 있다.) 작가가 그렇게 그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스템에서의 독립과 지원 및 투자의 상실을 의미한다 해도 기꺼이 그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현재 고아라 작가의 많은 작품이 네이버에 이은 2위 웹툰 플랫폼인 다음에서 연재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작가 고유의 스타일을 손상시킨 것은 아니며 오히려 플랫폼은 ‘인디’ 고유의 작가주의적 경향이 대중의 호응을 얻은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한 것이기 때문에, 작가의 ‘인디’ 웹툰으로서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고 여겨진다.
고아라 작가의 작품은 분명 ‘보편적’ 재미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떤 독자들은 분명 애써 듣고자 하지 않아도 작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들려올 것이다. 매일의 일상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작은 것의 소중함에 집중할 수 있는 독자라면, «어서와»가 전하는 담백한 감성이 애쓰지 않아도 전해져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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