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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기로 - 기이하고 이상한 길» - 타인의 꿈을 여행해보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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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5회 작성일 24-05-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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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 기이하고 이상한 길» - 타인의 꿈을 여행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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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9년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을 출간한 이래 정신분석 이론은 학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으로는 무의식 개념을 통해 근대적 이성에 기반한 주체 개념을 근본적으로 의심하게 만드는 계기 중 하나를 제공했으며, 나아가 인문학 및 사회학, 문화 비평 영역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무의식과 정신분석은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쳐, 작품의 모티브 혹은 소재로서 ‘꿈’을 이론적 토대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했다. 비록 현재 정신분석 이론은 그 개념을 실증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엄밀한 의미의 ‘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그 내용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그럼에도 그 아이디어와 개념의 독특함은 많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제작되었고 또 제작되고 있다.


    구들 작가의 «기로 - 기이하고 이상한 길» 역시 꿈이라는 소재를 정신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하여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가는 ‘꿈 속을 탐험한다’는 소재를 중심으로 가상적 상황, 이론적 설명, 수사극, 심리묘사, 심지어 어드벤처 요소까지 혼합하여 독자로 하여금 작품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 «기로»는 기본적으로 주인공 ‘한기로’가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심리적 문제들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자기치유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지만, 작가는 여기에 여러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덧대 심층적인 스토리를 구축해 나간다.


    다시 말해, 주인공 한기로가 타인의 꿈에 접근하여 타인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의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는 전개이다. 한기로는 의문의 정신분석의 ‘닥터D’와의 상담 후 자신의 귀에 연결되어 있는 - 아마도 뇌에 연결되어 있을 - 거미 ‘익토미’를 보게 된다. 익토미는 한기로 외 보통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으며, 이 때문에 한기로 자신도 자신이 망상증 환자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익토미’가 한기로에게만 보이느냐 아니냐, 또 한기로에게 말을 거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한기로가 ‘익토미’를 통해 타인의 꿈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기로는 자신을 괴롭히는 ‘상’을 극복하기 위해 그 ‘상’에 해당하는 사람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그들의 꿈에 접근해 꿈을 탐험하며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꿈 속의 무언가를 제거함으로써 그들을 치유시키고 동시에 자기 자신도 조금씩 치유해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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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통해 타인의 내면 세계가 상징과 이미지로 드러난다.


    한기로가 타인의 꿈을 탐험하며 타인과 자신을 함께 치유하는 이 과정은 작품의 가장 큰 줄기이며, 몽환적이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작가 고유의 연출이 그 힘을 발휘하는 부분이다. 꿈에 나타나는 이미지를 분석함으로써 대상을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을 발견하고 원인을 제거하여 치료한다는 정신분석 이론에 기반한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에서 ‘미로같은’ 내면 세계를 이미지를 열쇠 삼아 하나하나 해결하여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어드벤처 장르의 문법을 따라가고 있다. 


    반면 정의수와의 상담으로 대표되는 ‘학문적 설명’ 부분은, ‘익토미’와 꿈 탐험의 논리적 정당성을 약화시키며 또 한기로 자신 뿐 아니라 독자까지도 한기로 및 닥터D에 대해 의심하게 함으로써 극의 긴장감을 높이고 갈등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한기로의 경험을 대상화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한기로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극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볼 수 있게 만든다. 한기로의 경험은 독자와 일체화되지 않으며, 학문적 분석과 설명은 한기로가 망상증 환자가 아닌지, 또 닥터D가 사람을 홀리는 사기꾼은 아닌지 지속적으로 의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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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수의 분석을 통해 한기로의 경험은 그 객관성을 의심받는다.


    최무진 경위가 진행하는 닥터D에 대한 수사는 그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든다. 2년 전 처음 발생한 닥터D 사건 때부터 그를 추적해온 최무진의 수사는 한기로와 ’S’를 비롯해 닥터D의 진료를 받았던 사람들을 추종자 혹은 피해자로 묘사한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닥터D가 제도권 학계가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설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인물로 여겨지도록 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계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주인공의 세계 - 현실 세계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독자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고, 닥터D의 영향을 받은 인물들 모두가 그저 조현병 혹은 망상증 환자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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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세계가 현실 세계 ‘안에’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수사극 부분.


    다만 그 결과 필연적으로 작품이 난해해져 진입 장벽이 높아진 것은 아쉽다. «기로»를 읽는 독자들은 작품에서 제시되는 상징과 내용, 분석, 서사를 놓치지 않고 쫓아가야 하는데 그 양이 상당할 뿐더러 주인공인 한기로에게 이입했다 빠져나오기를 반복해야 하는 작품 전개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작품 감상에 피로를 가져온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을 중심으로 인물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그것을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만화 역시 엄연한 예술 작품이고 그 예술적 완성도를 탄탄히 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비난할 수는 없다. 작가의 작품 세계는 작가에게 고유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느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지 서로 다른 여러 기준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느냐 아니냐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들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진지한 만화를 접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기로»를 통해 약간의 두통과 커다란 재미를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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