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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37회 작성일 24-05-2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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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어디에 있나 <치정>


궁중암투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이다. 특히나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르이기도 한데, 궁중 암투물처럼 각자 주체성을 가진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장르도 드물기 때문이다. 물론 가부장제라는 어쩔 수 없는 구조의 한계 탓에 성토하는 사람도 많은 장르가 바로 궁중 암투물이다. 권력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여성캐릭터들은 결국 여성으로서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른다 한들 남성의 아래이며, 남성의 애정과 허락 없이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근대를 아우르는 시대물에서 드물게 '고급 교육을 받은' '지혜롭고 똑똑한 여자'들이 한곳에 모여 목숨을 걸고 다투는 이야기는 재미없기가 되려 힘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들의 지혜로움이, 아름다움이, 모든 행위가 남성에게 간택받기 위한 것이라는 구조 탓이다.


<치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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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은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손개피작가의 유려한 작화로 각색한 <치정>은 표지에는 궁중 로맨스물이라고 되어있으나, 일러스트만 보아도 느낌이 오듯 궁중 스릴러에 가까운 작품이다. 덧글 역시 대부분 그런 내용인데, 두 여자 주인공은 분명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가지고 있긴 하나 작품의 목적이 두 여성의 사랑이 아닌 생존이기 때문이다. 성애적인 감정보다 살아있는 생명으로써 생존을 위한 동료에 가까워보이는데, 모든 행동의 기저에 결국 '사랑'이 있다는 점에서 GL물이라고 할 수는 있겠다. 동양 판타지이나 명확한 시대를 알 수 없는 동양 판타지, 궁중 로맨스물 <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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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정>의 주인공은 순욱과 향이인데, 대부분의 이야기는 순욱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순욱의 시선과 사고에 종종 깜빡 넘어가게 되며 이는 손개피작가의 유려한 연출과 함께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각설하고. 향이는 순욱의 아버지가 데려온 여자아이로 늘 향이와 함께 붙어 자랐다. 향이는 순욱의 아버지가 이끄는 대로 남자들에게 몸을 내어주며, 순욱은 그런 향이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동료이다. 젊고 아름다운 향이가 양반가의 늙은이들에게 몸을 내어준 대가로 순욱과 순욱 아버지는 살아가고 있으니까. 연고지없는 여자라는 이유로 착취당하는 향이의 모습은 끔찍하나 순욱이라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순욱 역시 아버지를 위해 팔려갈 처지니까. 그리고 순욱은 다른 곳도 아닌 왕에게, 중전 자리를 위해 팔려간다. 순욱을 처녀로 남기기 위해 그간 팔려나갔던 향이는 궁녀가 되어 함께 입궐한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입궁은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에 의한 것이다. 이 때 <치정>은 다른 궁중암투물과 달라진다. 상궁과 세자빈, 중전, 다양한 나이대의 궁녀 등 다양한 여성들이 나오며 이들은 서로 대립할 때도 있지만 결국 모두 나이와 신분을 떠나 남자, 왕의 노예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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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에 들어선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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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진행되는 '신이 된 개' 이야기. 이는 단순히 왕과 세자의 사이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왕과 권력에 대해, 여성과 남성에 대해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태어날 아이는 개인가? 사람인가?)


왕의 총애를 받기 위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왕의 총애를 구걸하는 것이다. 세자를 죽이기 위해 세자와 왕의 눈에 향이를 보였던 순욱. 사랑하는 정인임에도 그녀를 무시무시한 왕과 세자의 사이에 던지며 여지껏 견고하기 그지 없었던 두 사람의 관계도 달라진다. 바깥세상과는 전혀 다른, 마치 살아있는 생물같은 궁 안에서 점차 미쳐가는 것이다. 인간을 위해 지어졌을 궁은 이제 인간을 잡아먹는 탐욕스러운 괴물이 되는 것. 왕을 위해 지어진 궁은 왕을 잡아먹고, 왕과 함께 잡아먹힌 여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여기에 대의나 윤리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시대의 문명과 문물이 집대성된 궁에서 가장 짐승과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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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죽여야 하는 세자. 겉으로는 말끔하며 우수해보인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치정>은 마냥 밝고 해맑은 이야기는 아니다. 불편하기 그지없고 가끔은 어지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치정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불안하고 불편하면서도 결국 손을 떼지 못하는 매력. 소설을 웹툰으로 각색하며 생긴 설명의 부재나 서사 상의 아쉬움도 분명 있다. 분명 그림은 유려하며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연출들은 작가의 역량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꿈과 현실, 허상이 구분되지 않는 연출이나 마치 먹으로 그린 듯한 '신이 된 개' 이야기를 통한 연출은 전개 내내 작품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한다. 다만 짧은 회차탓인지 사건 진행의 아쉬움이나 명료하게 풀리지 않은 문제, 유려한 연출에 비해 부족한 심리묘사(연출은 분명 뛰어나나 각 인물의 심리가 명확히 전달되지 않는 전개가 종종 보였다) 등. 스토리의 부재로 원작 소설을 찾아 읽도록 만드는데, 만일 이게 원작소설을 위한 홍보에 지나지 않았다면 충분했을지도 모르나 단일한 별개의 작품이 되기에는 미묘할 지도 모른다. 작품 전반에 깔린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완결까지 끌고가는 힘은 충분하나, 그 힘의 근원이 서사가 아닌 연출이라는 것은 사실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은 바래지 않으며 그럴듯한 여성 서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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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깨부수기위해서는 먼저 깨부술 편견을 그려야 한다. <치정>의 경우 부숴야 할 것은 어떤가. 이미 이야기의 배경이 모든 편견의 원인처럼보인다. 이미 부숴야 할 존재인 세자와 왕. 그러나 그들 역시  궁궐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것과 맞물려 <치정>은 뛰어난 여성서사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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