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구구까까» - 조화가 아쉬운 병맛 개그의 향연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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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니 작가의 «구구까까»는 오직 개그로만 승부하는 개그만화입니다. 그것도 어처구니 없는 설정과 병맛 개그로 무장한 노골적인 개그만화죠. 놀라지 마세요. 이건 칭찬이니까요. 상상력의 제약이 없다는 것이야말로 만화의 장점인데, 개그만화의 설정과 전개가 적당히만 어처구니 없다면 뭐하러 만화를 보겠어요? 원시 사회의 집단 의례를 현대 사회의 ‘클럽’으로 치환하는 상상력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설정, 패러디, 개그 트렌드, 병맛 등 지금의 개그만화에서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시도하는 작품입니다.

▲ 황당하지만 놀라운 상상력임은 분명하군요.
그래서일까요? 개그 이외의 것에서는 치밀함이 떨어지고 클리셰에 의존합니다. ‘청담 핫걸’이라는 이나의 설정은 확실히 진부하죠. 극의 전개는 치밀하지 않고, 나열된 상황을 패러디와 수사로 꾸미는 데 집중합니다. 물론 개그만화로서 적절한 전략이긴 합니다. 극적 완성도가 중요한 장르도 아니죠. 작가는 끝없는 패러디와 개그 코드 나열로 독자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 패러디, 패러디, 패러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작가는 스토리와 개그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구구까까»의 뼈대는 분명 스토리입니다. ‘이나의 원시사회 적응기’라는 뼈대에 패러디와 개그 코드라는 살을 붙여 작품을 만들 것이었다면, 튼튼한 뼈대 역시 놓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구구까까»의 스토리는 패러디와 개그 코드 제시를 위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데 그칩니다. 그래서 수많은 패러디와 개그 코드는 극적 긴장감의 해소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하고 그 때 그 때의 소소한 웃음만 만들어냅니다. 공들인 작화와 연출은 ‘쓸고퀄’이 되고, 개그 만화의 힘을 오히려 빠지게 합니다. 극의 치밀한 전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이말년시리즈» 같은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말년 작가가 차기작으로 ‘서유기’를 선택한 것도 극의 치밀함이라는 부담을 덜어내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 상당한 수준의 작화와 연출이지만, 이게 꼭 필요한 장면이었을지는…?
풍부한 개그 센스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빵빵 터지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개그의 질은 양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개그 요소를 아무리 많이 넣는다고 해도 그것이 다른 요소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그 개그 요소는 딱 그 요소만큼의 웃음만 주게 됩니다. 즉, 개그가 구조화되지 않았습니다. 출중한 작가의 능력에 비해 아쉬운 부분입니다. 야구에서는 단타 열 개보다 적시타 두 개로 더 많은 점수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로 홈런은 1점이지만, 만루에서 삼루타는 3점이 되죠. 극의 진행과 개그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면, 능히 만루 홈런도 때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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