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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툰 결국 삼국지도 아니게 됐습니다. - 고삼무쌍 [스포]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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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11회 작성일 24-05-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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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한 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호색한이 자신을 유비라고 주장하며 남들 일에 훼방 놓는 만화입니다. 이는 아주 훌륭한 요약입니다. 이 작품에서 유비가 정확히 어떤 주체적인 캐릭터성을 가졌는지 증명하기도 전에 작품이 끝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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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봅시다. 삼국지만큼 우리 인상에 강렬하게 남는 중국 문학이 또 있을까요? 책을 잘 읽지 않으셨더라도 대추같이 붉은 얼굴과 긴 수염을 가진 관우, 술을 잘마시고 성격이 괄괄한 장비, 그리고 귀크고 사람을 아끼는 유비에 대해선 알고계실겁니다. 그렇습니다. 일단 주역이라고 할만한 이 유비 삼형제 부터 캐릭터 개성이 확실합니다. 여기에 더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조조도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주역 캐릭터만 놓고봐도 삼국지는 다루기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하지만 삼국지는 재해석하여 만화로 옮기기 참 껄끄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유비의 팬이라서 유비가 주인공이고 관우를 히로인으로 잡은 만화를 만든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렇게되면 정말 큰 문제가 생깁니다. 유비와 관우 둘다 각자 부인이 있고 각자 아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구도로 작품을 잡은 순간, 이야기는 롱런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든 둘의 연애사 이외의 다른 결혼 문제는 반드시 끼어들어야 하고, 여기서 부터 작품은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로 끌수밖에 없어지며 본분이 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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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관우와 유비의 사랑에 이야기를 집중할만큼 삼국지는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에 집중할거라면 차라리 다른 세계관의 다른 이야기를 빌려 쓰는 게 낫습니다. 아니면 삼국지에서 이름만 빌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삼무쌍]은 유비 관우의 러브라인 구도를 유지하며 작품을 정사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이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전개는 삼국지 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는 데 정작 인물 구도가 꼬입니다. 여기에 더해 작품에서 보여주는 공성전이나 전략이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삼국지에서 본 전략을 그보다 못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에 더해 삼국지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책사들이 등장하기도 전에 작품은 끝나버립니다. 그것도 관우와 조조, 유비의 삼각관계 구도를 활용해서 말입니다.


  삼각관계, 화용도나 오관육참에서 알 수 있듯 조조와 관우의 관계는 독특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굳이 사랑으로 어레인지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아니 재해석은 자유입니다. 하지만 세력 다툼을 하는 와중에 어울리지도 않는 사랑 싸움을 끼워놓으니 둘 중 하나로만 밀고 가라 따지고 싶어집니다. 한쪽에선 학교의 운명을 건 암투가 벌어지는 데 한쪽에선 나는 니가 좋다, 그러니 날 받아들여라! 하면서 3류 로맨스를 찍고 있습니다. 분위기 전환도 아니고 둘다 암울하기만 해서 집중만 떨어집니다.


  결국 이 전개를 작가도 감당하지 못했는 지 조조와 한판 싸운 유비를 끝으로 작품은 끝나버립니다. 이건 참 치사한 수법입니다. 삼국지의 이름을 빌리고 삼국지의 전개를 빌리고 삼국지의 캐릭터를 재해석해서 작품을 내놓았지만, 첫 스타트가 꼬이자 작품은 원래 이런 결말로 예정된 작품인 마냥 끝내버립니다.


  하지만 우린 모두 이 작품이 여기서 끝날 때가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삼국지잖아요. 제갈량은요? 조자룡의 활약은요? 관우는 결국 어떻게 죽죠? 유선은 누구 아들인가요 그래서? 유비를 주인공으로 하고 정사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면 유비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데리고 갈 의무가 작가에겐 있습니다. 삼국지 정사를 밑바탕으로 한걸 알면서, 그걸 알면서도 이 작품을 보는 이유는 그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재해석한 유비란 인물상과 그 결말을 보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작품이 보여준 건 삼각관계 끝에서 피어난 마초들의 우정이었습니다. 고삼무쌍이라며 대놓고 삼국지를 노린 제목과 전개로 작품을 이끌어갔지만 결국 삼국지를 만들기도 전에 작품은 끝나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삼국지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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