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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3 아이즈>
인간 이외의 다른 종족이 존재할 거라는 믿음은 낯선 것이 아니다. 이제는 고전이 된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는 중간계에서 살아가는 인간 이외에 엘프, 오르크, 드워프(난쟁이로 흔히 번역되는) 등이 나오고 세계 각지의 신화전설에는 반인반어, 반인반수의 형상을 가진 켄타로우스, 오안네스 등이 존재한다. 거인족이나 인어는 단골로 등장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나 아폴론 등의 행각을 보면 그들은 신이 아니라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다른 종족이라고 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동양의 도깨비도 인간이 죽은 후 생기는 귀신과 전혀 다르고, 인간과 다른 종족일 수 있고. 인간 이외의 다른 누군가 있었거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언제나 있었다.
<3X3 아이즈>의 출발점도 그렇다. 옛날 옛적에 삼지안, 즉 세 개의 눈을 가진 종족이 있었다. 판타지나 SF에 흔히 나오는 설정으로, 인간과 다른 종족이 등장하면 인간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지안 종족도 그렇다.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삼지안은 만물의 지배자였지만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모두 멸종해버린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삼지안의 생존자 파이는 티벳의 험한 산 속에서 죽어가던 야크모의 아버지를 만난다.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파이는 야크모를 찾아와 인간이 되고 싶다며 매달린다. 그런데 묘한 일이 생긴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야크모는 아무 일 없이 살아난다. 그 후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끄떡없이 되살아난다. 삼지안 종족은 자신의 ‘보디가드’로 영혼을 저당잡힌 우를 데리고 있었다. 파이 역시 야크모를 자신의 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파이가 죽기 전까지 야크모는 결코 죽지 않으며, 파이가 인간이 되기 전까지 야크모는 평범한 인간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야크모는 파이와 함께 홍콩으로, 티벳으로 과거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삼지안이 정말 있을까? 불가사의한 일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해 써놓은 책을 보면 간혹 ‘제 3의 눈’이란 게 나온다. 인간에게는 오감 이외에 6번째 감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인간들은 이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평범한 존재로 전락했다는 설이 있다. 인간이 6감을 가지고 있던 시대는 신과 인간이 소통할 수 있는 ‘신화의 시대’라고도 한다. 인간의 초자연적인 능력이 집결된 곳이 바로 눈썹 사이의 송과선이 있는 장소(삼지안의 제 3의 눈이 열리는 곳)라고도 한다. 아직 송과선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고.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원작인 <지옥인간>은 송과선이 ‘6감’을 가졌다고 말한다. 6감이 발달하면 이마 가운데가 툭 튀어나오게 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존재’들을 만나고, 소통한다. 야마모토 히데오의 <호문쿨루스>도 비슷한 설정이 나온다.
동양적인 판타지라고 할 <3X3 아이즈>의 작가 다카다 유조는 힌두교, 티벳 불교, 이집트의 신화 등 세계의 신화와 전설을 꼼꼼하게 수집하여 대단한 스케일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시바나 옴 같은 존재와 개념은 힌두교와 티벳 불교에 나오는 것이고, 아누비스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한다. 또한 <3X3 아이즈>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설정들이 많다. 영혼을 저당잡힌 불사신 우나 다중인격을 가진 파이의 수수께끼는 끝까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삼지안이란 종족 자체가 다중인격을 지닌 것일까, 아니면 다른 존재가 침범했거나 덧씌운 것일까. 기묘한 신화의 존재들이 격전을 벌이는 장면도 박진감이 넘친다. <3X3 아이즈>는 흥미로운 판타지물이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평소에 겁이 많고 다정한 파이는 삼지안이 되었을 때 더없이 냉혹해진다. 삼지안은 목적을 위하여 모든 것을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다. 그런 그들이 왜 스스로를 파멸시켜버렸을까. <3X3 아이즈>처럼 인간과 대립되는 다른 종족이 존재한다는 설정의 만화나 영화에는, 흔히 인간의 우월한 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집단주의나 확고부동한 이성만으로는 개별적인 감정을 가진 인간을 압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3X3 아이즈>도 그렇다. 왜 완벽한 삼지안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이 살아남았는가. 왜 요괴들은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가. 한 가지 부족한 답은 있다. 인간은 더할 나위 없이 야비하고 초라해 보이지만 인간에게는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어디론가 나아갈 수 있다는, 보다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이미 완성된 존재인 삼지안에게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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