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흔들리던 우리가 있었기에, <풋내기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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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그리도 탈출하고 싶었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분명 그 속에서 살아갈 때는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던지, 졸업하고 싶다던지 하는 이유를 대면서 벗어나고 싶어 했는데. 이걸 추억보정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 역시 그랬다. 벗어나고 싶었던 고등학교 생활들. 그때 나는 너무 초라해 보였고,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불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스물을 훌쩍 넘긴 지금의 나이가 되니 그때가 너무 그립다. 참,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때에 내가 있었으니 지금의 나도 있는 것이겠지.
분홍 머리의 새봄과 은색 머리의 희주. 둘은 셰어하우스에서 룸메이트로 만난다. 둘이 처음 만나던 그 날은 비가 왔다. 희주는 남자친구와 헤어진 채로 집에서 쫓겨났다는 사연을 가진 이주였고, 새봄은 대학에 합격해서 하게 된 이주였다. 둘의 발자취 만큼이나 감정도 달랐다. 엉엉 우는 룸메이트 앞에서 어떤 행동과 말을 보여야 할지 모를 지경이던 새봄은 잠시 방을 나와 공동 사용 공간을 둘러보는데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앞방 언니는 너무 까칠해서 문제고, 아래층 남자아이들은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다. 게다가 자기가 먹었던 것들을 치우지 않아 피사의 사탑 만큼이나 쌓인 그릇들은 누구보고 치우라는 거야? 환상과 현실은 자음만 같을 뿐 다른 것 투성이라지만 이건 너무해도 너무하다.
절망에 쌓인 새봄이의 앞으로 기분 나쁜 냄새가 나고 동시에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건 보지 않아도 누군가 담배를 피우는 것. 금연이라는 규칙이 자리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피는 간 큰 놈은 누구일까. 화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새봄이는 이것만은 봐줄 수 없다고 무거운 발걸음을 찍어내며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얼굴이 있었는데, 문제가 있었다.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는 것. 심지어 새봄이가 덕질하는 아이돌 그룹의 최애와 너무 닮았다. 망할 것 같았던 셰어하우스 생활에 빛이 비치는 순간이다.
둘이 만나던 첫날, 희주가 울었던 이유는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 그의 집에서 나오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 남자들에게 상처를 받고도 희주는 새로운 남자를 사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마치 남자친구가 있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런 희주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마다 자신을 증명하려 애를 쓴다. 그게 대학 이름이 될 수도 있고, 집안 재력이 될 수도 있고, 외모나 인기도가 될 수도 있겠지. 나 역시 그렇게 살아왔다. 내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타인에게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났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은 뒤에 누구 하나 고개를 끄덕여주면 그 반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지 모른다. 남들을 신경 쓰는 과정에서 내가 지워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연애 사업에 실패한 희주와 다르게 새봄이는 룸메이트의 친구와 핑크빛 기류를 뿜어대고 있다. 룸메이트 친구, 아니 연우로 말할 것 같으면 흡연 구역인 셰어하우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아이. 첫인상이 좋지 않았지만, 뭐 실수였다고 사과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예의 바르다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선배한테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연우에게 새봄이는 빠져버린 것 같다. 매너 좋고 잘생기기까지 한 남자한테 빠지지 않을 수가 없지. 그렇다고 완전히 꼬셔보겠다는 느낌은 아니다. 너무 잘나가는 애들은 아무리 좋아해도 그저 연예인 보는 것처럼 보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셰어하우스에는 새봄이 말고도 모태솔로가 한 명 더 있었다. 바로 연우의 친구이자 밴드 보컬 지원. 검은 생머리에 눈물점이 여러 여학생들 울렸을 법한데 모태솔로라니. 아무튼 셰어하우스 친구들은 이 둘을 엮어버린다. 커플 상대로는 아니고 대결 상대로 말이다. 둘 중에 누가 먼저 커플이 될 수 있는지 내기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한우를 쏘는 것. 왠지 한우를 먹고 싶은 가난한 대학생의 함정인 것 같지만 둘은 승리욕에 불타버린다.
대학생 연애의 절정이 바로 어디겠나. MT지. 은근하게 새봄이 곁으로 붙는 남자아이들의 시선을 느낀 지원이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새봄이의 주위를 맴돈다. 분명 처음에는 한우 사기 싫어서 그런 것 같았는데, 점점 눈빛이 달라지는 것 같음을 느끼는 사람은 나뿐인 걸까? 지원이가 방해를 하든 말든 새봄이는 연우와 같은 대학교라는 것도, 같은 과라는 것도 그래서 MT를 같이 왔다는 것에도! 너무 신나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유명 여배우가 시상식에서 상을 탈 때 말했던 것처럼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그런 새봄이를 연우도 싫지 않은 것인지 술에 취한 새봄이가 주위에 어질러진 음식들에 묻을까 봐 나서서 청소도 해주고 자신의 옷도 덮어준다. 이러다가 지원이가 먹성 좋은 셰어하우스 식구들한테 한우를 쏘게 될 것만 같다. 미리 그의 지갑에 애도를!
나도 여전히 어리지만 셰어하우스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이를 많이 먹은 이 시점에서 보니 복잡한 생각이 든다. 나도 저렇게 혼란스럽고, 주위에 이리저리 흔들렸던 때가 있었지 싶기도 하고. 또 나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에 이런저런 것들 다 표현해놓고서는 비참하다고 부끄러워하고 울기도 했는데 참 아름다운 일이구나 싶기도 하다. 너무 자연스러운 일들인데, 오히려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들보다 당당하고 나를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이었는데 왜 그렇게 나를 혼내지 못해 안달이었을까?
어른스럽게 말은 하지만 스무 살을 조금 벗어나 어른의 길을 걷고 있는 지금에서도 모든 것이 서툴다. 나만 잘 못 되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는 청춘에게 추천하는 이 웹툰, <풋내기들>을 지금 당장 네이버 웹툰에서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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