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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090회 작성일 24-05-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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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름 없는 소녀, 침묵하는 어른들 살인의 비밀을 간직한 아이들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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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골 마을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발견된 소녀의 시신. 소녀의 몸은 죽은 지 대략 일 년 된 것으로 추정. 그녀의 억울한 마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썩지 않고 미라가 되었다. 둔기로 머리 뒷부분을 맞은듯한 흔적.. 몸에 상처가 많은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소녀는 살아생전 학대를 많이 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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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에서 책임자는 인부에게 신고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예정대로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손실이 없을 텐데.. 이럴 때 필자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필자는 아직도 나잇값을 못하고 동물농장 같은 동물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볼 때마다 눈물을 펑펑 쏟곤 하는데, 이럴 때 필자의 어머니는 ‘사람이 죽어나가도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세상인데 그깟 동물 죽는 게 대수냐'고.. 하시며 위로의 말을 대신하시곤 하셨다. 그 말은 아마 이럴 때 쓸려고 있는 말이었나 보다. 사람의 목숨이 건물 한 채 올리는 것보다도 못하게 된 세상.. 이 소녀는 발견되기 그 전해에 실종신고되었던 10살 여아.

 

실종신고가 되어있지만 의아스럽게도 사진 한 장 없다. 형사는 그 부모가 근처에 살고 있던 참에 바로 찾아가 본다. 아이의 엄마 ‘은경'은 형사가 건네는 사진에도 감정의 동요 없이 아주 차분하게 어떻게 죽었대요? 하면서 남의 자식 얘기하듯한다.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죽어도 이것보단 더 정성스러운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시큰둥하게 대꾸해놓고는 바로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갓난쟁이에게 시선을 옮겨가는 은경.. 아이는 보채고 아이 아빠는 아기에게 물릴 분유를 탄다. 젖병을 물리면서 다정하게 한다는 말이 “여보.. 걔 죽었대 실종된 게 아니었나 봐..”

 

멀리서 보았으면 단지 단란한 가정으로 보일뿐인 이 가족의 모습이 그저 소름이 돋을 뿐이다. 형사는 이로써 아동학대로 여자아이가 죽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된다. 1화의 제목 육신의 집은 그녀의 육신의 집도 결국 죽은 여자아이의 미라처럼 아무 의미 없는 껍데기일 뿐이었다는 느낌을 준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갈 곳을 찾지 못한 그녀.. 친자가 맞느냐고 자꾸 추궁하는 형사의 날카롭게 쏘아보는 눈매에 은경도 결국 꼬리를 내리고 자신의 결혼생활의 시작에 대해 입을 떼기 시작한다.

 

축복받지 못한 결혼식과 그녀의 편에 서있어 주지 않던 남편, 또 고부갈등까지… 그러던 와중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아들만을 귀하게 여기는 시어머니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남편과 은경은 자신들의 아들 ‘도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게 되고 여자아이는 홀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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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성선설 성악설을 떠나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은경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이 환경에 의해 자연스럽게 딸을 같이 미워하게 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한다. 천재가 아닌 아이들이라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그 관심이 좋아서라도 자신이 가진 능력 그 이상을 펼쳐 보이기 마련이지만 항상 모든 것을 누리던 도현과 달리 관심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무관심과 학대, 비교 속에 버려진 이 소녀는 그 일말의 가능성조차도 펼칠 기회가 없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답답해하고 구박하던 엄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만 성대 쪽에 이상이 있어서 아이가 여태까지 말을 못했다는 얘기를 의사에게 전해 듣는다. 수술을 시켜야 하지만 도현이만 아는 시어머니가 허락을 할리 없다. 도현이 학원도 보내야 하고 계집년은 키워봤자 쓸모가 하나 없단다. 학교도 가지 못하고 수술도 제때 받지 못한 불쌍한 소녀.. 존재 자체가 외면당했다. 어느 날 여자아이가 삐뚤빼뚤 쓴 ‘엄마 아빠 사랑해' 편지를 보고 은경은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쌍둥이와 자신의 남편 네 식구가 오손도손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도현이는 어느 날 폐건물에서 소녀와 놀다가 추락사하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가족들의 소녀를 향한 증오는 극에 달하게 되고 결국 은경도 소녀를 떠나고 만다. 그렇게 시어머니 손에 남겨지게 된 여자아이.. 3년 뒤 찾아온 시어머니의 집에 소녀는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 집을 나서면서 만나게 된 민규라는 소년은 자신의 친구를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다고 하며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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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년이 하는 이야기는 상당히 구체적이며 놀랍다.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 나오는 제대로 된 어른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프롤로그에 나오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죽는다'는 말이 이 만화 전체를 강렬하게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앞서 얘기한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순식간에 악의 축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가 경계하여야 한다고… 귀엽고 개성 있는 화풍과 따스한 색감과 대조되게 너무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 작품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잊은 채 어른이 되어 버린 어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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