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을, 아니 웹툰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작가의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안 84', 웹툰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사람의 작품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오히려 이 작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도 없는 사람이라면 이 사람이 웹툰 작가인지 모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저 방송인으로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노병가'라는 작품을 통해서 처음 이 작가를 접했다. 그 당시 필자는 아직 군대에 입대하기 전이었고, 미필이었기에 그 작품에 담겨있는 특유의 감성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전역 후에 그 작품을 다시 봤을 때는 전율이 돋았다. 소름이 돋았다. 내가 미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전부 머릿속으로 들어왔었다. 기안 84는 무척이나 유명한 작가다. 여러 의미에서 되게 유명한 작가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이제 공중파 방송에서 나온다. 유명한 예능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 고정 패널로 등장한다. 웹툰 작가에서 이제는 한 명의 방송인이 되었다. 공인이다. 사실 필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방송에 나온다는 사실이 오히려 정말 좋았다. 한 명의 좋아하는 작가로서 방송을 통해서나마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웠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의 그는 어떤 사람인지, 작가 기안 84가 아닌 인간 기안 84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패션왕을 봤던 독자들이라면 모두가 기억할 '우기명', 패션왕의 주인공이었던 친구이다. 개인적으로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라 더욱 안타깝고, 우리나라 사회의 현실과 학생들의 모습을 담아낸 거 같아 더 몰입이 되는 캐릭터이다. 매우 입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패션왕'은 네이버에서 엄청난 이슈를 끌고 역대급의 댓글이 달린 여러 의미로 전설적인 작품이다. 초반에는 굉장히 인기가 많았었다. 참신한 소재와 현실적인 묘사와 빠른 전개는 독자들을 사로잡았지만 날이 갈수록 늦어지는 연재 주기와 산으로 가는 스토리가 결국 인내하고 있던 독자들의 도화선에 불을 붙혔고,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매화의 댓글은 악플로 가득했고, 그럴 수록 스토리는 더욱 더 이상하게 흘러갔다. 여러 의미에서 그 당시에 패션왕은 굉장한 이슈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어찌됐건 그 당시 상황과 작가의 실수 등 이런 것을 다 제외하고 '복학왕'이라는 작품을 알기 위해서는 패션왕이라는 작품을 미리 보는 것을 추천한다. 복학왕과 패션왕의 주인공은 결국 같은 인물이고, 거시적인 시점에서 봤을 때 이 모든 작품들은 결국에 '우기명'이라는 인물의 하나의 인생사를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패션왕을 꿈꾸던 꿈많은 학생이었던 우기명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결국 흔히 속된 말로 지잡대라고 불리는 대학에 입학하여 성장해가는 내용이다.
<교재도 가져오지 않고, 수업도 듣지 않은 채 게임을 하는 우기명의 모습>
한 때 최고의 패션왕이 되겠다던 소년은 나이가 먹고 군대를 갔다오고, 대학교에 복학을 했지만 수업은 전혀 듣지 않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돈은 없고, 등록금은 이미 다 갖다 바쳤음에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 작가의 능력은 참신한 소재도, 대단한 스토리 텔링도, 엄청난 필력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적나라하면서도 아주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공감대를 형성해나간다. 슬프고 비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 나간다. 이것이 그의 재능이고, 능력이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배달 온 직원이 대학교 선배이다.>
자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현실적인 묘사와 비판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는데 배달 온 직원이 같은 학과 대선배라던가(작가의 연출적인 장치이지만 직업의 귀천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라는 등의 요소를 꽤나 많이 집어 넣는 편이다.
<대학교의 잘못된 음주문화라던가>
복학왕의 여주인공은 봉지은이라는 신입생이다.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우기명은 이미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고, 신입생으로 들어온 봉지은은 며칠 간 학교를 다니며 본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서 자신이 이 학교에 잘못들어왔음을 깨닫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그 둘은 서로 눈이 맞아 연애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인들의 심리 상태와 우기명의 찌질함은 보는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제목은 복학왕이어도 학교에 관한 이야기만 다루는 것이 아니기에 사실상 우기명의 인생 웹툰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까지 전개된 내용으로는 우기명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때 자퇴를 했으면 그녀의 인생은 바뀌지 않았을까?>
이랬던 그녀도 결국 대학을 다니면서 자신의 선배들과 별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들의 미래는 매우 현실적이어서 더욱 와닿고, 더욱 슬프다.>
<현재의 우기명의 모습>
우기명의 인생은 이제 더 이상 그 혼자만의 인생이 아니다. 패션왕부터 그를 꾸준히 지켜봐왔던 독자들은 이미 그와 동화되어 있고, 그가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미 어느 정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현실이 괴롭고 힘들더라도 우리는 꿋꿋이 버텨나간다. 행복이 올거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품 속에서 살아가는 우기명, 그의 인생 또한 이제는 맑게 개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