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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444회 작성일 24-05-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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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기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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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툰 일요웹툰 연재중

글/그림 여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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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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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시장에서 생각보다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가 있다. 재난을 소재로 한 웹툰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좀비물, 현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 재난물, 무시무시한 형체의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괴물(?) 까지. (라임을 맞추려다 실패했다.) 아무튼 사이트를 막론하고 지금껏 꽤 많은 재난 웹툰이 연재되었고, 또 사랑받았다.


그렇지만 재난, 혹은 재앙을 소재로 택했다고 해서 모두 높은 별점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재난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주는 긴장감만으로 독자의 흥미를 어렵지 않게 끌다가도, 설정이나 전개가 탄탄하지 않을 경우 요란스럽기만 한 빈 수레 신세가 되어 인기가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요즘 위와 같은 관점에서 분석해볼만한 흥미로운 웹툰이 한 편 연재되고 있다. 재난 웹툰의 장점과 단점, 성공 가능성과 위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웹툰이다. 케이툰에서 매주 일요일마다 만나볼 수 있는 , 지금부터 짤막하게 분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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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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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3일째 되는 날만 해도 사람들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지 못 한다. 그저 “뭔 놈의 비가 이렇게 쏟아지냐”며 가벼운 푸념을 해댈 뿐이다. 한 달여간 기상 이변이 지속되자, 사람들은 어느새 생존에 눈이 멀어 서로를 협박하고 위협하며 짐승처럼 목숨을 부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섯 달, 도시는 비의 괴물 ‘바이던’으로부터 점령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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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우정, 지용, 바이던



불행 중 다행으로 모두가 바이던에 잡아먹힌 건 아니다. 생존자들은 하루 중 비가 내리지 않는 한 시간 동안 배를 타고 식량과 서식지를 찾아 나선다. 바이던의 공격 없이 마음 편히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용과 우정 역시 이 어마어마한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생존자이자 본 웹툰의 주인공이다. 그들도 다른 생존자와 마찬가지로 배로 이동을 하며 빈 아파트에 들어가 식량을 구축하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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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반적인 전개 방향은 다른 재난 웹툰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피하거나, 싸우거나, 아군을 만나거나, 적을 만나거나. 혹은 듣도 보도 못한 괴물을 만나거나. 흔한 재난 웹툰에서 볼 수 있는 클리셰다. 웹툰 초반부 지용과 우정이 바이러스를 치료할 백신을 연구하는 박사 우민과 그의 조수 은선을 만나 동생의 희귀병을 고치기 위해 동행하게 되는 것도, 우민과 우민이 갖고 있는 치료제 샘플을 빼앗으려는 무리들과 끊임없이 대치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재난 웹툰에서 만큼은 클리셰는 독이 아닌 득이다. 진부함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스토리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극한 상황에서 아군 대 적군, 인간 대 괴물의 대결 구도는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지를 택할 것인가’하는 원론적인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말하자면 계속해서 반복되어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MSG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 웹툰도 작품의 몰입도를 결정하는 초반부에 클리셰를 적절히 가미하여 독자의 흥미를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 예상 가능한 스토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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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캐릭터, 아쉬운 긴장감



한편 스크롤을 내리면서 군데군데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도 존재한다. 첫 번째는 캐릭터의 부실함이다. 앞서 언급한 클리셰를 더욱 감질맛 나게 연출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마다 개성이 살아있어야 한다. 이때, 주인공보다도 주인공의 생명을 위협하는 (혹은 모든 일을 저지른) 악당(?) 무리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의 역할이 몹시 중요하다. 재난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악랄할수록 긴장감도 비례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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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랍게도 악역이 맞다.



그러나 본 웹툰에서 악역들은 ‘악역’이라고 칭하기에 굉장히 나약했다. 준영과 그 일행을 죽이려던 무리들은 계속해서 실수를 범했고, 약점을 들켰으며, 이른바 ‘역관광’까지 당했다. 나름 끝까지 살아남은 무리의 우두머리는 한쪽 팔이 잘려나가면서도 준영의 일행에 대한 살의를 감추지 않았지만, 안타깝게도 타격감은 ‘0’에 가까웠다. 심지어 주인공급으로 등장하는 비중이 높은 괴물 바이던마저 총알 한 번이면 픽하고 쓰러져나갔다. ‘악당 무리를 무찔러가며 백신을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름 권선징악적인 설정은 좋았지만, 30회가 넘어가도 변함없는 패턴은 독자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기에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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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장난스러운 장면들도 맥을 끊는데 한 몫 했다. 본 웹툰에서는 매회 마다 심각한 상황에서 뜬금없이 가벼운 컷 등장했다. 가벼운 컷이라 함은, 그림체가 급격하게 귀여워지거나 주인공들의 행동이 말 그대로 장난스러워진 것을 의미한다. 작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위와 같은 컷을 삽입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컷들이 ‘맥 커터’ 같다고 느껴졌다. 아쉬운 긴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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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아쉬웠던 긴장감을 뒤로하고, 필자는 힘차게 스크롤을 내려가며 연재된 회차까지 정주행을 마쳤다. 한 줄 평을 하자면, ‘흔한 재난 웹툰’을 본 느낌이었다. 나름 신선한 부분도 있었지만 역시 전에 보았던 다른 재난 웹툰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도시가 엉망으로 변한 설정에서는 <심연의 하늘>이, 비주얼이 다소 충격적인 괴물 바이던이 등장했을 때는 <데드 데이즈>나 <지금 우리 학교는>의 좀비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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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던진 수많은 떡밥들



그렇지만 ‘흔한 재난 웹툰’이라는 밋밋한 평으로 막을 내리기에는 본 웹툰의 발전 가능성이 꽤 크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떡밥 회수다. 작가는 지금까지 (총 33회) 독자에게 꽤 많은 떡밥을 던졌다. 바이던의 정체, 원수보다 못한 준희와 정현의 관계, 우정이 바이던에 감염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재난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아직 아무 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자신이 던진 떡밥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회수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낸다면 본 웹툰은 ‘흔한 재난 웹툰’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더 자세히 논하고 싶지만 아직 웹툰이 초중반부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이쯤에서 글을 줄여야 할 듯하다. 그렇지만 확실한 사실은 물에 잠긴 도시라는 참신한 설정을 썩히기에는 너무도 아깝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다. 명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남겼던 격언이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직 열두 개의 떡밥이 남아있다. (열두 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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