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특별 리뷰] 제2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 공모전 수상작 리뷰 #1 - (대상/킬링스토킹) & (우수상/볕내)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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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한 발 늦은 소식으로 인사드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는 바지만 말은 바로 하자면, 공모전에 올라온 작품을 리뷰한 블로그는 몇 개 없을테니 이건 세계 최초로 제 2회 레진 공모전 웹툰을 리뷰하는 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필자는 누구보다 빠른 소식을 물고 이 자리에 온게 아닐까?
신인들이 공모전을 통해 등단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해가 갈수록 그 역량이 늘어가는 게 슬쩍 엿보이기에 독자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 없다. 특히 동인, 커뮤니티 계열에서 그림을 그리던 이들이 데뷔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는데 오래, 아주 오랫동안 그려온 그들의 그림 실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게 아닐까?
꼬마비 작가가 [살인자ㅇ난감]으로 데뷔했을 때 사람들이 평하길 ‘괴물 신인이 나타났다.’ 이 말처럼 이후로 꼬마비 작가는 재밌는 발상과 연출로 똘똘 뭉친 작품들을 꺼내놓으며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사실 이 괴물 신인이라는 말은 어디서든 기세 좋은 신인에게 붙여주는 관용구 같은 것이지만 붙은 신인마다 그야말로 괴물이 되기에 어쩌면 칭호같은 버프가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버프를 주고 싶은 작품에게 괴물 신인이라는 말을 붙여보자면······. 언론에서 말하기 전에 입에 올리면 부정 탈테니 말을 아끼겠다. 이번 레진 공모전에서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는 몇 작품을 뽑아 봤다. 기대하실 분은 기대하시고 거부감이 든다면 고개를 돌리시라.
1. 킬링 스토킹
증오스런 범죄를 앞두고, 잠시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가장 오래된 범죄 중 하나는 살인으로, 아담의 아들인 카인이 아벨을 질투하여 돌로 쳐죽이며 시작되었다. 하지만 굳이 파고들어 보자면 이보다 더 오래된 범죄도 있으니 지금 이 순간까지도 하늘 위에서 우릴 지켜보는 스토커가 그 다른 범죄의 예시 되시겠다.
이렇듯 스토킹과 살인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범죄인 셈인데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이 두 소재를 합치는 시도 역시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다. 그러므로 이 작품 역시 고리타분하거나, 참신하지만 골이 따분한 그런 내용일 것이다.
그렇게 말을 하며 글을 마치고 싶지만, 이 작품은 최우수상을 탔다. 레진 편집자들은 이 작품의 어떤 점을 보고 대상을 준 것일까? 동성애 코드가 삽입되어 있어서? 1화부터 자극적인 장면이 나와서? 만화는 단순한 포르노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상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추론을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인 추론을 꺼내보자면, 캐릭터와 상황 설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첫 시작부터 작품은 스토커가 어째서 스토커가 됐는지 설명한다. 주인공이 왜 그를 사랑하고 집까지 쳐들어가려는 지, 짤막한 배경 설정을 통해서 가르쳐준다. 여기서 주인공의 기본적인 캐릭터가 완성된다.
하지만 집에 들어가려는 상황에서, 주인공은 경찰의 의심을 산다. 여기서 긴장감 넘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프롤로그의 사소한 상황에서 뽑혀나온 긴장감은 그리 작지 않다. 위기를 운 좋게 넘기고 주인공은 안도한다. 하지만 주인공에겐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온다.
스토커와 피해자의 구도는 스토커를 미지의 존재, 혹은 살인마와도 같은 악당으로 표현하여 공포심을 자극하기 마련이다. 이는 전혀 나무랄 데 없는 설정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작품은 관계의 역전을 통해 이 고리타분한 구도의 변화를 주었다. 스토커가 스토킹하던 인물이 사실 살인자라면? 상상만 해도 골이 따분하진 않다. 다만 마지막 장면 탓에 골이 아파올 뿐이다.
참신한 구도와 동성애 코드는 분명 인기를 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에 발 맞추고픈 BL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주목하시라 권하고 싶다. 아주 하드코어한 여러분 말이다. 가학적인 성향에 눈 뜬 수와 강렬한 공의 만남이라니, 얼마나 좋은가.
2. 판도라의 선택
예전에 EBS에서 방영해주던 애니메이션 중에 [소피는 말썽꾸러기]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내용이 항상 소피를 구박하던 새엄마가 죽을 때는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며 죽는 장면이었는데 나는 어쩌면 그 때 애증에 대해 배웠는 지 모른다.
[판도라의 선택]을 보고 이 애니메이션이 떠오른 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젊고 잘생긴 아버지에겐 못생긴 딸이 있다. 딸은 자신이 못생긴 걸 안다. 같이 사는 두 노인네는 딸과 아버지를 못잡아먹어 안달이다. 도저히 행복해 질 수 없는 집안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기에 이들은 붙어 산다. 다른 말로 하자면 가족이기에 떨어질 수 없다.
여기서 애증이 나타난다. 아이와 아버지를 욕하면서도 둘 걱정을 하는 노인들의 심리는 애증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2화 만에 속단하기엔 여러 가지로 그릇된 추측이지만 아마도 그럴것이다. 서로 싫어하는 가족들이 어떻게 삶을 꾸려나갈지, 살얼음판 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아슬아슬한 관계만으로도 이 작품은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작가가 인물을 표현하는 솜씨가 참 좋다. 특히 할머니 캐릭터는 정말로 그런 할머니가 옆에서 조언해주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3. 볕내
구도나 그림이 아쉬워도 사람을 끌어들이는 작품이란게 있을까. 과거 네이버에서 연재됐던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가 그 훌륭한 예시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여기 그림이 조금 아쉽지만 발상과 전개만으로 그 아쉬움을 벗겨내는 작품이 있다.
페티쉬란 참으로 오묘한 개념이다 조금만 삐끗해도 순식간에 혐오와 코미디를 넘나든다. 어느 누구도 화상에 페티쉬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기분좋게 바라보긴 힘들테니까. 작품은 이런 기묘한 성벽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억눌린 욕망을 비틀어서 캐릭터화 시켜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캐릭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야 앞서 말한 것 처럼 참신하기만 하고 골이 따분한 이야기일 뿐이다. 조금 오버스럽게 보일지도 모르는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담인 선생님의 이야기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18번 학생으로 초점이 옮겨간다. 전개도 연출도 표현도 훌륭하다. 어색함도 없이 작품은 화두를 옮긴다. 18번 학생의 머리카락이 왜 안나왔을까? 이야기의 내용을 종잡을 수 없어도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이 호기심 때문에, 필자는 추측을 삼가고 싶다. 다음 화를 기다리고 때서야 그럴 줄 알았다며 어깨를 으쓱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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