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특별 리뷰] 제2회 레진코믹스 세계만화 공모전 수상작 리뷰 #3 - (우수상/감각의 전제 - 본능, 그리고 그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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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오감(五感)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무언가를 보고, 만지고, 맡고, 듣고, 먹는 것.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에 적당하게 균형을 유지한 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살겠지만 그 중, 종종 어떤 이들은 자신의 감각을 온전하게 자신과 별개로 둔 채 살아가기도 한다. <나 미래>. 그녀에게 감각이란 자기 자신 보다 먼저 내세우는 것, 곧 전제(前提)이다.
그녀는 지극히도 아름답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내세우는 것, 그것이 철저하게 결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바깥으로 드러내는 대신 자신의 예술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것, 그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녀가 이를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죽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하던 과거, 그 속뿐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죽음 후, 그녀는 표현의 방법을 잃었고 동시에 웃음을 잃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희망 속, 그녀는 서서히 굳게 자물쇠를 걸기 시작했다.
그 후, 도피처럼 이어진 시골행의 전학은 그녀를 더욱 피곤하게 만들 뿐이었다. 온통 숲뿐인 풍경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인 그림들. 치유를 목적으로 가게 된 것이지만 되레 그녀에게 그것은 괴로움, 혹은 불쾌함이었다.
그러나 신은 있었던 것일까. 어쩌면 그녀는 여느 노래 가사대로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 엉망인 그림들 속, 단 하나. 죽은 새를 그려 넣은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그 그림 앞에서 처음으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말마따나 엄마가 죽은 후, 난생 처음으로.
그녀에게 감정을 쏟아놓게 만든 계기가 된 존재. <주 남엽>. 호기심에서 비롯된 감정은 순수함과 신기함, 그리고 어우러지고 싶다는 욕구로 하여금 뒤엉켜 들게 된다. 어쩌면 그녀는 이해 받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가장 솔직하게, 부끄러움 없이 자신을 드러내려 했다.
악의도, 어떠한 타락한 마음도 없이 이루어진 과정. 아이의 순수함은 노골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겁이 없었다. 온전히 이해 받고 싶다는 의지, 그것 하나만이 그녀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성장했다. 그녀는 여전하다. 여전히 자신을 가두고 있다. 스스로를 데미안 속의 아프라삭스에 비교하며 날개가 꺾인 새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그녀를 자신의 그림 속에 담을 수 없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만난 대상. 그것은 어린 시절, 유일하게 그녀가 지닌 감정을 해방시켜준 대상이었다. 어쩌면 그 만남은 희망, 혹은 갈망과 비슷한 감정과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인연.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담대한, 그래서 더 본능적이고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그는 그 단단한 껍질을 깨부술 존재가 될 것인가. 아니면 도망치는 비겁한 나약한 인물이 되고 말 것인가.
묵직한 스토리텔링과 함께 못지않은 깊이의 선으로 하여금 한 컷 한 컷, 숨을 죽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녀의 세계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그녀의 에로스적인 면만이 아니다. 단단하게 응결되어 있는 깊숙한 심리.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그녀가 지니고 있는 것을 함께 공감해야 한다.
어쩌면 그녀는 가장 순수하다. 그러면서도 가장 담백하고,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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