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마돈나> 타인의 삶·타인의 지옥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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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세화와 현석은 겉으로는 금실 좋은 중년부부처럼 보이지만 속은 잔뜩 곪아 있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현석은 사실상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으며, - 그 이유는 조금 나중에 공개됩니다 - 남편의 냉대에 질려버린 세화가 약을 잔뜩 집어먹고 자살을 시도해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화는 죽음을 면하는 대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아내를 죽음에 몰아넣은 잘못에도 현석은 반성하기는 커녕 병실에서 젊고 예쁜 간호사 수연과 태연히 불륜을 저지르며, 더 최악인 것은 정신만 깨어있고 육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세화는 그 광경을 똑똑히 목격하게 됩니다. 세화는 더욱 깊은 절망에 빠져버리죠.
그러던 어느 날, 수연의 노골적인 도발("당신이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에 크게 분노한 세화가 수연의 목을 조르는 듯한 장면이 묘사되는데요. 다시 의식을 잃었다 깨어난 세화는 자신이 수연으로 변해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크게 놀란 세화는 급히 자신의 집을 찾아가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또다른 "세화"가 태연히 존재했어요. 쉽게 말하면 둘의 영혼이 바뀌어버린 거죠. 번듯한 중산층 집안의 안주인인 세화는 위태로운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미모의 간호사 수연이 되었고, 반대로 수연은 세화가 되었습니다.
비록 불우한 가정에 낙담했을지언정 제 삶을 놓을 생각이 없었던 세화, 아니, '수연'은 세화가 된 수연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달라 주장하지만 '세화'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수연의 인생굴곡은 몹시 고통스러웠고 그녀는 안정적인 가정과 생활을 원하고 있었거든요. 결국 수연은 일방적인 축객령을 듣고 쫓겨나 이제는 그녀의 둥지가 되어버린 수연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피상적으로 둘의 육체 교환은 반드시 큰 손해는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불우하고 위태로운 과거의 아픔을 지닌 수연은 세화가 가진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간절히 원했고, 반대로 한 명의 여자로서 완전히 무시당하던 세화는 수연이 지닌 치명적인 매력을 원했을 수도 있죠.(물론 후자는 작중에서 거의 표현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몸이 바뀌기 전 수연이 세화의 것을 거의 빼았았던 것처럼, 이제는 수연이 된 그녀 또한 비슷한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리란 법도 없습니다. 실제로 수연은 그런 다짐을 하기도 했고, 상당수 독자들이 기대하는 전개 또한 아마 그런 방향일 수도 있겠죠. 심심한 아줌마에서 치명적인 팜-파탈로 변모한 수연이 벌이는 화끈한 복수극.
그러나 '마돈나'라는 웹툰은 그런 클리셰와는 거리가 멉니다. 왜냐하면 수연이나 세화나, 두 여자가 품고 있는 아픔이,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는 지저분한 삶의 구렁텅이가 예상보다 훨씬 깊었거든요. 몸이 바뀐 서로의 예상보다도, 독자들의 예상보다도 깊고 또 깊었습니다. 세화와 현석은 단순히 성격 차위 따위로 사이가 멀어진 부부가 아니었고, 수연은 몸을 굴려 경제사회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여자 간호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것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보다 끈적거리고 불쾌한 시궁창 같은 이야기에요. 더 위험하고 잔인하며 피가 튀는 싸움이기도 하고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거의 모든 인물들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그 속에서 주로 휘말리며 제 한 몸 챙기기 바쁜 수연과 세화가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란 쉽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적어도 한 명은 처음 몸이 바뀌었을 때 결코 원치 않았던 결말을 보게 될 것 같아요. 성인물로서도 훌륭하지만, 그 이상으로 '이야기'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겉으로는 완벽한 것처럼 보이던, 나의 모든 고통과 슬픔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던 것만 같던 타인의 삶이, 알고보니 나와는 또다른 지옥이었다는 것. 동시에 그녀들의 삶과 지옥은 끈끈하게 달라붙어 서로에게 피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2018 / 04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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