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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350회 작성일 24-05-0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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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유교수의 생활』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1 ~ 34권   1988년 ~ 연재중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한 남자가 평생을 빌어 인간을 탐구하는 만화다. 세상과,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호기심이 만화를 이끌어나간다. 야나기사와 요시노리 교수(한국판에서는 유택)는 Y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환갑의 신사다. 눈은 감아도 떠도 별 차이 없는 실눈이긴 하나 좌우비례가 잘 맞는 단정한 이목구비와 잘 벌어진 어깨와 호리호리한 허리, 훤칠한 키로부터 젊었을 적엔 꽤 근사한 신사였으리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맞선으로 결혼한 아내 마사코와 네 딸을 두었으며, 어느새 손녀와 손자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타마라는 이름의 젖소 무늬 고양이도 동거 중이다.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고, 직관적이기보다는 논리적인 인물로, 흔히 생각하듯 비상하거나 괴팍한 천재라기보다는 편견 없는 호기심으로 완성된 노력파 천재에 가깝다.

 경제학은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고 생활 면면에서 연구를 실천하고 있으며, 몇 가지 억양의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몽골어까지 구사하며 상식부터 전공 외 전문분야까지 박식함을 자랑한다. 평생에 걸쳐 공부만 해온 ‘천재’라는 설정이니 그 정도는 과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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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호기심이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이끌어나간다

 
세상을 향한 질문
그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독특하고, 때로 시시콜콜 캐묻고 필요 이상으로 파고들어 피로하다. 그러나 첫 권을 보는 동안 우리는 천재 유교수의 인간학 강의에 푹 빠지게 된다. 세상을 향한 그의 관점이 ‘꼬치꼬치 시비 걸기’가 아니라 ‘애정 어린 관찰과 탐구’라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세상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마치 막 세상을 깨치기 시작한 아이의 그것과 같다.

1988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이어지는 대장정의 시작, 1화 ‘등교’에서 그는 묻는다. “왜 모두들 시간이 있는데도 그렇게 달리는 걸까?” “또 없는데 그렇게 헛되게 낭비하는 걸까?” “왜 토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또 술을 마시는 걸까?” “왜 모두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또 농땡이를 피우는 걸까?” 사람은 왜 살까? 왜 그렇게 사는 걸까? 만화가 묻는 초지일관의 질문이다.

시비를 거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달리고, 시간을 낭비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 술을 연거푸 마시며 일하고 게으름 피우고 울고 웃는다. 그 이유를 묻는 것은 어쩌면 ‘실례’에 가까운, 때로 공격적인 일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냥”이라고 답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묻지 않는 것을 물으며,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답을 요구한다. 그의 질문을 맞닥뜨리고 나서야 우리는 깨닫게 된다. 얼마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던지. 의무교육을 통해 그토록 많은 것을 배우고도 단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기에 몰랐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우리는 왜 살까, 왜 이렇게 살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그의 평생을 빌어 삶의 모든 이유를 탐구한다. 그것이 이 만화가 세상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작가 야마시타 가즈미는 작품에 상당한 사심을 담았다. 주인공 유교수의 모델이 오타루 대학, 요코하마 대학, 토호쿠 대학 등에서 경영학과 경제학을 가르쳤던 아버지 후루세 타이로쿠 교수다. 또한 유교수의 이름 요시노리는 그 아버지, 즉 작가의 할아버지 후루세 요시노리의 이름을 땄다. 만화에서 유교수의 아버지가 영문학자인 것 역시 실제 할아버지 직업 그대로다. 유일하게 결혼하지 않은 막내딸 세츠코가 유교수가 재직 중인 Y대학 학생이라는 점, 같은 집에 살며 가장 많이 등장하는 점에서 작가 자신의 반영이 세츠코임을 추측할 수 있다. 아버지를 질투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닮아가는 세츠코처럼, 작가 역시 만화를 통해 아버지의 평생을 이해하고 기억하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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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한 그의 관점은 ‘꼬치꼬치 시비 걸기’가 아니라 ‘애정 어린 관찰과 탐구’다

 
 
불가사의한 곁눈질
그 사심이 얼마나 담겼는지, 작품에 얼마나 반영이 되었을 지는 작가 자신만 아는 일이겠지만 『천재 유교수의 생활』에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시기가 있다. 기본적으로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초반 각 캐릭터 정립 후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는 유머러스한 생활물이다. 그렇게 잘 나가던 만화는 별안간 몽고로 건너가 도시빈민이 된 고아들을 통해 광야에 밀어닥친 산업화 속의 인간상을 그린다. 그때까지만 해도, 번외 에피소드가 좀 멀리 갔나 싶었다.

허나 가끔 과거를 역주행하던 만화는 숫제 배경을 패전 후 일본으로 옮긴다. 몇 권에 걸쳐 풀어내는 ‘일본 재건’ 시기는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 미군의 원조로 일본이 근근이 먹고 살던 시기, 인간성은 땅바닥에 떨어지고 존엄 밖으로 밀려난 전쟁고아들의 미래를 어른들이 밝힐 수 없던 시절, 젊은 유교수는 예전 인연을 맺은 한 저택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에피소드 구성에서 완전한 드라마로 빠진 이 대목의 세계관만은 인간 탐구에서 벗어나지 않으나, 작품의 맥에서는 완전히 벗어난다. 따라서 146화,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의 패전선언 육성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전 일본이 엎드려 통곡하는 사이 유교수가 분연히 걷는 그 장면으로부터 시작해 어떤 상황에서도 손상되지 않는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확인하는 176화로 끝난 그 이야기들은 번외편으로 보는 것이 낫다. 국내판 단행본에서는 19권 뒤쪽부터 24권까지의 이야기로, 마치 이 이야기를 끝으로 연재가 이어지지 않아 작품이 끝나는 듯 하다가 25권부터는 3년 만에 연재를 재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유교수의 탐구생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발간된 34권에서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언젠가 닥쳐올 죽음과 유한한 삶의 본질을 탐구해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끝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도 끝을 보지 못한 만화 『천재 유교수의 생활』은 여전히 연재 중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의문을 푸는 그의 사랑법을 고수하며.
 
 

필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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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에이코믹스 주소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31049

윤태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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