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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만화» - ‘재미있는’ 만화의 조건
요엔 작가의 «차원이 다른 만화»는 ‘어찌 됐든 재미만 주면 된다’는 목표에 따라 만드는 작품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그 목표를 잘 달성하고 있다. 참신한 설정과 뜬금없는 병맛개그, 불편하지 않은 묘사로 순수한 웃음을 유발하는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자.
고의적 비논리
고의적 비논리는 병맛 개그의 전형이자 필수요소이다. 병맛 개그는 1990년대 중후반 이후 ‘엽기’ 코드에서 시작해 2000년대 초중반 일정한 형식화를 이루는데, 그것은 ‘형식과 내용의 파괴’로 압축할 수 있다. 형식과 내용은 모두 일정한 내적 논리를 필요로 하는데, 병맛 개그는 이 내적 논리를 비틀어 그 흐름을 단절시킴으로써 웃음을 유발하고, 이 방식 자체가 일정한 개그 코드로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병맛 개그는 설정으로도 가능하고 이야기 진행으로도 가능한데, 이 작품의 경우 이 둘 모두에서 작품 전체에 걸쳐 병맛 개그를 시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병맛 개그를 시도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성공적인지 여부일 텐데,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2차원 인간이라는 설정은 그 설정 자체로 엄청나게 많은 개그를 구사할 수 있는 설정상의 바탕이 되며, 그 설정을 뒤에 이야기할 여러 요소와 적절히 섞어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 2차원 인간이라는 설정은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클리셰의 적극적 활용
요엔 작가는 이것이 만화라는 것을 작품 안에서 대놓고 선언해버린다. 이 선언은 ‘상투적 이야기’인 클리셰를 거침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클리셰를 비틀어 병맛 개그로 활용함으로써 클리셰가 더는 클리셰가 아니게 되게 한다. 클리셰는, 내적 완결성을 가진 작품의 논리 안에서 그것이 클리셰임이 적어도 작품 안에서는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데, 이 작품은 첫째로 작품 자체가 내적 완결성을 고의로 무시하며, 둘째로 클리셰를 사용하는 동시에 이것이 클리셰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드러냄으로써 클리셰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많은 웃음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병맛 개그로 바꿔버린다.
언어 유행에 민감함
요엔 작가가 인터넷 커뮤니티의 언어 사용에 민감하다는 것 역시 작품의 개그 요소를 다양하게 해준다. 작가는 유행어를 인물의 대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차원이 다른 만화»가 마치 인터넷 서브컬처의 총집판 같은 느낌을 주게 한다. 독자가 어디선가 보고 재미를 느꼈던 요소를 작품에서 다시 한번 봄으로써 현실에서 느꼈던 재미를 작품에서 재현하게 되는 것이다.
▲ 인터넷 서브컬처의 요소들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감’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하지만 이렇게 유행에 민감한 개그 물일수록 ‘감’을 잃으면 급격하게 그 재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아이디어는 고갈되기 마련이며,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속도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속도보다 빠르게 마련이다. 주 1회 연재라는 스케줄은 새로운 유행을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잉여로운 시간’을 허용하지 않는다. 요엔 작가는 언제까지 자신의 ‘감’을 잃지 않고 개그 만화를 그려나갈 수 있을까? 부디 그 생생함을 잃지 않고 매주 독자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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