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툰 지하철도의 밤 - 오늘도 2호선에 몸을 싣는 금발의 그녀 무료웹툰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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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 작가의 작품을 현대문학 같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필자도 그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 중 하나다. 보통 내성적인 사람 중에 예술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한다. 보통 그 혼자만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중간에 포기하기 때문인데 이 내성적인 사람들은 그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한다. 내성적인 사람들도 좀 더 내성적인 사람, 덜 내성적인 사람이 있듯이 그 깊이가 다르겠지만, 윤필 작가는 그 내성 적임의 아주 맨 끝, 인간의 밑바닥까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 든다. 작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작품에 투영되고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아주 맑은 시냇가를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지하철도의 밤 .. 제목에서도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듯이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은하 철도의 밤' (은하 철도 999)에서 작가가 인용했음을 프롤로그에서 밝혔다. 스토리 자체는 전혀 다르지만 여기 등장하는 석규와 넬라는 철이와 메텔을 떠올리게 한다. 윤필 작가가 ‘은하 철도의 밤'에 대한 트리뷰트의 의미로 만든 작품 같다.
‘일요일 오후 4시쯤이 되면 마음이 진짜 우울해진다'며 하늘을 바라보는 석규.. 시대는 지났어도 입시의 무거움에 마음이 우울해지는 학생들은 아직도 있을 것이다.. 독서실에 가야 하지만 주머니의 동전을 털어 잠시 들른 오락실. 석규는 6연승을 할 정도로 격투 게임을 상당히 잘한다. 그마저도 자꾸 이긴다며 짜증을 내는 반대편 사람 때문에 (철권으로 추정) 그만두고 2호선에 몸을 싣는다. 석규는 지하철 안에서 소리 내며 웃는 사람들도 싫다. 자신만 빼고 즐겁게 흘러가는 세상이 석규는 전혀 즐겁지 않다.
그저 다 원망스러울 뿐.. 너무 피곤해서 였을까. 석규가 잠에서 깨어보니 주변엔 이미 아무도 없다. 건너편에는 신음을 내는 아저씨 한 명만 있을 뿐.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찰나 아저씨는 발작을 일으키며 입에 거품을 물었고, 석규가 그렇게 보고 싶어 하던 넬라는 어디선가 달려와 아저씨에게 인공호흡을 해주며 기도를 확보한다. 승무원을 불러달라는 그녀의 말에 승무원을 불러왔을 때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아주 장한 일을 했다며 어느 학교 학생이냐 묻는 승무원의 말에 석규는 득달같이 달려 도망친다.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의 볼은 상기되고, 가슴은 쿵쾅쿵쾅 거렸다. 인공호흡하는 모습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떠올려서 였을까. 부끄러움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 석규는 넬라의 벗은 몸을 보는 꿈을 꾸었다.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며 2호선을 떠나지 않는 넬라의 모습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느낀다.. 그녀의 모습은 인간을 사랑한 죄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모습까지 떠오르게 한다. 사람들은 넬라에 대해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내고, 성적인 농담도 서슴지 않게 주고받고, 그녀의 외모 때문에 수군거린다. 그녀가 가진 것도 모두 빼앗아 가려 하지만, 그녀는 묵묵히 자신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신발이 없는 사람에게 신발까지 벗어주는 그녀는 정말.. 성인이 살아 있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한 명이 정상인데 나머지가 비정상이면 그 정상이 비정상이 되는 거라 했다. 우리는 모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도덕적으로 배운 적 있다. 하지만 ‘내가 안 해도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난 바쁘니까'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지 않을 거 같아'라는 식으로 생각해왔던 것도 사실일 거다. 그래서 이런 넬라의 모습을 보면 이질감을 느낀다. 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녀가 너무 숭고하여 그녀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니 이내 복잡 미묘한 기분만 든다.
우리가 석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2호선.. 그리고 넬라.. 넬라는 왜 2호선에 머무는 것일까.
잔잔한 물의 파동을 바라보는듯한 이 아름다운 문학 웹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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